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
"거래소 실수로 내 계정에 꽂힌 비트코인, `먹튀`해도 되나요?"
김진솔 기자
등록일: 2019-01-31  수정일: 2019-01-31

#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세대는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조차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솔기자의 핀테크 로우킥(Law-kick)-3] 

Q.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가끔 코인 투자를 해오던 직장인 나몰랑 씨(35·가명)는 깜짝 놀랐다. 자기 계정에 정체 모를 비트코인이 입금된 것. 이게 웬 횡재냐 싶은 마음에 비트코인을 즉각 출금해 되팔아 상당한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전산 오류로 비트코인이 잘못 입금됐으니 되돌려 달라'라는 연락이 거래소에서 왔다. 아니, 본인들 실수인데 내가 왜 순순히 이걸 돌려줘야 하는가. 억울한 마음에 나씨는 거래소 측 연락을 무시하고 잠수를 타기로 결정했다. 나씨의 '배째라' 작전은 성공할 것인가?

①거래소 과실이기 때문에 나씨가 '존버' 하면 방법이 없다.

②어차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돌려줘야 한다.

③돌려준 다음 이로 인한 손해가 막심했다며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면 된다. 

④먹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으나 순순히 돌려주는 것이 나씨에게 이롭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산 오류로 나씨와 같이 웃지 못할 사례를 경험하는 투자자들이 종종 생기고 있다. '오입금'을 통해 엉뚱한 암호화폐가 입금되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암호화폐가 거래되기도 한다. 

수습에 나서보지만 투자자들의 협조가 쉽지 않아 거래소와 투자자들이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긴다. 일례로 지난 1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는 회원 400여 명에게 암호화폐 WGT 토큰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의 입금 내역이 실제와 다르게 반영되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당초 WGT 코인 3만개를 에어드롭(특정 코인의 보유자에게 신규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것)하려 했으나 실수로 인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까지 에어드롭이 이뤄진 것. 일부 회원들은 오입금된 상황임을 알고서도 6억원 상당 암호화폐를 매도하거나 한화 출금을 시도했다. 코인제스트는 오입금이 발생한 회원에게 자산 반환을 요구했으나 약 3억원의 암호화폐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코인제스트가 전산오류로 인한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코인제스트 홈페이지 공지사항나씨처럼 암호화폐를 반환하지 않고 '존버'하는 유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공돈(?)이 생겼다며 미소짓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겠지만, 이는 '부당이득'에 속하기 때문에 거래소 측 과실이 있더라도 반환하는 것이 맞는다.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일을 말한다. 민법 제741조에 따르면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그에 의해 타인에게 손해를 주고 △이익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법률상 원인이 없어야 하는 등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번 사건는 거래소의 재산(암호화폐)으로 인해 이익을 취해 거래소에 손해를 줬고, 타인이 입은 손해를 원인으로 하여 수익자가 이익을 얻었음이 사회 통념상 인정되기 때문에 이익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또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수익자의 이익 취득을 법률적으로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권원이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부당이득이 인정되면 손실자인 거래소는 이득자인 투자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게 된다. 투자자들이 국외 거래소에 의해 암호화폐를 이미 거래했다든지 등의 사유로 원물을 반환할 수 없는 때는 가액을 반환해야 한다. 특히 전산 오류로 인해 잘못 입금됐다는 거래소의 연락을 받은 그 시점에서는 '수익자가 이익을 받은 후 법률상 원인 없음을 안 때'이기 때문에 '악의의 수익자'가 될 수도 있다. 민법 748조에 따르면 악의의 수익자가 되면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서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순순히 돌려주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거래소의 잘못인데 뭔가 조금 억울하다는 투자자들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수익자의 계좌에 입금된 것에 거래소의 과실이 있더라도, 거래소의 과실을 이유로 수익자가 거래소에 반환하여야 하는 부당이득액은 감액될 수는 없다. 부당이득은 채무 불이행이나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배상과 달리 민법에서 과실상계(채무 불이행이나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에 있어 채권자에게도 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의 책임과 금액의 결정에 있어서 그 과실을 참작하는 것, 민법 제396조, 제763조)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암호화폐를 사용했다며 '배째라'식으로 버티다가는 횡령죄에 걸릴 수도 있다. 계좌 이체를 받은 수취인에게 실수로 송금된 돈은 잘못 송금한 원래 주인에게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수취인은 이를 돌려줄 때까지 그 돈을 보관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자기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을 함부로 인출해 사용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다. 즉 자신에게 오류로 입금되거나 송금된 암호화폐 등을 함부로 찾아서 사용하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넘어서 형사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코인이 형법상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지, 거래소의 고객 지갑에 있는 코인이 거래소와 고객 중 누구의 점유이고 누구의 소유인지로 보아야 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정 거래소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다면 별개로 손해보상 청구를 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전산 오류'로 손해보상 청구를 했을 때 승소하는 경우가 적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전산 오류와 나의 손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이 같은 배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인제스트 사건에서 대다수 회원들은 반환을 약속했고, 코인제스트는 아직 반환되지 않은 암호화폐는 타 거래소에 협조문을 보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법에는 허점이 있으니 잠시 악마의 편에 서보자. 이런 일이 생기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외국으로 튀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비행기 타고 외국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관할 등에 따라 강제 집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재산은 모조리 정리해야 한다. 거래소들이 오입금하는 코인들이 통상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직장인 나씨가 고작 푼돈 때문에 한국에서 모든 자산을 정리할 유인은 없어 보인다.

정답은 4번, 먹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으나 순순히 돌려주는 것이 나씨에게 이롭다.

[기획·글=김진솔 기자/검토=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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