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리브라
[기고] 리브라의 등장 배경과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등록일: 2019-07-01  수정일: 2019-07-01

전세계 24억명의 사용자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정도되는 기업이 암호화폐 발행을 결정할 때는 그에 못지 않은 치밀한 연구와 법적 검토를 마쳤을 가능성은 물론, 정치권에 대한 나름의 대비책을 준비하고 뛰어들었다고 보여진다. 페이스북이 왜 다른 기업이 눈치를 보는 와중에 겁 없이 세계 대표적인 SNS 기업 중 최초로 암호화폐 발행을 결정하고 공표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 봤다.


필자의 의견은 그 어떤 이유보다 현행 기축통화인 달러와 같이 강력한 파워를 지닌 온라인 세계의 기축통화 체제를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통해 선점하자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본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 세계 최고의 안전 자산이며 신뢰하는 화폐는 ‘달러’다. OPEC가 모든 석유거래에 달러만 받고 있으며, 1997년 악몽 같았던 IMF를 돌아보더라도 한 국가의 달러 자산은 그 나라의 금융위기를 차단하는 방패막 역할을 한다. 굳이 시뇨리지 효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의 기축통화의 역할은 대단히 매력적인 유혹이다. 장기적으로 리브라를 통한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매김을 노리는 페이스북은 일단 일반인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송금 기능을 최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쳇페이의 발전 단계를 보더라도 송금으로 시작하여 대출과 커스터디(수탁) 기능이 추가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발 빠른 움직임은 미국도 놀란 눈치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계획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7월16일에 열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 청문회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워터스 위원장이 6월 18일 자신의 트윗에서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계획을 중지하고 청문회를 통해 이를 더 연구할 것을 요구했지만 워터스 의원의 이런 요구사항은 이미 페이스북은 예상했던 수순이며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미국뿐 아니라 EU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에 따르면, EU는 이미 1년 전 유럽 지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인 제5차 자금세탁방지 지침(5AMLD)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유럽이나 여타 국가의 움직임에 신경쓰기 보다는 우선 미국 내에서의 론칭 성공에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들 것이다. 사실 미국 시장에서 허용된 시설이나 규정은 대부분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대로 승인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리브라가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24억 명의 사용자가 있다는 점 외에도 현재 전 세계에는 최소 20억명 이상의 인류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은행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으며 금융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모바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많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완전한 디지털 금융시스템에 가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리브라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기축통화인 달러 이상 가는 파워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가지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하고 있는 미국 내 거주자만해도 3천만명 이 훌쩍 넘을 정도로 금융 사각지대는 넘쳐난다. 이러한 금융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람들이 물밀듯이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게 예상되는 상황이며 이렇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기술적 흐름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며 그 충격에 의한 변화는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쌓아온 기존 금융산업의 뿌리부터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첩첩이 쌓인 규제 안에서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법제화된 에덴의 동산에서 이자와 수수료 수입으로 허가 받은 고리 대금업자와 같이 편안하게 돈을 벌던 금융권은 이제 땅이 뒤집어지고, 바다가 갈라지듯 기존 산업의 틀이 깨져 나가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예 새로운 형태로의 진화를 요구당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리브라가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필자의 예상은 오히려 다른 암호화폐에게 커다란 원군이 될 것이며 (이미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알트코인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도 다시 뛰어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수 없이 많은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융 세계로 쏟아져 들어오는 진입로를 활짝 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진정한 위협을 받는 것은 기존 은행과 금융 중개업자들일 것이며 이들이 잠식하고 있던 기존 영역은 기술의 발달로 한 순간에 사라진 LP판이나 CD와 같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구시대의 잔재로 전락할 것이다. 휴대전화 보유자들에게 제공되는 리브라 암호화폐 지갑은 그대로 개인별 통장 역할을 할 것이며,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구성된 금융 상품을 받아들일 수십억 명과 향후 태어나는 신세대들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접해 보지도 못하고 새로운 금융 시장에 적응되어 살아가면서 이들은 은행 계좌 조차 아예 만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리브라가 성공적으로 론칭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미국정부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의 규제와 몇 차례에 걸쳐 발생된 페이스북 고객 정보 유출 사건에 따른 불신에 대하여 초기 파트너들을 포함하여 실 사용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얻어야 하며 불신의 벽을 스스로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미리 감안한 듯 페이스북은 빠르게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전 세계의 주요 기업과 단체를 포함하여 많은 원군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이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거대한 플렛폼을 제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해당 분야와 지역에서 노드를 운영하게 하고 이 플랫폼을 일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분배하고 있다. 이들 참여자 대부분은 현상 유지에 관심이 많은 기득권 대기업들이기에 이들을 원군으로 끌어 들여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조심해야 할 것은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보안 유지를 가장 우선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빅브라더의 탄생을 의심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없애주기 위해서라도 민감한 데이터에는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의 천명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혁명 이후 기존 금융업자들은 IT 기술을 최대한 이용하여 빠르게 금융 산업을 디지털화하여 뱅킹은 물론 가치 이동과 저장, 자산 관리 및 교환기능으로 예금과 투자를 가능케 하고, 심지어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게 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로서 그 역할을 계속 이어오면서 인터넷 이후에도 거의 그 위상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등장과 리브라와 같은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리브라가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며,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기존 뱅킹 인프라와 손잡고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상당기간 이들의 협조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리브라가 아닌 다른 암호화폐의 시장 진입에 따라 필연적으로 중간에서 수수료를 착취하는 금융기관의 역할과 위치는 점차 배제 될 것이며, 이는 리브라가 원던 원하지 않던 거부할 수 없는 진보이며  우후죽순 생겨날 다른 암호화폐의 쓰나미 같은 공세도 이러한 변화에 한몫 하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융기업이자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JP모건이 자체 암호화폐 발행 소식을 밝혔으며 앞으로 몇 달 또는 1~2년 안에 많은 보수적인 은행들도 그들만의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기관의 암호화폐는 리브라와 같은 폭 넓은 고객 기반의 암호화폐와 비교해 볼 때 그 역할과 파괴력에 현저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필자는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서둘러 론칭시킨 가장 큰 이유에 중국의 앤트파이낸셜과 러시아의 SNS 텔레그램의 영향을 추가하고 싶다.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은 핵심 플랫폼인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성장하였는데, 중국인의 현금 지불을 위한 대체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중국, 태국 및 대만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삼성 페이, 안드로이드 페이 및 애플 페이보다 알리페이의 사용 범위는 훨씬 앞서 있다. 현재 알리페이를 핵심 플랫폼으로 일취월장하고 있는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의 대출 시스템은 불과 3분만에 중국인 그 누구라도 대출 결정을 해낼 수 있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극대화하여 이미 마이벵크와 마이크로론(Micro Loan)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알리페이와 위쳇페이의 공격적인 동남아 시장 진출을 바라보며 미래 세계 온라인 시장 및 금융 시장에서의 알리페이의 위상에 위기감을 느낀 페이스북이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통제가 풀리기 전에 선제 공세를 폈다고 본다.


거기에 작년에 순식간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텔레그램 역시 조만간 암호화폐의 출시가 예상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중의 하나이며, 또 아마존 같은 절대 강자가 선수치기 전에 먼저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 아마도 아마존은 페이스북에 선수를 빼앗긴 것을 매우 애통해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존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최대 거인이며 아마존의 고객들이 리브라를 사용하도록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점점 세계적인 초 거대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해갈 것이며, 아직 젊은 CEO인 저커버그의 리브라가 용감하게 그 마법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본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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