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olumn
블록체인 킬러앱을 찾아서
블록체인으로 들어오는 대기업들
홍승진
등록일: 2019-10-01  수정일: 2019-10-08

삼성, LG 등 기존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IT 대기업들, 그리고 은행과 증권사들까지 블록체인으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지갑의 개인키(private key)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저장소인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갤럭시 폰에 탑재하는가 하면, 무선사업부에 블록체인TF를 만들어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삼성SDS와 LG CNS는 각각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와 모나체인을 만들고 있다. KB국민, 신한은행 등 은행들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거나 업무협약 등을 통해 직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뉴스를 검색해 보면 수많은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X(GroundX)를 통해 클레이튼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직접 만들어 올해 6월 24일에 론칭하였고, 클레이튼 블록체인에는 네트워크를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인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이 있는데 여기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각 분야의 여러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에는 클레이(KLAY)라는 암호화폐도 이미 발행돼 있다.

클레이튼 블록체인 생태계(https://www.klaytn.com/governance-council)
▲ 클레이튼 블록체인 생태계(https://www.klaytn.com/governance-council)

라인은 카카오보다도 훨씬 빠른 2018년 8월 23일에 링크(LINK)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론칭했고, 이미 450만개 이상의 링크 코인이 발행돼 비트박스 거래소를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글 작성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3720만달러(약 441억원)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찾고 있는 것: 킬러앱(Killer App)
이들 대기업이 블록체인에 들어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수많은 일반 대중이 사용할 애플리케이션, 즉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이다. 블록체인에서 '킬러앱'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대중화돼 보통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필수적인데, 모두가 오래전부터 찾고 있지만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해서 이제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블록체인 킬러앱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힌트를 얻기 위해 블록체인 이전에 있었던 두 가지 메가 트렌드였던 PC와 인터넷 시절에는 무엇이 킬러앱이었는지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PC를 대중화시킨 킬러앱: 비지칼크(VisiCalc) (1979년)

PC를 대중화시킨 킬러앱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비지칼크(VisiCalc; Visual Calculator의 약자)라는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였다. 요즘에도 흔히 사용하는 엑셀의 초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1979년에 출시된 애플Ⅱ 컴퓨터에 처음으로 공개됐던 비지칼크는 그 프로그램이 주는 가치와 효용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엑셀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휴대용 전자계산기로 수많은 계산들을 수동으로 다 하는 세상을 생각해보자), 100달러짜리 이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해 사람들은 1300~2600달러나 들여 애플Ⅱ 컴퓨터를 구입할 정도로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비지칼크라는 이 킬러앱 덕분에 그동안 극히 일부 사람들만 사용하던 컴퓨터가(당시 컴퓨터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정 취미에 아주 열심인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는 하비스트(hobbyist)라고 불렸다) 일반사람들에게까지 퍼지게 된 것이다.

VisiCalc 소프트웨어 (1979년)
▲ VisiCalc 소프트웨어 (1979년)

당시 애플Ⅱ 컴퓨터 광고 속 컴퓨터 화면을 보면 비지칼크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애플II 컴퓨터 광고
▲ 애플II 컴퓨터 광고

◆인터넷을 대중화시킨 킬러앱: 모자이크(Mosaic)/넷스케이프(Netscape) (1993년)

첫 인터넷 브라우저인 모자이크가 나오기 전인 1992~1993년은 웹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1992년에 전 세계에 10개밖에 없었던 웹사이트는 1993년에 130개, 1994년에 2738개로 늘어나더니 1995년에 수만개, 1996년에 수십만 개로 되고, 1997년에는 100만개를 넘길 정도로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다.

인터넷 웹사이트 현황(https://jonathangray.org/2017/10/09/total-websites-on-the-internet/)
▲ 인터넷 웹사이트 현황(https://jonathangray.org/2017/10/09/total-websites-on-the-internet/)

당시 컴퓨터는 이미 가정에 많이 들어와 있었고 PC에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이용한 운영체제인 윈도 3.0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우스로 무언가를 클릭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익숙했다. 그런데 웹사이트 개수가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이 당시 웹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윈도 3.0과 같은 GUI가 아닌 복잡한 유닉스(Unix) 터미널 창을 실행시켜서 사용해야 했다.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이 점에 주목해서 모자이크(Mosaic)라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들어 웹도 일반 컴퓨터를 사용하듯이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하는 웹사이트를 볼 수 있도록 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Mosaic (1993)
▲ Mosaic (1993)

당시를 돌아보면, 비지칼크와 모자이크 모두 당시의 일반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효용을 정확하게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들 소프트웨어가 킬러앱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인프라(이미 가정에 많이 있던 PC들, 급속히 늘어나는 웹사이트 개수)도 이미 준비돼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블록체인을 대중화시킬 킬러앱은 어디서 나올까?

블록체인이 만약 컴퓨터와 인터넷처럼 미래에 널리 대중화가 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당연히 비지칼크나 모자이크와 같은 킬러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그 킬러앱은 어디서 나올까? 대기업이 잘 만들 수 있을까?

