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디지털 예술품 잇따른 표절 논란…해결 방안은?

By 강민승   Posted: 2021-03-26
에바 밀카가 제작한 ‘마법사'(왼쪽), 표절 작품으로 등장한 모조품(오른쪽). 출처 : BCAEX, CROSS 플랫폼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제작된 ‘디지털 예술품’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NFT 예술품 시장이 한차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NFT 작품의 표절이나 모조품을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은 아직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이어지면서 주의도 더욱 요구된다. NFT란 개체마다 고유한 값을 지니도록 발행한 토큰으로 주로 게임 아이템이나 예술품에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다.

크로스 플랫폼에 올라온 ‘NFT 모조품’ 사건

중국의 블록체인 기업이 운영하는 NFT 거래 플랫폼인 BCAEX에 올라온 아티스트의 작품을 누군가 표절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데이터를 복제해 만들어진 위작은 또다른 거래 플랫폼인 크로스 플랫폼에 올라왔다. BCAEX에 따르면 자사의 플랫폼에 등록된 크립토 아트를 누군가 복사했고 다수 표절품을 만들어 크로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크로스 플랫폼은 싱가폴의 빅데이터 기업인 사이버베인이 개발한 NFT 거래 플랫폼으로 사이버베인(CVT)은 빗썸에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위조품으로 지적된 작품은 총 58건으로 진품과 상당 부분이 똑같았고 일부 부분만 변형한 모조품도 여럿 존재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크로스 플랫폼은 나 몰라라 식으로 대응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크로스 플랫폼은 표절 사건과 연루된 58건의 작품을 자사의 플랫폼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홈페이지 자체를 베타 버전으로 표기하고 계속 운영하며 책임을 아직까지 회피하고 있다. 모조품으로 인한 사용자의 피해 금액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NFT 예술품 시장에 발생한 표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NFT를 거래하는 또다른 플랫폼인 오픈씨에 올라온 작품 중에선 크립토 아티스트인 트레버 존스의 작품을 표절한 위조품이 등장한 적이 있다.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는 해당 작품을 즉시 제거해 조치한 바 있다.

관리 정책 부재로 표절에 취약

NFT 시장에서 표절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NFT를 거래하는 플랫폼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NFT를 거래하는 플랫폼은 NFT를 발행하는 권한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라리블이나 오픈씨처럼 누구나 지갑만 연결하면 자신이 만든 NFT 작품을 블록체인에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들 수 있다. 발행 권한이 모두에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좀 더 탈중앙화된 플랫폼에 가까운 셈이다. 반면 블록체인에서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하는 크립토키티나 농구선수 카드를 수집하는 엔비에이탑샷과 같은 서비스에선 NFT를 발행하는 권한이 플랫폼을 관리하는 주체에만 있는 경우도 있다. NFT를 거래하지만 발행 권한만 놓고 보면 중앙화 서비스에 더 가깝다.

이번에 표절품이 거래된 크로스 플랫폼은 오픈씨처럼 사용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NFT 거래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사용자 간 NFT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 작품에는 개입하지 않는 구조다. 거래를 그저 중개하는 플랫폼에선 작품을 관리하는 별다른 정책이 없기에 모조품도 진품처럼 둔갑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누군가가 BCAEX에 올라온 NFT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복사해 크로스 플랫폼에 올렸고 일부 작품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크로스 플랫폼이 표절 작품을 고의적으로 등록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조품으로 지목된 작품의 상당수의 거래는 현재 종료된 상태다. 크로스 플랫폼에선 위조품으로 올라온 작품의 목록을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 

개인 분별력 vs 플랫폼 역할

블록체인 커뮤니티 여럿에선 NFT에 발생한 이번 표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먼저 NFT 자체가 탈중앙화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개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선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NFT를 거래하는 플랫폼에 탈중앙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품질 관리가 안 돼 위조품과 같은 표절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플랫폼의 역할을 강조하면 작품 검열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한 번에 풀기 쉽지 않은 민감한 문제다.

