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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1)
박정현
등록일: 2020-07-28  수정일: 2020-07-28
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1)

이번 칼럼에서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디파이(DeFi)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디파이란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약자로 기존 금융시스템이 은행이나 정부기관과 같은 공인된 중앙 기관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지향한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디파이가 지향하는 세상은 전통적인 개념의 은행이 없어진 세상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 가서 각종 심사를 받고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를 사실상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벗어나 직접 개개인이 일종의 개인 간(P2P) 대출을 주고 받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파이는 1)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2) 중앙기관의 통제나 허가 없이 구성원들 간 상호 합의 하에 자유롭게 운영되어야 하며 3) 그 거래 내역이나 정책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방향성이나 비전에 대해서는 딱히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 소외 받는 이들을 위한 디파이?

과연 디파이는 정말로 누구나 이용가능한 것일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디파이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는, 디파이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큰 효용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존 금융시스템이 접근을 불허하던 혹은 외면하던 사람들은 대다수가 저소득층에 속한 혹은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의 개개인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높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정보기술(IT)이나 금융 전반에 대해 높은 지식을 보유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런데, 이들에게 현재의 디파이가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재의 디파이가 실현되고 있는 가상자산 생태계는 너무나도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1)
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1)

위 두 가지 사진을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기존 금융시스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는 디파이가 실제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만을 타깃으로 본다는 것이다. 메이커다오의 대표적인 프로덕트인 오아시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메타마스크나 레저나노 등 크립토 월렛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비트코인을 대표로 한 다양한 가상자산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은 디파이 자체가 블록체인 위에서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혹은 디파이 시장은 이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초기 시장으로서 점차 해결해 나갈 과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항변들도 모두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결국, 핵심은 사용자

하지만, 이번 칼럼에서 사용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강한 논조로 지적하는 것은 이 부분이 단순히 수많은 기능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디파이의 철학에 해당하는 부분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떠한 비전을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수단은 언제나 변하게 마련이다. 당시 상황이나 제약조건 등에 따라서 그 순간의 최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비전 그 자체가 허구이거나 비전 그 자체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재의 디파이는 과연 그 비전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왜냐하면 2019년부터 이어진 디파이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프로젝트의 출범, 그리고 예치금 증가 등으로 이어졌을 뿐 실질적인 사용자 확대나 사용자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디파이와 시파이를 구분짓는 핵심 개념이자 기준점이 되는 '프라이빗 키를 누가 소유하는가'를 생각하면 앞서 말한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디파이는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 이미 블록체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프라이빗 키를 유저 개인이 소유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개개인에게 무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뜻과 사실상 동의어이다. 프라이빗 키에 대한 분실이나 해킹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대신 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개인들은 투철한 보안의식과 함께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프라이빗 키를 활용하여 스스로의 재산을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과연 이러한 최소한의 요구들이 기존 금융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개개인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1)

이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해킹 사고와 프로토콜 오류로 인한 피해 역시도 사용자 확대에 걸림돌이다. 2020년에만 해킹사건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26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313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이 이자수익과 별개로 나의 자산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는 니즈에서 은행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반복되는 해킹사고는 일반 사용자들이 디파이에 뛰어드는 것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동시에 올해 3월 12일 가상자산 폭락장에서 자동청산 프로토콜과 전체 이더리움 네트워크 오류로 약 400만달러 피해가 발생한 부분 역시도 많은 사용자들이 디파이의 안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디파이로의 진입을 망설이게끔 만든 사례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이 시점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바로 이 안정성 때문이다. 집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은행에 내 소중한 자산을 예치시키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정성은 자산을 여러 곳에 분산하여 보관할 수 있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게 더 민감한 이슈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성 측면에서도 디파이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이미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비대면 대출신청은 더 이상 혁신이 아닌 일상생활에 가깝다. 또한 로그인이나 본인인증에선 6자리 간편 비밀번호도 귀찮아서 지문인식을 사용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기존 금융시스템은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 기치를 내세우며 '더 빨리' '더 편하게'를 추구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테크핀 기업들은 더 나은 사용성을 제공하며 고객들 개인정보와 통제권을 가져갔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더 나은 사용성과 각종 혜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들의 개인정보와 통제권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 찻잔 속의 태풍을 넘어, 진짜 혁신을 위해

디파이가 그저 멋진 목표와 비전들로 가득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사용자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디파이 관련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관심도 커져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관심과 열기는 기존 블록체인 유저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디파이가 본래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존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예치금이나 트래픽을 늘리고자 노력하는 것을 넘어 보안과 사용성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1)

이를 위해서는 디파이를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라보는 대신 구체적인 서비스나 상품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보다 쉽고 안전하게 디파이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함과 동시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디파이의 매력을 느끼게 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탈중앙화 금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파이 프로젝트를 디벨럽하는 재단이나 개발자들은 탈중앙화에 기반하여 프로젝트를 빌드업하되, 탈중앙화를 프로젝트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탈중앙화 금융이 기존 금융보다 사용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옵션이 되어서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디파이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개선된 사용성, 높은 보안, 그리고 정교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비전을 바라보고 디파이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디파이 그 자체가 개개인에게 합리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도록 사용자를 그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디파이 프로젝트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지금처럼 탈중앙화라는 비전만을 제시해서는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핀테크 서비스에 밀려 영원히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박정현 LG유플러스 VAN사업담당 매니저]

박정현 LG유플러스 매니저는 통신사에서 결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이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과 결제를 연관지어 암호화폐가 우리의 실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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