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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 날갯짓에 각국 정부 ‘흔들’...CBDC 줄발행 나서나
CBDC 특징, “현금 대체와 통제 가능성”
대기업 진출, 무현금사회로 법정화폐 지위 흔들
정부와 중앙은행, 자체 디지털 화폐 발행으로 대안 찾는다
김세진
등록일: 2019-07-15  수정일: 2019-07-15


“나는 암호화폐 지지자가 아니다. 만약 페이스북이나 다른 기업들이 은행이 되고자 한다면 국내외 은행 규제를 모두 준수해야 한다. 미국에서 진짜 화폐는 오직 하나뿐이다. 현존하는 세계 통화중 가장 지배적이며 언제나 최강자로 남아 있을 화폐는 바로 미국 달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내자 역설적으로 암호화폐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의 발언 자체가 비트코인, 리브라 등의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이자 세계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를 실제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나다니엘 포퍼 뉴욕타임스(NYT) 기술전문기자는 “더이상 비트코인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민간기업 발행 암호화폐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자 그 대안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이 있기 전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이 발표한 암호화폐 리브라에 맞서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화폐 발행을 공언했다. 민간기업과 국가의 디지털화폐 경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는 뭐가 다르나

CBDC는 중앙은행이 지폐나 주화와 같은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발행한 전자적 명목화폐를 뜻한다. 국가의 공식 재무기관이 발행하는 합법적인 통화로 국가의 통화준비금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가치 변동성 측면에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CBDC는 중앙은행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블록체인에서 발행된다. 블록체인의 주요 소유자인 중앙은행은 공급관리를 비롯해 디지털화폐로 이뤄진 모든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분권화 되지 않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되는 통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거래 익명성을 선택 가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출처: IBK경제연구소)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CBDC는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가 개설된 계좌형과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형태인 디지털 토큰형으로 나뉜다. 계좌형 CBDC는 범용성 여부에 따라 은행 등 제한된 금융기관만 사용가능한 지불준비금계좌와 개인예금계좌(DCA)로 구분된다.


중앙은행 디지털토큰은 도매용과 소매용으로 분류된다. 도매용 CBDC는 중앙은행 간 거래를 위해 발행되며 소매용은 금융기관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박선후 IBK경제연구소 차장은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소매용 디지털토큰을 발행할 경우 이용자가 광범위해 사회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의 경우 민간부문이 디지털토큰 형태로 발행해 일반 거래에서 범용성을 가지고 사용될 수 있는 민간부문 디지털토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CBDC를 이용하면 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사용자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은행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체제가 아닌 관계로 국제송금 시 수취인에게 양도되는데 수일이 소요된다. 반면에 디지털통화 지불은 즉시라는 개념이 성립해 국경 간 금융거래의 비용과 시간 효율을 향상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은행에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사용자층도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합법적인 금융거래 영역에 흡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스탠리 용 IBM 블록체인기술 총괄은 정부가 보증하는 암호화폐는 위험을 회피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중앙은행의 디지털 송금 시스템과 주식, 다양한 파생상품의 메커니즘을 블록체인 시스템에 결합하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증된 분산원장 기능과 전통적 은행 시스템의 특성이 결합하면 화폐 유통량이 조절된다는 논리다.


(출처: 한국금융연구원)


박선후 차장은 정부 차원에서 이점을 제시했다. 중앙은행이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기 때문에 CBDC는 신용위험을 줄일 수 있고 통화정책 변경이 용이하다. CBDC는 정부가 지정한 여러 주체가 발행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통화량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또 경기가 침체하면 중앙은행 차원에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해 수요도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BDC 매력 포인트 “무현금과 통제 보장”

이미 수많은 국가가 CBDC 도입을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월 IBM블록체인월드와이어(IBM)와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은 합동 보고서를 통해 포럼 소속 중앙은행 및 세계 금융기관 21곳 중 38%가 적극적으로 CBDC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29일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중국, 스웨덴, 우루과이 등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CBDC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페이스북, 텔레그램, JP모건 등 대기업들은 잇따라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업계에서는 이들이 방대한 사용자 수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상용화를 실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영국 소매은행 컨설팅업체 알비알(RBR)은 2018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의 암호화폐 발행과 현금 사용량 감소로 인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이자 암호화폐 옹호론자로 알려진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페이스북 리브라의 경쟁 상대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법정화폐를 유통하고 발행하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에게 무현금사회와 자기통제를 약속하는 CBDC는 매력적인 문제 해결수단이다. 최근 CBDC 도입을 발표한 중국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구축한 무현금∙모바일결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에 CBDC를 상용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서다. 현재 미국, 스웨덴, 캐나다, 싱가포르에서는 각각 중앙은행(FED) 코인, 이크로나(E-krona), 캐드(CAD) 코인, 유빈(Ubin)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CBDC가 실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와 싱가포르는 중앙은행과 금융기관간의 결제시스템에 집중하는데 비해 스웨덴과 우루과이 등은 개인소액결제용으로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 중이다. 터키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터키의 주요 경제 및 산업 발전 로드맵이 담긴 제11차 국가발전계획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연구 개발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스웨덴,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 CBDC 발행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입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무현금 사회와 블록체인 민간기업을 견제하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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