사건 발생 이후 크로스 플랫폼은 블록체인에 올린 컨텐츠가 설령 잘못됐다 하더라도 플랫폼이 이를 삭제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올린 컨텐츠를 임의로 삭제하는 건 탈중앙화 이념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또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선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중간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개인이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관점에선 표절 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수집가와 잘못된 제품을 판매한 판매자의 문제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수집가가 거래를 진행하면서 NFT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한계점도 존재한다. 특히 NFT 디지털 아트의 경우 수집가가 블록체인 기술과 예술품과 관련한 지식을 동시에 알지 못하면 표절 사건과 같은 피해를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반면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선 플랫폼 감독자나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다수의 NFT 거래 플랫폼에서 NFT를 등록하는 권한은 플랫폼에 있기 때문에 모조품을 관리하는 역할도 플랫폼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NFT를 거래하는 플랫폼인 오픈씨에선 이전에 크립토 아티스트인 트레버 존스의 작품을 표절한 표절 작품이 등장했을 때 해당 작품을 삭제해 즉각 조치한 바 있다. 플랫폼은 이같은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플랫폼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지면 플랫폼이 아티스트의 작품을 사전에 검열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해킹 수법을 모사한 NFT 작품이 오픈씨로부터 등록을 최근 거부당한 바 있다. 

“표절 막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솔루션 마련 필요”

업계 전문가들은 NFT를 거래하는 수집가나 플랫폼의 역할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NFT 시장에서 표절과 모조품을 자체적으로 방지할 다양한 도구가 만들어질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모방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의견이 제시될 만큼 표절은 완벽히 근절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때문에 표절을 방지하려면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수집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NFT를 거래할 때 메타데이터 등 겉모습만 확인하지 말고 분산형 웹인 인터플래내터리파일시스템(IPFS) 등을 통해 NFT 작품의 실제 데이터와 토큰 아이디 그리고 타임스탬프를 꼭 확인해야 한다. NFT 작품은 실제로 블록체인의 토큰 아이디와 이미지를 연결하는 스크립트 코드일 뿐 외부에 보이는 이미지 등은 쉽게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혁빈 DSRV 공동창립자는 “NFT를 둘러싼 표절 논란에서 작품을 분별할 개인의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이나 코드가 작품의 진위나 품질을 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진위 여부를 검증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게 되면 NFT 시장도 지금보다 신뢰도가 높고 거래도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FT를 거래하는 수집가의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의 역할이나 검증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어 “시중에 거래되는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만 보더라도 PSA나 베켓처럼 유명한 업체가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NFT 시장에서도 진위 여부를 이같이 검증해 줄 솔루션이 등장하면 진위 여부 뿐만 아니라 NFT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도 한층 용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솔루션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나오면 좋겠지만 지금은 이같은 솔루션이 아예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화된 방식이라도 솔루션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하면 표절 작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민수 NFT 뱅크 대표는 “지금까지 NFT를 거래하는 플랫폼 중에서 탈중앙화를 완전히 이룬 곳은 아직 없고 시장에서 탈중앙화를 완벽히 보장해야할 필요성도 아직은 없다”고 분석했다. NFT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탈중앙성을 처음부터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보단 NFT 시장이 잘 운영되도록 먼저 가꿀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NFT 시장에서 탈중앙화를 이룩하기 위해선 게임 이론 등을 적용해 위조품을 억제하고 참여자들 간에 올바른 동기를 부여하는 메커니즘이 필수적인데 이같은 구조가 현 NFT 시장엔 없다”고 지적했다. NFT 작품을 검증하고 모조품을 판정하는 검증 서비스 등이 등장하려면 참여자의 동기를 유발할 인센티브 구조가 존재해야 하지만 이같은 구조가 아직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수 대표는 이번 표절 사태를 계기로 NFT 작품을 검수하는 인센티브 시스템 등도 곧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디파이 등 블록체인 상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이 조심해야 될 부분이 분명이 존재한다. NFT를 거래할 때에도 다르지 않다. 사용자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픈씨 등 대부분의 거래 플랫폼에선 NFT를 판매한 대금의 2.5% 이상을 중개수수료로 수취하는 만큼 플랫폼에서도 책임이 상당 부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이론: (응용수학, 경제학에서) 경쟁 주체가 상대편의 대처행동을 고려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수단을 선택하는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

[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