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창업한 레이 달리오 CEO가 “현금은 쓰레기”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현금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되지만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달리오 CEO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튼 재빗츠(Javits)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헤지펀드 컨퍼런스인 SALT에 참석해 “역사적으로 화폐에는 본질적 가치가 있었지만 가상화폐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달리오 CEO는 이날 행사에 화상이 아닌 직접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컨퍼런스 참석에 앞서서 행사장에서 CNBC와 별도 인터뷰를 갖고 비슷한 주장을 폈다.
달리오 CEO는 개인 순자산이 200억달러(23조4000억원)에 달하는 전설적 투자자다. 그가 창업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운용 자산이 1400억달러(163조8000억원)에 달한다.
매일경제는 SALT 컨퍼런스에 국내 매체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다. 그는 이틀 전 같은 컨퍼런스에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가 “비트코인이 5년내 현재 가치의 10배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달리오 CEO는 비트코인의 향후 가치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다만, 결제수단으로 채택이 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했다. 달리오 CEO는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본질적 가치가 없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독자 생존이 가능한 대체재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결제 수단이 되면 공급보다 수요가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주목도가 높아질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해서 경고 목소리를 함께 냈다. 달리오 CEO는 “비트코인이 성공을 거두면 당국은 이를 죽이려 할 것”이라며 “그들은 그럴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는 대체 통화를 원하지 않았고 이런 것이 생기면 통제하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달리오 CEO는 비트코인을 일부 보유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보다는 적게 갖고 있다”며 “(그나마 이것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가 ‘현금은 쓰레기’라고 평가한 것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달리오 CEO는 “금, 비트코인 등의 변화된 가치에 주목해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 더 주목해야 한다”며 “이것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각국이 무제한적으로 돈을 푼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금을 쌓고 있기 보다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명목화폐의 상당수는 영원히 존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달리오 CEO는 “명목화폐(fiat currency)를 신뢰하지는 말라”며 “금에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700년에 약 750종의 화폐가 있었지만 지금은 20%만 살아남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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