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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려다 블록체인 스캠 '도장깨기'가 업이 된 사모펀드 대표
박수호
등록일: 2018-08-13  수정일: 2018-10-13


"제 주변에서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국내 ICO(가상화폐 공개)의 99%는 사기에 가깝다고 결론 내려 버렸습니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역으로 사기가 아닌 ICO 백서를 들고 와 주시면 충분히 사례하는 것으로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자비롭지 않아서 지인들의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대놓고 살벌하게 다 까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비록 지금 제가 욕을 먹는다 할지라도 이러다 전체 판이 다 망가지는 건 모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황라열 힐스톤PE(사모펀드) 대표가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일부입니다. 안 그래도 기자의 이메일로는 하루에도 블록체인, 코인, 가상화폐 등의 명목으로 수십 개씩 보도자료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문송(문과 출신이라 죄송)'이라 뭐가 진짜 획기적인 서비스인지, 어떤 화폐가 '토큰이코노미(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상태에서 나름의 기능을 하는 가상화폐)'에 부합하는지 가려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번 관련 인사를 만나기는 하지만 선뜻 기사화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예 '99%가 사기'란 도발적인 글을 접하다 보니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연락이 닿은 황 대표는 서울대 인문대학을 자퇴하고 2000년부터 19년째 15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연속 창업해 그중 몇 개는 엑시트(매각)하는 등 나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지금은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레이지랩 대표면서 한중 투자 연계를 지원하는 파운더스브릿지의 한국 총괄, 블록체인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힐스톤PE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힐스톤PE는 중국 대표 블록체인 펀드인 JLAB(지우딩블록체인실험실)캐피털, 디지털 자산 투자은행 쿠뱅크(KooBank), 월스트리트 기반 투자회사 소호손(SOHOSON)인베스트와 2000억원 규모의 공동 펀드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독일 로켓인터넷과도 업무협약을 했습니다. 세계 최초 블록체인 AI 기술기업인 딥브레인체인, 데이터 거래 플랫폼 'Scry.info'와는 기술 협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런 배경 아래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수많은 미팅을 하고 다녔답니다. 그런데 만나면 만날수록 분위기가 이상하더랍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예를 들어 현대 과학기술로 제로백(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2초대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의 모든 자동차회사, 엔지니어가 제로백 2초대의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황 대표는 "그전까지 다른 개발 경험을 했거나 다른 분야 종사자가 갑자기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더니 '당장 제로백 2초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도 아니고 '만들었다'며 떠들고 다니는 업체도 적잖아 황당했다"고 말합니다. 그와 일문일답을 해보면서 현재 국내 블록체인 투자업계가 처한 현실을 단편적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요즘 '백서 깨기(?)'를 하러 다니시느라 업계에서 유명해지셨는데, 이런 저승사자 역할을 자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희는 크립토펀드(블록체인 타깃 투자펀드)이기 이전에 전통 사모펀드입니다. 말 그대로 투자를 하고 저희가 투자한 회사가 잘돼야 저희도 이윤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투자사 형태인 거죠. 올해 초, 몇 년간 함께해 온 파트너들이 세운 해외의 크립토 펀드들과 공동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된 기업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찾다 보니 투자할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들여다볼 것도 없이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부재가 문제였습니다. 제가 올해로 사업 19년 차인데 그중 절반이 개발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개발을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도 정작 그것을 구현할 기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게 처음에는 특정 팀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팀의 백서를 검토하면서 자연스레 스캠(사기)성 기업에 대한 분노와 짜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잘못된 기업들의 마인드가 결국 이 생태계를 흔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는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바로잡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A 지금도 저희는 딱 한 가지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저희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간략히 체크만 하고 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지, 또 그걸 구현해 낼 수 있는지만 철저히 검토합니다. 조만간 저희 기술팀을 공개할 예정인데 기술 검증에 있어서는 저희가 감히 세계 최고의 검증팀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많은 팀이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저희가 활동하는 주 무대인 중국과 비교하자면 아직 대한민국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합니다. 어찌 보면 ICO를 할 때가 아니라 밤낮으로 공부하고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를 학습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월 세계의 훌륭한 블록체인 기업들의 CTO를 초청해 순수 개발자를 위한 개발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기술 발전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벤처 생태계도 나름 자정능력이 있지 않겠어요. 

A 그럼요. 시간이 지나면 스캠성 ICO 기업은 자연히 소멸되겠지요. 그런데 걱정되는 건 그 과정에서 피폐해지는 생태계입니다.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기술 검증 집단이 빨리 등장해 저희 같은 크립토펀드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작업을 같이 진행하고 싶은 분이나 팀에 저희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연락주세요. 

Q 국내에서 블록체인 쪽 투자를 하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소기의 성과는 전혀 없었나요. 

A 솔직히 거의 그렇습니다. 이미 발표한 백서의 내용에 대해 비즈니스 부분은 제외하고 기술적인 부분만 저희의 검증을 넘길 수 있다면 몇백억 원이든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쉽게 저희를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ICO의 민낯입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백서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본인들이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중국 쪽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일들은 지금도 진행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몇 팀 정도가 세팅이 되고 있어 금년 내에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거나 토큰 이코노미 설계가 잘 이뤄진 팀이라면 무리하게 블록체인 개발자들을 찾아 팀에 합류시키기보다, 요즘엔 차라리 저희가 검증된 해외의 기술팀을 소개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하려는 창업자가 최고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듯 모든 기업이 메인넷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봐요. 다만 어떤 기업이든 본인들의 비즈니스를 구현해 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검증과 이해도는 필수적이지만요. 

