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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기, ‘블록체인’이 해결한다
최기성 기자
등록일: 2018-07-18  수정일: 2018-10-13
#김숙영(가명, 여) 씨는 회사에 입사한 뒤 3년간 모은 돈으로 생애 첫 차를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중고차 쇼핑몰을 찾아보다 자신이 원하는 소형 SUV를 발견했다. 해당 차를 보유한 딜러는 주행거리가 5만km 정도로 같은 연식의 다른 차들보다 짧고 무사고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급히 돈이 필요해 이윤 없이 판다며 다른 소비자가 1시간 뒤에 차를 보러 오기로 했으니 빨리 결정하라고 권했다. 

김 씨는 차 상태가 깨끗해 보이는데다 색상이나 사양도 마음에 들어 차를 바로 구입했다. 몇 달 뒤 차량 점검을 위해 정비업체를 찾은 김 씨는 정비이력에 2년 전 주행거리가 9만km로 기재됐고 앞쪽 범퍼는 물론 보닛에 운전석쪽 도어까지 사고로 교체된 사실을 알았다. 사고차인데다 주행거리도 긴 차를 무사고차로 속아 산 셈이다. 


김 씨는 딜러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환불이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딜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니 마음대로 하라며 연락을 끊었다. 김 씨는 친구와 함께 딜러가 일하는 매장을 찾았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중고차시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사례다. 사기꾼들은 신차와 달리 품질이 제각각이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차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중고차의 허점을 악용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807건 접수됐다. 

피해유형별로 살펴보면 성능·상태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다른 사례가 74.6%로 가장 비중이 컸다.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행하지 않는 피해 사례가 7.8%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 이전등록 뒤 차액을 돌려주지 않는 제세공과금 미정산(6.6%), 계약금 환급 지연 및 거절(5.6%) 순이었다. 

소비자 피해 대부분을 차지한 성능·상태 점검 상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능·상태 불량이 45.7%, 사고 정보 고지 미흡이 17.7%, 주행거리 상이가 5.5%, 침수차량 미고지가 3.2%, 연식 모델 상이가 2.5%로 나타났다. 

정부와 자동차관련 업계는 이처럼 차 상태를 속이는 사기를 막기 위해 자동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 의무화, 자동차 사고이력정보 서비스 실시 등 대책을 내놨지만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는 중고차 사기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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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출처=매경DB]

중고차 사기가 근절되지 않은 주요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가 선보인 경제학 이론이다. 

양측이 갖고 있는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정보 불균형으로 정보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적게 가지고 있는 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인 ‘역(逆)선택’을 하게 된다. 역선택은 시장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엔 시장 황폐화와 붕괴를 가져온다. 

중고차 시장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사기·범죄 행위가 빈번하기 발생하기 쉬운 곳이다. 판매자인 딜러는 중고차의 상태를 비교적 자세히 아는 반면 소비자는 그 상태를 자세히 알 수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무사고차를 사려다 오히려 사고차를 비싼 값에 속아 산다. 주행거리가 조작된 차, 침수 흔적을 감춘 차, 사고 규모를 축소한 차를 피하려다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역선택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중고차 딜러는 가족에게도 차를 속여 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자신이 타던 차를 딜러에게 팔 때 정비업체에서 주행거리를 조작하거나 사고 흔적을 감추기도 한다. “요즘은 소비자들이 딜러에게 사기 친다”는 딜러들의 항변은 이 때문이다. 

이로써 중고차 시장은 신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양적 규모는 커졌지만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으로 여겨지게 됐다. 중고차매매업 종사자들도 ‘차팔이’라는 비아냥거림에 자부심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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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출처=매경DB]

소비자는 물론 판매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정보의 비대칭성은 요즘 화두가 된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정보 독점 성향을 지닌 카피라이트(Copyright)가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 기능을 갖춰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정보를 공유하려면 다양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중고차 시장에도 이미 다양한 정보가 존재한다. 

신차 브랜드가 가진 차량 정보, 정비업체가 보유한 정비·수리 이력, 보험사의 사고 이력, 자동차경매장 경매 이력, 인증 중고차 품질 내역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보유한 자동차 등록정보(차종, 용도, 형식, 저당권 등)와 자동차 정기검사 내역 등이 있다. 

이들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면 된다. 신차가 나올 때, 보험에 가입할 때, 할부금융으로 차를 구입할 때, 정비업체를 이용할 때, 소유권이 이전됐을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블록으로 생성할 수 있다. 이들 블록은 서로 체인으로 연결된다. 블록체인이 정보 허브(Hub) 역할을 맡는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중고차 정보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중고차 정보 위·변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소비자는 사려는 중고차가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나서 무엇을 수리했는지, 주행거리는 어떻게 됐는지, 소유권에 문제가 없는지 등의 정보를 딜러의 도움 없이도 파악할 수 있다. 

주행거리를 조작하거나, 수리 상태를 속이는 사기에 당할 걱정도 없어진다. 차 가격이 적절한지도 알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주 고장나는 부품, 소모품 교환시기 등의 정보를 알아내 고장을 사전에 예방해 더 안전하게 차를 탈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만 이득이 아니다. 중고차 거래 규모와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차가 잘 팔리는지, 소비자 나이와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차는 무엇인지, 구입하려는 차는 어느 부품이 자주 말썽을 일으키는 지, 언제 매입해야 이윤을 높일 수 있는 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보 허브인 블록체인으로 중고차 유통도 자동차 생태계 허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고차 유통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딜러도 ‘차팔이’라는 오명을 떼내고 전문직 종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으로 중고차 사기 피해를 막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독일 자동차회사인 BMW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DOVU와 함께 주행거리 조작 방지를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차량의 주행거리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운전자들은 BMW에서 차량관리 서비스를 받을 때 화폐처러 쓸 수 있는 토큰(암호화폐)으로 보상을 받는다.


프랑스 자동차회사인 르노의 관리 시스템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비체인’이 있다. 비체인은 자동차 제조단계에 발급한 ID를 바탕으로 유지보수가 발생할 때보다 데이터를 자동으로 갱신한다. 

두바이 도로교통국도 모든 차량의 이력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BM 블록체인연구소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중고차 매매시스템을 준비중이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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