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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와 은행이 특금법을 만났을 때
암호화폐 거래소, 특금법 통과시 AML구축하고 기본정보 신고해야
銀 “특금법 후 후속 법령 중요”
김세진 기자
등록일: 2019-05-22  수정일: 2019-05-22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에 폭염만큼 뜨거운 '격동의 7월'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바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즉 특금법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금융 행정지도 정비계획에 따르면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오는 7월 9일까지 법제화 후 폐지된다. 이와 동시에 오는 7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한국 현장실사까지 맞물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제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금법이 통과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큰 폭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우선 AML 시스템 구축해야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는 기존 은행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 넘어간다. AML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나 고액 현금 거래 등을 감시하는 것이다. 특금법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AML 의무를 지게 된 이상 우선 전통 금융기관 수준의 본인 확인(KYC) 및 AML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진행하는 KYC는 대면과 비대면으로 나뉜다. 주로 채택되는 비대면 방식으로 계좌를 개설하려면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접근매체 전달식 △기존계좌 활용 확인 △바이오 등 이에 준하는 새로운 방식 등 5가지 조건 중에 2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본인확인을 거쳐야 한다.


AML은 △제재목록확인 △의심거래보고(STR) △고액현금거래보고(CTR) 과정으로 나뉜다. 제재목록확인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목록과 사기업 목록에 포함돼 있는 인사, 정치인, 언론에 부정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의 거래를 확인할 때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다. 의심거래보고는 위험이 의심되는 거래 보고 의무를 말한다. 이때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일반 금융기관들은 회계사무소에 의뢰해 기준을 정하는데 비용 부담이 커 통상적으로 공동 의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고액현금거래보고는 1000만원 이상 고액 거래를 한 고객의 신원 등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같이 전통 금융기관 수준의 KYC나 AML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무자격 암호화폐 거래소가 퇴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블록체인 관련 업체에 KYC, AML 솔루션을 제공하는 안영찬 아르고스 이사는 “규제는 금융기관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간접거래방식에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으로 점차 강화될 것”이라면서 “(현실적 조건을 보완할)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나 대통령령 등 후속 입법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운영

특금법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각종 정보 신고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김병욱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개소할 때 사업장 소재지와 연락처,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등 정보 신고 의무가 부여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보를 신고하면 FIU는 정보 신고 여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사용여부, 대표자 또는 임원의 전과 부존재 사항 등 기준으로 수리 여부를 판단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에 있어 최소한의 법적∙도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은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의도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김병욱 의원 발의안 제7조제3항제2목의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 등을 하지 않는 자(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예외)"문구다. 이는 현재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4개 암호화폐 거래소 외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은행이 먼저 계좌 발급을 해줘야 가상자산 취급업소로 허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수용해 AML을 구축하면 공은 은행에 넘어가는 것이다. 은행의 의중은 어떨까.




銀 “암호화폐 거래소가 AML 구축해도 계좌 발급 미지수”

은행 측은 특금법에 대해 규제사항은 명확한데 비해 세부 규정은 미비해 준비된 암호화폐 거래소라도 계좌 발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AML 구축도 중요하지만 특금법을 보강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법적 보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좌 발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하려면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전되는 동시에 현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거래 거절 사유도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자금세탁위험이 높다고 규정하고 은행은 이들에 대해 계좌 발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특금법에는 이 부분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 은행이 가이드라인 규정을 무시하고 계좌를 발급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를 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대행해야 하는 점도 계좌 발급의 장애물로 꼽았다. 게다가 은행은 현재 주요 AML 업무를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가 7월 FATF 한국 실사에 대비해 은행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관련 조사나 과태료를 강화한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이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확실한 법적 근거 없이 자금세탁방지 업무 대행과 계좌 발급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현재 실명 계좌 서비스를 지원하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도 은행이 KYC나 의심거래보고 등 대표적인 자금세탁방지업무를 대신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 수준의 AML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이 실질적으로 계좌를 발급하려면 현 특금법으로 부족할 것”이라면서 “현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거래 거절 사유를 수정하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를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 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계좌를 발급할지 여부를 묻자 “은행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법률 시행 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 같은 은행의 태도를 볼 때 암호화폐 거래소는 관련 규정에 맞춰 준비를 하더라도 특금법 시행 후 후속 법령 혹은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나올 때까지 계좌 발급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대해 명확한 규제가 나온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 죽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부내용에 상호모순이 있다는 해석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FIU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신고할 때 실명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데 비해 은행은 FIU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에게만 실명 계좌를 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실명 계좌를 보유한 기존 4개 암호화폐 거래소에게만 유리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이 여러가지 법규 문제로 특금법이 통과해도 사실상 계좌 발급이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다수 암호화폐 거래소는 특금법 통과와 후속시행령이 나오는 중간 기간에 계좌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2월 암호화폐 취급업소를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로 규정하고 FATF의 자금세탁 관련 국제기준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FATF는 오늘 6월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전망이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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