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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 “특금법 통과돼도 실명계좌 발급 여전히 힘들다”
암호화폐 거래 제도화 기획 ② 은행, 법률 공백 무시하고 선제적 발급 ‘어렵다’ 입장
김세진
등록일: 2019-09-25  수정일: 2019-09-25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의 제도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에서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간 교환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 제도화의 시작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대해 정작 은행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화하는 법안으로 꼽히는 특금법이 통과되더라도 타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추가적인 실명계좌 발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자의적 해석이 필요한 법률적 공백이 존재하지만 이를 판단하는 정부의 기조는 뚜렷하지 않은데다 관리인력도 부족한 탓이다.

 

미비한 법률∙유보적 정부기조에 선제적 계좌 발급 어려워

은행은 특금법에 법률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 가이드라인 규정과 정부의 유보적인 기조를 무시하고 선제적으로 계좌를 발급하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은행은 먼저 법안에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가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계좌발급 거부권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자금세탁위험이 높다’고 규정하고 ‘은행은 이들에 대해 계좌 발급 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해 사실상 은행이 AML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특금법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AML을 진행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법적 근거도 불충분해 사실상 은행이 AML을 대행해야 하는 점도 꼽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특금법에 현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은행의 계좌발급 거절 가능 조항을 수정∙반영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자금세탁방지(AML) 업무를 실질적으로 부과해야 실명계좌 발급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기조 변화에 대해서도 “정부가 바뀌지 않아 은행의 발급불가 기조도 바뀐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추가계좌 발급여력 없다”

AML 수행 인력이 부족한 현상도 들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AML은 기존 은행 인력이 수행하고 있다. 추가된 업무량이 과다해 은행은 AML을 수행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 연장도 벅차다”면서 “특금법이 통과해도 은행들은 실명계좌 계약을 추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곳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3개사뿐이다.



관계자는 특금법이 계류하자 고육지책으로 나온 인증제에 대해서도 “인적자원이라는 여력의 문제”라면서 “인증제도 결국 AML을 해야 하지 않냐”고 성토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당국은 특금법 계류기간 보완책으로 은행을 통한 암호화폐 거래소 인증제 시행을 논의한 바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명계좌 서비스 이용 시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 한 곳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에서 여러 은행을 이용하면 좋지만 AML 때문에 현실적으로 복수 은행 이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실명계좌는 가상자산 취급업자 신고의 선행조건으로 명시돼 암호화폐 거래소가 신고를 수리받기 위해선 은행의 계좌 발급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은행은 법률 공백과 유보적인 정부기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실명계좌 발급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금법이 수정없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서 제도권에 편입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암호화폐 거래 제도화를 위해선 특금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것보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AML 업무에 대해 정부, 암호화폐 거래소, 은행 간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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