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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된 금융거래 환경 구축하는 베가 프로토콜
김도윤
등록일: 2019-10-16  수정일: 2019-10-16

옥수수 판매 수입에 의존하는 농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확철에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농부는 큰돈을 번다. 반면 옥수수 가격이 폭락하면 생계유지가 어려워진다. 농부는 큰돈을 벌기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받기를 바란다. 이때 농부와 구매자는 수확철에 옥수수를 일정한 가격에 거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도거래는 농부와 구매자 모두에게 가격 변동 위험을 줄여준다.

 

선도거래는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으로 발전했다. 파생상품은 주식·채권·통화·원자재 등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파생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거래 기법에 따라 선도거래·선물·옵션·스왑 등으로 분류한다. 처음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용도로 설계됐으나 금융시장에서는 투자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파생상품 자체가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여서다. 구매자는 가격 변동 위험을 감수한 대신 보다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구매자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파생상품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제도권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국내 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투자자의 코스피200 선물/옵션시장 거래 규모는 1800조원,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4.78조 달러(한화 약 5663조원)에 달한다. 특히 1계약 당 원유 1000배럴을 거래하는 크루드 오일 선물의 거래대금은 8241억 달러(한화 약 976조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가지수 연계 상품 뿐만 아니라 석유, 원자재선물 등 실수요 상품에 대한 수요도 많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도 등장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옵션상품, 백트(Bakkt)의 실물인수도 방식 비트코인 선물거래 등이다. 제도권 금융시장에서도 암호화폐 기반 파생상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베가 프로토콜은 더 나아가 선물/옵션 거래소도 탈중앙화 하자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유형의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렇다면 베가는 어떤 금융거래 환경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베가에서 만들고자 하는 탈중앙화된 금융 인프라에 대해 살펴봤다.



베가 프로토콜

베가 프로토콜은 탈중앙화된 마진 트레이딩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공공 또는 개인 네트워크에서 익명으로 자동화된 엔드-투-엔드(end-to-end)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스템에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가 활용됐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한다. 베가는 기관 투자자가 아닌 개인 참여자도 쉽게 파생상품 거래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베가는 파생상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팀은 아니다. 오픈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다. 업비트나 코인원 같은 거래 환경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한다. 다만 초기에는 베가 팀도 직접 파생상품을 디자인해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참여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바니 매너링스 베가 프로토콜 대표는 “사용자의 피드백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이를 반영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과정을 반복하는 애자일 방법을 통해 빠르게 모델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베가는 개발자를 지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가는 ▲REST ▲Grpc API ▲GraphQL API 등 여러 API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REST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때 프로토콜과 기술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도와주는 API다. gRPC API로는 고성능 백엔드 서비스를 작성할 수 있다. 프론트 엔드 개발자에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제작을 돕는 GraphQL API가 제공된다. 주문, 체결 내역, 잔액 등 거래 관련 데이터도 API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베가는 참여자가 파생상품 시장을 형성·운영할 때 발생하는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탈중앙화된 거래 환경을 만들려는 이유

기존 파생상품 시장은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했다. 자연스럽게 진입장벽도 높아졌다. 바니 대표는 소수의 플레이어가 많은 제어권을 갖고 있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그는 “중앙 집중식 시장 운영자, 브로커, 은행 등 여러 중개인에게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참여자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바니 대표는 “참여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중개인을 제거하고, 상품 가격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거래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화된 운영 구조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참여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래할 수 있는 상품 유형이 제한적이어서 많은 참가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베가는 참여자가 직접 파생상품을 구성하게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바니 대표는 “스스로 비용을 통제하며 수요 예측을 통해 올바른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베가의 목표”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흔히 파생상품의 범위는 인간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거래하는 상대방과 조건만 맞으면 어떠한 종류의 상품도 만들 수 있어서다. 일례로 토털 리턴 스왑(total return swap)은 증거금 제도를 무력하게 한다. 가령 A가 주식을 사면, 특정한 날에 그 주식으로 인한 이익이나 손실만 B가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른 변칙적인 형태의 파생상품도 리스크 판단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게다가 파생상품은 연쇄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부실 부동산담보대출을 매개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 판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거래상대방 리스크는 계약 체결 당사자가 상환·결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위험이다. 보통 주식시장에서는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금과 증권을 교환하는 과정이 3일 만에 완료돼서다. 하지만 많은 파생상품 계약은 무담보 거래로 이뤄진다. 만기일까지 상대방의 신용에 의존해야 한다. 계약으로 인한 청구권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쌓이면 계약 체결 당사자는 상환·결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

 

베가 프로토콜은 자체 설계한 리스크 모델을 통해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관리한다. 참여자는 특정 파생상품을 매입할 때 매매 대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증거금을 네트워크에 예치해야 한다. 이때 증거금 규모는 포지션을 정리할 때 발생하는 가격 변동성도 고려해서 결정된다. 매입한 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면 도중에 청산될 수 있다. 바니 대표는 “네트워크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손실 위험을 갖게 되면 계약은 자동으로 정리된다”며 “최악의 경우에도 참여자가 증거금을 잃는 선에서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파생상품의 평가절하로 인한 연쇄반응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해칠 위협이 있는 참여자를 통제할 방법도 필요하다. 누군가 리스크 모델의 제어 범위를 벗어난 상품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가는 베가 팀에서 시장을 직접 통제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베가 네트워크가 탈중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네트워크 토큰 보유자들이 시장을 관리한다. 참여자가 새로운 시장 개설을 요청하면 토큰 보유자는 투표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개설된 시장도 네트워크에 큰 손실을 줄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면 투표를 통해 폐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베가는 암호학을 통한 컴플라이언스 검증 및 제한된 주문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베가 프로토콜 사용자가 그들의 신분 및 준수해야 하는 규제에 대한 증명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면 참여자는 주문할 때 거래할 수 있는 상대방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100비트코인 이상을 보유한 한국인만 거래에 참여하게 하는 식이다. 프로토콜은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거래가 체결되도록 한다. 사용자가 거래 안정성을 높이고, 각국의 규제를 위반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셈이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

베가 팀은 현재 코어 프로토콜의 첫 번째 버전을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 버전이 완성되면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후 오픈 테스트넷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식 서비스는 2020년 중·후반 무렵에 오픈한다는 목표다.

 

생태계 확장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베가 팀은 프로토콜의 검증인, 스테이킹 모델, 시장 인센티브, API 등 프로토콜 기능 관련 세부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바니 대표는 “이러한 기능으로 보안 강화, 시장 창출, 참여자 보상, 개발자 생태계 구축을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탈중앙화된 시장의 공정성과 거래에 최적화된 합의 프로토콜에 관한 연구’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및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

베가는 아시아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바니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소매 및 상업 인프라는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사용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며 “라인 링크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능성은 새로운 유형의 금융상품을 만들려는 베가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베가는 한국 시장을 기점으로 각국에 차례로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 시장은 아직 암호화폐 파생상품 관련 규제가 완비되어 있지 않아서 진출 거점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베가는 시장 진출 전략으로 커뮤니티 형성을 내세웠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발자 및 사용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바니 대표는 “한국에서는 현지 투자사인 해시드와 함께 활발한 커뮤니티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며 “디파인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블록체인 행사에 참여해 사람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또 베가 팀은 웹사이트 및 관련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할 계획을 밝혔다. 언어장벽을 없애 사용자가 베가 프로젝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베가 팀은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김도윤 기자]

Proof of Value 2019 · Shang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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