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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스웨덴 ‘현금 없는 사회’ 완충재로 ‘디지털현금’ 주목
스웨덴 E-Krona를 중심으로
김세진
등록일: 2020-06-16  수정일: 2020-06-16


스웨덴은 1661년 유럽에서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국가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2020년 유럽 최초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를 시작한 국가이기도 하다.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뱅크)은 2016년부터 자국 법정화폐 크로나화(SEK)를 디지털화한 이크로나(e-Krona) 연구에 착수했고 지난 2월 액센츄어사와 함께 2021년 2월까지 내부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이같이 적극적으로 현금을 디지털화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금이 사라지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공공재 역할을 수행했던 현금이 소멸하는 데 따른 사회·정치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디지털현금이라는 완충재를 고안한 것이다. 


1. 시장논리에 ‘현금 없는 사회’ 가속화


전세계에서 현금 없는 사회(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차세대 결제시장 주도를 목적으로 핀테크 육성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금이 휴대성, 자금 관리 등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편리한 신용카드, 모바일 간편결제 등에 밀리고 있는 탓이다. 이같은 시장논리에 따라 현금이 감소하는 현상은 스웨덴에서 선명하게 관찰된다. 


△ 스웨덴에서 최근 오프라인 상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010년 39%에서 2018년 13%로 감소했다. 반면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의 카드 결제 비율은 58%에 달한다. [출처: 릭스뱅크]


스웨덴의 현금 소멸은 2006년 화폐유통업무의 대부분을 민간업체인 뱅코맷(Bankomat)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됐다. 뱅코맷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기존 13곳이었던 화폐센터를 2019년 5곳까지 축소했고,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2007년부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카드로만 수납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결제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2012년 스웨덴 민간은행들이 출시한 모바일 송금 서비스 ‘스위시(Swish)’도 현금의 경쟁력 하락에 일조했다. 스위시는 휴대전화 번호와 은행 ID만 있으면 수수료 없이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18년 출시 7년만에 거래액 4400억크로나(한화 약 5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당해 스웨덴에서 최근 오프라인 상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약 13%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캡제미니와 프랑스 은행 비엔피파리바(BNP Paribas)가 발표한 ‘세계 결제 보고서 2018’에서는 스웨덴의 2016년 거주자 대비 비현금 결제건수가 461.5건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무현금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선두국가라고 분석했다. 


2. 무현금사회 이행기에 ‘공공재’로 디지털현금 주목


하지만 현금이 감소하면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현금 사용량이 감소에 따라 현금수송업체, 비은행 현금인출기(ATM) 업체 등 화폐유통 관련 업체도 수익성 악화로 줄어들었고, 전국에 지점이 있는 우체국도 수익성 악화로 금융업무를 중단한 것이다. 이는 곧 고령층, 장애인, 산간벽지지역 주민들이 현금에 접근할 수 없어 거래가 어려워지는 금융소외 현상을 야기했다. 이와 함께 소수 기업의 지급서비스 독점, 지급결제시스템 경쟁력 약화, 상업은행의 마이너스 예금금리 부과에 대한 방어수단 부족, 디플레이션 시기 안전투자수단 상실 등 중앙은행의 권한을 위협하는 정치적인 문제도 대두했다. 


결제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핀테크 육성 정책을 펼쳤지만 공공재 성격을 띈 현금의 기능이 약화하면서 각종 문제를 초래하자 스웨덴이 꺼낸 절충안은 CBDC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합한 본원통화(M0)의 일부를 디지털화한 것으로 디지털현금으로도 불린다. 지류 현금을 디지털화해 결제 편리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현금의 시장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지급결제 부문에서 통화관리 주도권을 확보해 공공성을 확대한다는 의도다.


즉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확대해 민간 결제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통화정책수단이자 공적자금 지급결제수단 및 금융소외계층이 접근할 수 있는 결제수단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협의통화(M1)와 광의통화(M2) 등 파생통화단이 신용카드, 모바일 간편결제로 이미 디지털화돼있어 기존 M1 현금의 일부만을 디지털화하는 CBDC가 효율적인 이유도 고려됐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2019년 11월 보고서에서 “신기술에 의해 촉진되는 결제 시장의 변화는 유익하지만, 은행 지점이 문을 닫음에 따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무선결제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산간벽지 주민들의 지급결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현금이 없는 미래에도 일반인이 중앙은행의 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형태의 이크로나를 발행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CBDC 발행 목적을 밝혔다. 현금 소멸이 시장논리에 따른 결과였다면, 디지털현금은 시장성과 공공성의 절충에서 시작됐다. 


3. 디지털현금, 금융소외 해결에 방점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완충하는 도구로 CBDC에 선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2018년 5월 스웨덴 중앙은행 조사 결과 스웨덴 산간벽지지역 주민의 35%가 현금사용 감소 추세에 불만을 드러낼 정도로 현금 소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점을 반영한 결과다. 


△ 스웨덴 이크로나구조 [출처: 릭스뱅크]


이크로나는 금융소외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금융소외계층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일반인이 24시간 모바일 앱 전자지갑을 통해 이크로나를 입금, 송금, 결제를 할 수 있고, 스마트워치, 카드 등 웨어러블 기기로도 결제할 수 있는 구조로 연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컨소시엄 R3가 분산원장기술(DLT)로 만든 코다 솔루션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크로나 개발과 함께 관련 제도 연구와 외부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2019년 11월 스웨덴 중앙은행은 중앙은행에 이크로나를 발행할 수 있는 법률적 지위 부여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 설립 제안서를 의회(Riksdag)에 제출했다고 밝혔고, 최근 4월에는 이크로나의 공급 및 상환을 담당하는 거액결제시스템(RIX-INST)을 유로시스템(ECB)의 유로화 실시간 지급결제서비스(TIPS) 플랫폼에 연결하는 계약을 체결, 개발을 가속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CBDC 개발단계는 가장 앞섰지만, 아직 출시 이전 테스트 단계로 구체적 형태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웨덴이 무현금사회에 대비해 공공재였던 기존 현금을 보완하는 도구로 CBDC에 접근하는 방식은 신용카드와 모바일결제 비율이 높은 타 국가들에게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고 있다. 


[김세진 기자]


<관련 기사> [심층분석] 미국 디지털 달러, 어디까지 왔나

[심층분석] 중국 CBDC가 직면한 과제 3가지


*참고 자료

Capgemini and BNP Paribas(2018), “The World Payments Report 2018”, Capgemini and BNP Paribas.

O Ward, S Rochemont(2019), “Understanding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CBDC)”, The Institute and Faculty of Actuaries(IFoA).

Riksbank(2019), “Payments in Sweden 2019”, Riksbank.

E-Krona, Riksbnak, accessed June 9. 2020, https://www.riksbank.se/en-gb/payments--cash/e-krona/.

김의석(2020), “디지털화폐와 화폐 변천과정에 관한 문헌적 연구: 동적패턴, CBDC, 리브라를 중심으로”, 한국전자거래학회.

이명활(2020), “스웨덴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범사업 추진”, 한국금융연구원.

이수정(2020), “스웨덴, 첨단 디지털 테크와 아날로그 휴먼테크의 동침”, 코트라 스웨덴스톡홀름무역관.

정혜림 외(2020),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현황”, 한국은행.

한국은행(2020), “최근 「현금없는 사회」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동연구소.

한국은행(2020),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 현황(기술검토 진행상황을 中心으로)”, 동연구소.

泰和泰,全球央行數字貨幣研發概覽:公私合作成普遍趋势,騰訊新聞,2020年6月12日檢索, https://wxn.qq.com/cmsid/20200509A06IT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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