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olumn
페이스북의 위대한 혹은 무모한 도전 '리브라'
박정현
등록일: 2019-10-08  수정일: 2019-10-08

'서울에 사는 김 모군은 이번 가을에 뉴욕으로 여행을 가면서 미리 환전을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계정 내의 ×××를 여행 경비로 쓸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숙박과 항공권도 페이스북 내에서 부킹닷컴을 통해 미리 결제했다. ×××를 통해서 결제한 덕분에 추가로 5%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뉴욕에 도착해서는 ×××로 우버를 타고, 타임스스퀘어 근처 비자나 마스터 로고가 붙어 있는 상점에서 ×××를 통해 결제한다(비자와 마스터도 ××× 연합에 속해 있다). 이전처럼 한국에 돌아와서 잔돈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과연 ×××는 무엇일까? 바로 '리브라' 코인이다. '리브라'는 현재 2020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페이스북이 발행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가상화폐다. 위 이야기는 오늘 소개할 리브라 코인이 계획하고 있는 것 중 일부를 상상해 본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상상력에 기반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몇몇 분들은 "그거 다 사기 아냐?" "또 뭐 투자하라는 거겠지"라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오늘 얘기할 리브라는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코인들과는 3가지 포인트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이 3가지 포인트를 통해 우리는 왜 리브라에 대해서 수많은 전문가와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리브라 생태계/사진=https://libra.org/en-US/partners

▲ 리브라 생태계/사진=https://libra.org/en-US/partners

첫 번째 포인트는 실질적인 사용처가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가장 큰 비난 중 하나는 "그래서 그걸 어디에 쓸 건데?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일 것이다. 여전히 비트코인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리브라는 이러한 비난과 우려를 '리브라 연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리브라 연합에는 현재 부킹 홀딩스(부킹닷컴·아고다·카약 등 여행 관련 업체 보유), 이베이, 파페치(해외 직구 패션 사이트)부터 리프트·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용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페이스북은 자체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이커머스 진출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내에서도 리브라를 통해 물건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두 번째 포인트는 리브라 코인의 발행 주체가 바로 '페이스북'이라는 점이다. 가상화폐 발행 주체로서 페이스북의 중요성과 파급효과는 일간 활성 사용자(DAU) 수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페이스북의 2019년 2분기 DAU는 약 15억87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DAU도 2019년 1월 기준 5억명을 돌파했다. 이것은 기존 가상화폐 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치명적 결함인 '대중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많은 가상화폐 업체들이 저마다 포부를 갖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지만,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로저 버는 비트코인 캐시의 대중화를 위해 지갑을 설치만 해도 약 1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내줬다. 당시 그가 이렇게 '돈을 뿌렸던' 이유는 대중이 보다 쉽게 가상화폐를 접하고 사용하도록 유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가상화폐를 발행하게 된다면 이러한 장애물을 손쉽게 넘어서서 약 15억87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만약 정말로 15억명 넘는 사람들이 리브라를 쓰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매일매일 열심히 일해서 벌고 있는 우리의 월급의 기반은 '원'이라는 통화에 기반한다. 그런데 이 '원'이라는 통화를 쓰는 사람들은 고작 500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세 번째 포인트는 리브라 코인의 발행 목적이 대다수의 코인들과 달리 '투자금 유치'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서 많은 가상화폐 업체들이 초기 개발자금을 모집했다. 즉, 많은 가상화폐들이 그 자체로서 가치나 기능을 보유하기보다 투자금 유치라는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이용됐다. 그러다 보니 가상화폐가 사기, 다단계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급증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대신에 리브라 그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서 출시하고자 한다.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설계돼 기존 통화(현재 보도된 바에 의하면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싱가포르 달러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위안화는 제외됐다고 한다)와 연동되어 그 가치를 보장받는다. 이 점은 많은 사람들이 기존 가상화폐에 대해 가지는 '투기' '극심한 시세 변동' '불안정성' 등과 같은 부정적 견해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보여진다. 거기에 덧붙여 페이스북은 '리브라 리저브'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대중이 리브라를 신뢰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리브라 리저브'는 리브라의 가치를 담보·유지하는 자산으로서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같은 개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리브라를 실체 없는 가짜가 아닌 실질적 가치를 지닌 대상 혹은 화폐로 바라볼 수 있다. 왜냐하면 화폐의 3가지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수단을 다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3가지 기능을 현재 화폐들만큼 제공할 수 있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처럼 기존 화폐도 화폐로서 그 존재가치를 잃을 수 있듯이 리브라 역시도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리브라가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러한 상상들을 현실로 바꿔줄지 아닐지에 대해서 아직은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어쩌면 김군의 여행 이야기를 넘어서는 보다 혁신적인 세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 모든 것이 일장춘몽에 불과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현 LG유플러스 VAN사업담당 매니저]

[용어] 스테이블 코인 : 기존 화폐 또는 실물자산과 연동시켜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상화폐를 의미한다. 본문에 언급한 리브라는 이 중에서도 기존의 화폐를 통해 가치를 담보하는 법정화폐 담보형(Fiat-Collateralized Stablecoin)에 속한다.

※자료 =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346167/facebook-global-dau/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730315/instagram-stories-dau/


박정현 LG유플러스 매니저는 통신사에서 결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이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과 결제를 연관지어 암호화폐가 우리의 실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소개할 예정이다.

Proof of Value 2019 · Shanghai
북마크
좋아요 : 1
공유
https://dstreet.io/news/view-detail?id=N20191008141512834550
URL복사
댓글 0
댓글쓰기
댓글 쓰기
에어드랍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