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트코인#column
사탕으로 유혹하는 '비트코인' 교실
블록체인 학교, 선생님 없이 수업하는 방법 ①
이기호
등록일: 2019-09-25  수정일: 2019-09-25


학창 시절 선생님이 잠시 교실을 비우며 자습을 시킬 때 급우 중 누군가에게 분필을 맡기며 떠드는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보통 분필을 쥐는 학생을 정해줄 때 나름의 규칙으로 학급의 반장이나 부반장, 또는 우등생에게 분필을 맡겼을 것이다. 필자가 교단에 있을 때에는 처음에는 반장이 맡도록 하고 다음으로 이름 적힌 학생에게 분필을 넘기도록 하였다. 서른 남짓의 학생들과 선생님은 나름대로 합의한 규칙 하에 분필로 칠판에 이름을 작성할 권한을 위임하여 교실의 정숙을 유도하였다.


어려운 기술로 점철되었다고 느껴질 수 있는 블록체인 세상도 사실은 이 모습과 흡사하다. 블록체인의 기술은 단지 교실과 칠판의 크기가 무한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며 그 내용이 항상 컴퓨터에 저장되어 언제든지 복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 지금부터 블록체인 세상의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자.


선생님 없어도 사탕만 있다면...

블록체인 세상에는 선생님이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 교실도 분필을 쥘 수 있는 규칙을 따로 정해야 한다. 블록체인 학교에서 가장 먼저 생긴 비트코인 교실에서는 교실 바닥을 한 번 청소한 학생이 분필을 쥐고 이름을 한 번 적기로 하였다.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바닥 청소에 평균 10분이 소요되도록 교실 크기가 항상 조정된다. 분필을 쥐고 이름을 한 번 적기 위해서는 항상 10분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이를 작업 증명 방식(Proof-of-Work)이라고 부른다. 


물론 어떤 학생도 청소까지 해가며 이름을 적고자 하지 않을 것이기에 비트코인 교실에서는 노동의 대가로 사탕을 받을 수 있다. 교단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탕의 위력을 이해할 것이다. 매점에 수많은 군것질거리가 있어도 지금 당장 갈 수 없기에 사탕만이 이 교실에서 가장 달콤한 유일한 먹거리다. 바로 이 사탕이 비트코인이다.


물론 이 사탕은 블록체인 기술로 자동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가장 먼저 청소를 끝낸 단 한 명의 학생에게만 사탕을 차지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꾀를 내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그중에 한 학생이 친구들과 그룹을 결성하여 함께 청소해보자고 모의한다. 이 학생은 손재주도 좋아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개조하여 청소 효율도 향상시킨다. 따라서 항상 1등으로 청소를 끝내지는 못하지만 사탕을 받아 갈 확률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더해서 이들은 개조한 청소 도구를 사탕을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비트코인 교실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그룹을 마이닝 풀(Mining pool)이라고 부른다.


칠판에 떠든 사람으로 이름이 적힌 학생에게는 당연히 벌금이 있다. 비트코인 교실에서는 벌금으로 사탕을 내놓아야 하는데, 바닥 청소를 하고 분필을 쥔 학생이 그 사탕도 함께 받아 갈 수 있다. 그래서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라도 나중에 다른 학생에게 그 사탕을 주고 숙제라도 대신 시킬 요량으로 한 번이라도 더 분필을 쥐려고 혈안이다.


사탕 줄어도 교실의 평화는 유지될까

이 달콤한 사탕은 한정된 수량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오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청소하고 분필을 쥐었을 때 처음에는 50개의 사탕을 받아 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12.5개로 줄었다. 이 숫자는 앞으로 6.25개, 3.125개 등으로 절반씩 줄어서 나중에는 0개가 될 것이다. 게다가 교실에 지급될 사탕은 총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다. 칠판에 이름이 적힌 학생은 항상 벌금으로 사탕을 내놓아야 하므로 분필을 쥐기 위한 경쟁이 계속될 것이다. 비트코인 교실에서는 지급되는 사탕의 개수가 줄어드는 시점을 반감기(Halving)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교실은 2009년 1월 3일에 문을 열었다. 교탁 위의 규칙이 적힌 공책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이 쓰여있는 것을 보아 아마 그가 규칙을 만든 학생인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실의 학생 중에서는 그를 찾을 수가 없다. 다만 그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사물함 안에 사탕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급하게 전학 간 것으로만 추측할 뿐이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트코인 교실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정숙과 청결을 잘 유지해왔다. 물론 그동안 여러 사건이 있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며 교실을 장악하려 했다. 하지만 사토시가 사용했던 사물함의 비밀번호를 몰랐기 때문에 다들 거짓말 같다며 무시했다. 어떤 학생은 사토시가 만든 규칙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미 그 규칙에 적응하여 그룹을 만든 학생들의 다수가 동의하지 않아서 몇몇 그룹과 함께 전학을 갔다. 과연 이 교실은 사탕만으로 정숙과 청결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다.


얼마 전에는 비트코인 교실 옆에 이더리움 교실과 이오스 교실이 새로 문을 열었다. 새로운 교실의 학생들은 떠드는 사람 이름이 아닌 다른 내용을 칠판에 적기 시작했다. 또한 새 교실의 칠판은 물론, 분필도 새로 마련한 것이라서 비트코인 교실과는 확연히 다른 규칙을 갖추고 있다. 아마 블록체인 세상과 그 기술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무언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 같다. 비트코인 교실의 학생 중에 몇몇은 이미 새로운 교실로 이동하였다고 하니 다음 시간에는 이더리움 교실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이기호 EOS 얼라이언스 매니저]

이기호 EOS 얼라이언스 매니저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7위인 EOS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블록체인 전문가다. EOS 얼라이언스에서 한국 담당 매니저를 맡고 있으며 EOS의 출범부터 현재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꿰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거버넌스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학교에 빗대 알기 쉽게 풀어쓰는 기획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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