◆킬러앱은 스타트업에서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대부분의 킬러앱들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첫 인터넷 브라우저였던 모자이크는 물론이고, 그 이후의 수많은 킬러앱들(Yahoo, Google, YouTube, Facebook, Twitter, Instagram, WhatsApp, Uber / 네이버(검색, 지식인), 싸이월드, 카카오톡, 김기사, 애니팡 등등)을 생각해보면 PC나 인터넷, 모바일과 같은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올 때 기존의 강자들이 킬러앱을 찍어서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고,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킬러앱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아주 큰 메가트렌드가 시작될 때 그 트렌드는 대부분 아주 조그마한 분야에서 극소수의 사용자들로부터 시작되고 그래서 초기에는 무시할 만큼 작아보이기 때문에 인력, 자금과 같은 리소스를 모두 갖춘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incumbents)들이 킬러앱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서 결국 스타트업이 킬러앱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1993년 전 세계에 웹사이트가 130개밖에 없었던 인터넷을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과연 다음의 큰 물결(next big thing)이 되리라고 누가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1993년 당시 이미 윈도로 PC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력과 자원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들지 못했까? 이에 대해 당시 부사장이었던 스티브 발머는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95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고, 모자이크를 만들었던 마크 앤드리슨의 팀처럼 다른 우선순위 없이 하나의 상품에만 100% 열정적으로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한다.

대기업이 킬러앱을 잘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잘 되는 기존의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우선순위의 문제), PC와 인터넷처럼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그것이 나타났을 때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어떤 것이 되는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하고 (또 망하고), 그 수많은 망한 스타트업들의 시체 위에 하나가 살아남아 그것이 킬러앱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즉, 기술이 기존의 기술과 다르면 다를수록 어떤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먹힐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찍어 맞추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닐까.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블록체인의 킬러앱도 그것이 무엇이 됐든 대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서비스가 블록체인 킬러앱이 될까?
앞서 이야기한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먹히는 하나의 블록체인 킬러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가 킬러앱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 PC와 인터넷 시절 킬러앱을 만들었던 모자이크의 마크 앤드리슨과 비지칼크를 만들었던 댄 브리클린의 이야기로부터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Dan Bricklin(댄 브리클린): VisiCalc

비지칼크(VisiCal)를 만들었던 댄 브리클린은 2006년 인터뷰에서 "VisiCalc를 처음 착안했을 때 그렇게 크게 성공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하면서, 현실적이 될 것("be practical")을 강조한다.

(인터뷰 의역) "저는 VisiCalc가 크게 성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책상에 다 컴퓨터가 올라갈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했던 사실이지만, 그동안 오피스에 컴퓨터의 보급 속도가 느렸던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컴퓨터 보급에 많은 장애물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생각을 할 때 '현실적'이어야만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저도 어릴 때부터인 1950년도 60년대 초부터 10년 내로 TV가 벽에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은 40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저에게는 VisiCalc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의 비즈니스에 분명해 보였지만(또 그래서 생각한 대로 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에게는 워드 프로세서도 널리 사용될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그것은 또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따라서 큰 성공을 바라더라도 만일을 위해 현실적이 돼야 합니다."

즉, 어떠한 기술이 널리 퍼져 있는 이상적인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실제 사람들이 사용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는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Marc Andreessen(마크 앤드리슨): Mosaic/Netscape

Mosaic/Netscape를 만들었고 지금은 앤드리슨 호로비츠(Andreessen Horowitz)라는 벤처캐피털에서 블록체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는 마크 앤드리슨은 2014년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Why Bitcoin Matters (왜 비트코인이 중요한가)"라는 글에서, 비트코인의 네 가지 쓰임새(use case)를 예상했다.

▷해외 송금(international remittance)-너무 높은 수수료

▷전통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뱅킹(global payment system for the people outside of the traditional financial system)

▷소액결제(micropayments)-content monetization 등

▷공개 지불(public payments)-TV 중계에서 "나에게 비트코인을 보내주세요!(Send me Bitcoin!)"라는 QR 코드가 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익명의 송금인들부터 2만5000달러를 받은 사례

현시점에서 2014년의 글에 쓰여 있는 위 네 가지 쓰임새를 바탕으로 한 이렇다 할 킬러앱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가 예상했던 쓰임새대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고(필자도 비트코인을 지불용으로 실사용하고 있다), 관련하여 많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킬러앱을 찾아서
인터넷이 생기면서 '정보'를 국경 없이 누군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전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할 수 없었던 '가치'를 국경 없이 누군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이제 왔다. 이 특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지는 아직 아무도 정확히 모르고 있지만, 그냥 조그마한 해프닝으로 끝나기에는 블록체인은 너무 큰 기술인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이 흔하게 쓰는 블록체인 킬러앱이라는 것이 과연 나온다면, 그 킬러앱은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킬러앱을 찾아내기 위해 남은 것은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도전일 것이고, 수많은 실패한 도전 중에 한두 개가 살아남아 일반 대중에게 퍼지면서 그제서야 드디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가지는 가치와 효용이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퍼질 수 있을 것이다.

[홍승진 두손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홍승진 두손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풍부한 이공계 지식과 다양한 스타트업 경험을 보유한 법조계 인사다. 스탠포드 대학 기계공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팝조이, 더벤처스 등에서 감사를 역임한 바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관련 법규 뿐 아니라 거버넌스, 토큰 이코노미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스트리트 커뮤니티 광고
북마크
좋아요 : 2
공유
https://dstreet.io/news/view-detail?id=N20191001104055768173
URL복사
댓글 0
댓글쓰기
댓글 쓰기
삼성 멀티캠퍼스 교육광고 20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