Q 제가 '문송'이라서 가장 궁금한 건데요. 스캠성 백서도 유형이 있나요. 

A 일단 대부분 프로젝트가 많이 과장돼 있어요. 아직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 단계로 봤을 때 굉장히 초기 단계입니다. 그런데 가끔 스캠성 백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오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듯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콘셉트의 백서들은 거의 다 스캠이었습니다. 마치 자신들의 블록체인 기술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기업이 많은데 안타깝게도 현재 기술에 대해 무지할수록 이런 주장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개발자들은 절대로 저런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만능키가 아닙니다. 또 백서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면 스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블록체인의 탁월함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것들 중 어떤 부분을 가지고 지금 사업을 어떻게 키울 것이다'란 얘기를 하면 되는데 굳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어요. 어떤 기업이 '우리는 컴퓨터 언어 'C++'을 써서 코딩을 했다, 'JAVA'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루비온더레일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비즈니스는 성공할 거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크게 웃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거의 대부분의 백서들은 이런 블랙코미디를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Q '스캠이다, 아니다'를 구별하는 방법을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는 노하우는 없을까요. 

A 사실 저희는 개발자 리스트, 프로파일만 보고도 바로 스캠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프로젝트를 구현해 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개발자 풀(Pool)은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에서 어떤 개발자가 어느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는 쉽게 체크가 가능해요. 다만 일반인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작은 팁을 드릴 수 있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래 백서의 의미는 기술 백서를 의미합니다. 기술적 서술이 들어가 있지 않거나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만큼 간략하게 기술이 서술돼 있으면 스캠으로 의심해 보셔도 됩니다. 특히 스캠성 백서는 비즈니스 소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비즈니스 플랜이 화려할수록 그것을 구현해 낼 블록체인 기술 메커니즘이나 프로토콜 등에 대한 설명도 많아야만 합니다. 즉, 사업 설명과 기술 설명의 분량에 균형이 있는지만 보고도 스캠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백서를 읽고 80% 정도 이해됐다고 한다면 그건 스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또 사업 설명은 많은데 기술 설명은 적을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Q 오호! 제가 읽고 80% 이해했다고 하면 그건 스캠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더 쉬운 방법은요. 

A 더 간단한 방법은 요즘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는 어드바이저 리스트를 체크해보는 법입니다. 블록체인 산업과 전혀 상관없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을 어드바이저에 올려 놓은 경우는 일단 한 번 의심해 볼 법합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실제 개발자들과 구성원들이 역량이 뛰어나다면 이런 방식의 어드바이저들은 오히려 프로젝트에 더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이 자신은 없는데 밖에서는 그래도 뭔가 '있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입니다. 또한 한 가지 덧붙여 해외 어드바이저들을 백서에 포함해놓은 곳이 많은데 이쪽 분야에서는 링크트인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습니다. 만약 외국인 어드바이저가 포함돼 있다면 그 사람의 링크트인을 방문해 실제 프로젝트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식 어드바이저는 본인 링크트인에 그 역할에 대해 반드시 기재해 두고 있습니다. 링크트인에서 검색되지 않는 어드바이저나 그 사람 프로필에 해당 프로젝트 ICO 어드바이저라는 언급이 돼 있지 않다면 스캠으로 의심해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여기서 또다시 드는 의문. 왜 이런 스캠성 백서가 난무하는데도 사람들이 거기에다 투자를 할까요. 

A 최근 들어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다 보니 예전보다 미디어 노출을 더 늘리고, 행사 규모도 더 커지고, 코인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수익률 역시 역사상 유례없이 높아 코인 투자가 주식 투자 시장에 영향을 끼칠 정도까지 됐습니다. 주식을 한다 하면 뭔가 고루한 느낌을 주고, 코인 투자를 한다고 하면 트렌디해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물론 ICO는 굉장히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저희 같은 전통 펀드들이 보기에도 믿을 수 없는 수익률을 지금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자료들이 슬슬 공개되고 있습니다. 전체 ICO 중에 95% 이상이 사기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은 일반인이 스캠을 구분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투자하는 프로젝트가 95%에 해당할 것이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스캠 기업들도 이런 의심에 대해 '기술에 대해 몰라서 그렇다'는 원천 차단의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모르는 일반인은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반문하기보다 자신이 기술에 대해 무지해 의심한 것이라는 자아반성을 하면서 다시 그들의 배에 올라탑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술'로 혹세무민하는 스캠 기업을 '기술'로 때려잡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Q 투자 회사가 왜 이런 일을 자처하나요. 

A 저희가 이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간다면 저희 펀드 투자자 역시 '적어도 얘네가 투자하는 곳은 스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 규모가 확장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럼에도 블록체인 분야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예상합니까. 

A 블록체인 기술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으로만 해낼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기존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범위도 충분합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중국에서 블록체인의 미래를 보라'고 답을 합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규제도 심하고 더 앞서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코인'이라는 단어를 걸고 행사조차 진행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은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입니다.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기술은 아닐지언정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도 훌륭한 블록체인 기술, 응용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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