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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대한민국 법률에서 어떻게 정의돼 있나? (1)
이진영
등록일: 2019-10-22  수정일: 2019-10-22
암호화폐는 대한민국 법률에서 어떻게 정의돼 있나 /사진=픽사베이
▲ 암호화폐는 대한민국 법률에서 어떻게 정의돼 있나 /사진=픽사베이

우리 법률에는 해당 법률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정의를 규정해 놓고 있는 경우가 다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는 ‘정의(定義)’조항을 두고 ‘전자금융거래’가 무엇인지, ‘금융회사’에는 어떠한 기관이나 사업자가 해당되는지, ‘접근매체’란 무엇을 말하는지 등 해당 법률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한 개의 조문에 망라하여 규정하고 있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제3조에 위 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투자상품’의 정의를, 제4조에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증권’의 정의를 규정하여 각각 개별 조문에서 용어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서 규정한 용어의 정의는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히 해주고, 법률의 해석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적용 대상의 법적 성격이나 적용될 수 있는 관계 법률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암호화폐(암호화폐 또한 법적 용어로 볼 수 없으나, 아래에서 언급할 용어들과 구별될 수 있도록 여기서는 암호화폐라고 칭하기로 한다)를 법률에서 정의한다면 암호화폐의 개념은 물론 암호화폐의 범위, 법적 성격, 적용 가능 법률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나아가 법률에서 그 정의를 규정한다는 것은 제도로서 편입하여 공적 규율의 대상임을 명백히 하는 것이 된다. 암호화폐 관계자 대부분이 암호화폐에 대한 입법을 요구하는 이유는 법적 제도화와 규율을 통한 법적 안정성을 갖추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재까지는 암호화폐를 정의하고 있거나, 암호화폐를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협회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IT, 블록체인특별위원회(필자도 위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를 발족하여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안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입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확립된 정의나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 법무부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대한 언급은 있었어도 '암호화폐가 무엇이다'라고 공식적으로 정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즉 아직까지 암호화폐의 법적 의미에 대하여 이렇다 할 만한 유권적 정의나 법률상의 정의는 없다는 것이다.

◆ 대법원 "비트코인은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

다만 2018년 우리 대법원은 암호화폐를 가상화폐라고 명칭하고, 비트코인(Bitcoin)을 가상화폐의 일종이라고 판시한 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요범죄에 있어서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도3619 판결). 이는 비트코인을 통하여 가상화폐의 의미와 법적 성격을 어느 정도 정의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회원국으로 있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FATF)는 올해 6월 RBA(Risk-Based Approch) 지침을 내놓으면서, 암호화폐를 실질적으로 가상자산(Virtual Assets)이라고 명명하고 용어 해설 목록(Glossary)에서 그 정의를 아래와 같이 업데이트하였다. {FATF의 2014년 보고서(FATF Report Key Definitions and Potential AML/CFT Risks)와 2015년 RBA 지침에서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고 하였으나, 화폐적 기능과 요소를 배제한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화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 자산(Virtual Asset)이란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되거나 이전되며, 지불이나 투자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디지털화된 가치(Value)의 표상으로서 법정 화폐나 증권, 기타 금융자산의 디지털 표상은 포함하지 않는다(A virtual asset is a digital representation of value that can be digitally traded, or transferred, and can be used for payment or investment purposes. Virtual assets do not include digital representations of fiat currencies, securities and other financial assets that are already covered elsewhere in the FATF Recommendations).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FATF의 옵서버로 참여하였다가 2009년 정식회원국이 되었다. FATF의 가이드라인(권고안)은 회원국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다. FATF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경우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AML) 및 반테러자금(Counter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CFT)에 대한 조치와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보아 국제적인 금융거래에 있어서 신용과 신뢰를 떨어뜨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특금법 개정안 통해 가상자산 정의할 듯

우리나라도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는데, 바로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라 함)이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아는 바와 같이 올해 6월 FATF 총회에서 가상자산(Virtual Assets)과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에 대한 지침(Guidance)이 채택되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이 지침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암호화폐에 대하여 어떠한 입법도 제도도 만들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던 우리나라는 2020년 6월까지 FATF 지침에 맞는 입법을 하거나 상응하는 제도화를 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FATF의 지침을 보면 암호화폐거래소에 등록의무나 송금인, 수령인의 식별의무, 고액거래보고(CTR) 혐의거래보고(STR) 의무 등을 부과하여야 하고, 일반 이용자들을 규율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행정조치로는 부족하고 결국 암호화폐에 대한 입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현행 '특금법'을 개정하여 FATF의 지침에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특금법을 개정하는 경우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하여 이미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이에 대하여는 차회에 계속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진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이진영변호사는 쉬운 법률 설명과 판례 해석으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인지도가 높은 필자다. 대한변호사협회의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스트리트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률 내용과 판례를 일반인의 눈높이로 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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