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탈리아 와인과 블록체인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등록일: 2019-04-02  수정일: 2019-04-02



얼마 전 유럽 여행을 하고 온 지인으로부터 와인 한 병을 선물받았다. `칸티나 볼포네(Cantina Volpone)`라는 이탈리아 남부 소재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인데, 레이블에 특별한 QR코드가 있었다.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니 와인에 대한 각종 정보가 수록되어 있었다. 두꺼운 포도 껍질을 가진 이탈리아 고유의 `팔랑기나` 품종으로, 2016년 5~9월에 재배되어 와이너리의 22번 발효 탱크에서 숙성되었고 2017년 2월 22일 출하되었다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포도 재배, 포도주의 생산, 저장, 유통 등 전체 와인 제조 공정에 대한 정보가 블록체인 위에서 소비자와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탈리아 와인은 풍성한 햇빛 덕분에 그윽한 향기가 나고 뒷맛의 풍미가 강한 1등급 품질이지만,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이지랩이라는 스타트업이 포도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와인 인증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연매출이 30%나 늘었다고 한다. 340조원 규모인 세계 와인 시장에는 품종, 원산지 등을 위조한 가짜 와인이 많이 유통되고 있고, 매년 소비자 피해 비용만도 3조원에 이른다. 블록체인은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함으로써 와인 품질에 대한 신뢰를 주고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프랑스 와인이 최고였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그 명성이 계속되라는 법은 없다. 

블록체인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일상생활에 다가오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 하이퍼레저(Hyper Ledger), R3 코더(Corder) 등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불필요한 수수료 폐지와 절차 간소화에 앞장서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을 중앙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참가자 모두에게 공개된 분산장부에 저장하는 개인 간(P2P) 거래 방식으로 작동된다. 따라서 중앙시스템이 필요 없고, 제3자 중개기관의 역할이 축소되므로 결제시간을 단축하고 송금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분산화를 지향하고 있어 정보가 공유되면서도 법적 문서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하여 월마트와 IBM이 손잡고 돼지 사육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유통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축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계적 물류기업인 머스크도 블록체인 기반 운송품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과거 물품 추적에 일주일 이상 걸리던 것이 이제는 불과 수초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이 적용되고 있다. 토지·주택·차량 관리, 선거와 투표, 의료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각종 공과금 징수, 납세, 여권 발급 등 공공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예술작품의 출처나 거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음원 시장의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지식재산권 문제 해결에도 유용하다. 

2017년 말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금융, 유통, 에너지, SNS,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은 아직 미완성인 기술이다.


2017년 말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금융, 유통, 에너지, SNS,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은 아직 미완성인 기술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후 가상화폐들은 블록체인 3.0 세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는 2.x 세대를 못 넘고 있다. 속도 경쟁만으로는 해결책이 없고,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올해 공공(12개)·민간(3개) 부문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국민참여평가단을 운영하는 등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기술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인 블록체인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을 선점하고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대해본다.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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