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
규제 없앤 `혁신놀이터`…핀테크·블록체인 강국의 조건
영국, 규제샌드박스 최초로 도입 블록체인 혁신 선도국가로 `우뚝`...韓, 혁신 걸맞은 규제정책 펼쳐야
사이먼 호킨스 변호사
등록일: 2018-09-07  수정일: 2018-10-13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혁신기업이 이익을 내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실행, 성장 등 과정에 상당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승자를 고르는 게 아니다. 정부는 그런 역할을 잘 못한다.
성공적인 정부는 한 가지 기술에 승부를 걸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기술에 이득이 될 정책적 틀이 마련되도록 기술 중립성을 지킨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진입장벽을 낮춘다. 경쟁을 장려하면서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한다. 

세제 혜택과 합리적인 규제는 신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술기업은 혁신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첨단기술을 교육하고 개발하는 문화야말로 기술 산업 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핀테크 샌드박스'로 알려진 중국은 정부의 관용적인 무간섭 접근법을 통해 혁신기업을 키웠다. 수백만 명의 중국인이 핀테크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총리의 '스마트 네이션 프로그램' 일환으로 '스마트 파이낸셜센터'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혁신을 억누르기보다는 '과잉조치 금지' 원칙을 지키면서 위험 요인에 집중하는 게 싱가포르 핀테크 규제의 특징이다.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영국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혁신적인 기업활동을 펼치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사업모델과 전달 메커니즘 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안전지대다.

혁신기업들에 규제 샌드박스는 보다 전통적인 사업모델에만 적합해 보이는 규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싶은 규제 대상 기업이나 인가를 받기 위해 시험을 거쳐야 하는 비인가 기업, 인가 기업을 지원하는 기술 기업 등에 열려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에 따르면 현재까지 샌드박스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FCA는 올 들어 규제 샌드박스 자체 평가를 발표했다. 소규모 테스트로 혁신기업과 규제 당국 양측 모두 새로운 기술에 잠재된 장점과 위험 요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들이 제품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FCA의 승인을 받도록 도왔다. 하지만 샌드박스를 통해 개선할 점도 확인됐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경우 자금 세탁 방지 및 본인 확인(AML·KYC)에 대한 위험 때문에 은행계좌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FC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블록체인 산업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정했다. 2016년 1월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방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출간했다. 기술 투자를 장려하는 법안도 다수 도입했다. 

관련 기업에는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 법인세를 낮췄고 런던 '테크 시티'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노동법 체계를 유연하게 만들었고 최근에는 핀테크와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5년의 성과는 2013년 영국 금융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적으로 FCA에 권한을 부여한 덕이다. FCA는 2014년 혁신 허브(Innovation Hub)를 창설해 혁신기업들에 규제에 대해 자문한다. 2015년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FCA는 핀테크 지원을 위해 전담 부서와 관련 법안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발맞춰 감독기관들은 혁신 허브를 만들고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등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FCA는 기술 혁신에 대해 중립적 입장이다. 이는 지난 4월 발간된 분산원장기술(Distrubuted Ledger Technology)에 대한 페이스북 성명서에서 재확인됐다. FCA는 모든 기술에 적용되도록 안정적으로 규제 체계를 설계하고, 이노베이션 허브 및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정책을 통해 특정 기술에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안내 지침을 제공한다. 

특정 규제는 핀테크 기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기업이나 거래소들은 주요 금융기관과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상화폐의 익명성 때문에 은행들이 자금 세탁 방지, 본인 확인, 자금 출처 확인 등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은행들에 적용되는 자금 세탁 방지 및 본인 확인의 요건을 다루는 규제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유럽 내 AML·KYC 요건의 범위 안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지갑 제공 업체에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이외 업체들로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영국 정부와 규제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바로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 및 EU 당국의 3대 핵심 규제 원리는 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투자자 보호, 경쟁력 강화다. 내년 1월 3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2)와 결제서비스지침2(PSD2)는 이러한 목표를 상당히 진일보시킨 것이다. 이들 지침의 도입은 내부 투자 여건을 확실히 향상시킬 것이다. 

준법(컴플라이언스) 비용이 높아지면서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금융기업들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금융사들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자동화 솔루션, 즉 '레그 테크(RegTech)' 개발이 활발해졌다. 

현재 영국 레그 테크 시장은 호황이다. FCA는 이노베이션 허브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레그 테크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규제당국과 업계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혁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레그 테크 기업들에 토론의 장도 제공한다. 이러한 포럼을 '테크 스프린트(tech sprints)'라고 부른다. 

'원 인, 투 아웃(one-in, two-out·규제 1개 도입 시 기존 규제 2개 폐기)' 정책은 영국의 기업활동 전반에 잘 적용된다. 이 정책은 2011년 1월~2012년 12월 시행됐던 '원 인, 원 아웃(one-in, one-out)'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이 기간에 영국 정부 부처는 개별 기업의 가치에 따라 9억6300만파운드에 달하는 부담을 감면했다. 이 정책은 EU 규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규제 제도는 EU 규제를 통해 도입됐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2011년 원 인, 원 아웃 정책이 처음 도입됐던 때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현재 영국과 EU의 규제당국은 금융사에 대한 규제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 보호 및 혁신 지원 등에서는 강도 높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VIP 2기 모집
북마크
좋아요 : 0
공유
https://dstreet.io/news/view-detail?id=N20181007174338388391
URL복사
댓글 0
댓글쓰기
댓글 쓰기
에어드랍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