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더리움#column
자율 동아리로 진화한 이더리움 교실
이기호
등록일: 2019-10-25  수정일: 2019-10-25
이더리움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조직해 활동할 수 있다. /사진 제공=빅스톡
▲ 이더리움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조직해 활동할 수 있다. /사진 제공=빅스톡

비트코인 교실은 10년간 선생님이 없이도 청결과 정숙을 유지해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학생은 교실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십분 활용하는 방안을 새로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누군가의 지시 없이도 자발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규칙을 지킬 수 있다면, 떠든 사람 이름을 적는 것 외에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중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라는 학생은 새로운 교실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친구들을 설득한다. 부테린은 비트코인 교실에서 사탕을 얼마간 모금하고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공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2015년 7월 30일에 새로이 열린 교실의 이름이 바로 이더리움(Ethereum)이다.

비트코인과 같게, 또 다르게

이더리움 교실은 기본적으로 비트코인 교실의 특징을 대부분 계승했다. 교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Open), 학생의 국적을 따지지 않으며(Borderless), 칠판에 어떠한 내용을 쓰더라도 상관없으며(Neutral), 한 번 쓰인 내용을 지울 수 없으며(Censorship-resistant), 선생님 대신에 여러 학생이 함께(Decentralized) 이 교실과 칠판을 관리한다.

이더리움 교실이 내세우는 궁극적인 목표는 교실 내에 학생들이 다양한 조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이다. 이를 위해 부테린은 여러 규칙을 새로이 도입했다. 이제 더 이상 비트코인 교실이 아니므로 이 교실에서만 사용하는 이더(Ether)라는 새로운 사탕을 만들었다. 그래서 분필을 쥐기 위해 열심히 청소한 학생에게 이 사탕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칠판에는 떠든 사람 이름 대신에 다양한 약속을 적어둘 수 있도록 했다.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맞추면 약속은 자동으로 이행된다. 이를테면 1교시에는 방송반이 교실 중 4분의 1을 쓰겠다는 것이다. 부테린은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고 명명했다.

또한 다국적 학생이 모이는 교실이기에 솔리디티(Solidity)라는 언어로 통일하여 칠판에 적기로 했다. 물론 칠판에 적는 친구가 아무리 손이 빠르더라도 모든 내용을 제한된 시간에 쓸 수 없으므로, 그리고 칠판에 써야만 교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칠판에 약속을 적고 싶은 학생은 사탕을 쪼개서 대가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를 가스(Gas)라고 한다.

이더리움 교실은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러 약속에 포함된 모든 권리, 즉 동아리 활동권이나 교실 사용권 등을 학생 스스로 주장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블록체인 세상에서 칠판에 기록해둔 권리를 토큰(Token)이라고 부른다. 이 토큰은 화폐나 자산, 수집 용도의 특징을 기본적으로 갖는다. 또한 자원의 사용과 접근, 조직의 지분과 투표, 신원 또는 증명, 서비스 사용 등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토큰이 갖는 권리의 속성에 따라서 칠판에 기록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학생들끼리 권리를 자유롭게 주고받고자 할 때에는 ERC20이라는 필기 방법을 대중적으로 사용한다. 만약 수집 용도의 권리를 기록할 때에는 일련번호를 함께 작성할 수 있는 ERC721이라는 필기 방법을 사용한다. 토큰이 한 학생의 신원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ERC1238이라는 필기 방법을 사용해 권리를 넘겨줄 수 없도록 한다.

자생적 조직으로서의 동아리

이더리움 교실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의 조합은 학생들이 다양한 목표를 갖는 동아리를 스스로 구성하도록 했다. 미술 동아리를 예로 들어보자. 이 동아리에서 멋진 유화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겠다고 목표를 세운다. 작품 제작을 위해 동아리 부원들이 사탕을 모아서 캔버스와 물감 등을 구입해 공동으로 작업한다. 어떤 부원이 얼마만큼 기여했는지에 따라서 ERC20 필기 방법으로 토큰이 기록된다. 이후 작품을 교실에서 전시하며 관람료로 사탕을 받는다. 수익으로 얻은 사탕은 각 부원이 보유한 토큰에 따라서 자동으로 나눠진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학생이 관람료로 얻을 수익을 꼼꼼히 계산해본다. 이들은 동아리 부원에게 접근해 지금 관람료의 몇 배를 줄 테니 토큰을 팔라고 한다. 되짚어보면 현실 세계의 주식회사가 갖추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나 동아리 부원의 기여도가 자동으로 반영돼 수익이 바로 나눠진다는 것이 다른 점 같다. 이렇듯 이 학교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조직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탈 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라고 부른다.

이더리움 교실은 계속해서 발전 중이다. 현재 이 교실에는 비트코인 교실에서 함께 지내던 마이닝 풀 친구들이 청소를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부테린은 굳이 힘들게 청소까지 해서 분필을 쥐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따라서 한 학생이 일정 개수 이상의 사탕을 갖고 있다면 교실, 그리고 규칙을 지킬 것이라고 간주하고 분필을 쥘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를 지분 증명 방식(Proof-of-Stake)이라고 부른다. 또한 여러 학생이 교실에 적용할 새로운 기술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보고 있다. 이처럼 이더리움 교실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을 레이어 2(Layer 2) 솔루션이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캐스퍼(Capser), 플라스마(Plasma), 샤딩(Sharding)이라는 이름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여러 학생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부테린이 이 교실을 만들면서 목표로 했던 "블록체인상의 스마트 컨트랙트와 자율 조직을 위한 궁극적인 플랫폼(The Ultimate Smart Contract and Autonomous Corporation Platform on the Blockchain)"이라는 급훈을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

[이기호 EOS 얼라이언스 매니저]

이기호 EOS 얼라이언스 매니저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인 EOS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블록체인 전문가다. EOS 얼라이언스에서 한국 담당 매니저를 맡고 있으며 EOS의 출범부터 현재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꿰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거버넌스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학교에 빗대 알기 쉽게 풀어쓰는 기획을 연재한다.

Proof of Value 2019 · Shang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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