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코메이크 대표 “블록체인 전자계약, 일본 도장 대체할 것”

By 김도윤   Posted: 2021-01-21

일본은 특유의 ‘도장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나라다. 지금도 본인 확인이 필요할 때 종이에 직접 도장을 찍어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도입됐을 때도 도장 문화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정도다. 전자결제 시스템 구축 기업 스마트HR은 작년 4월 도쿄 야마노테센 주요 전철역에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했다’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게시해 일본 직장인의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전자계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리걸테크(Legal-Tech) 스타트업 코메이크다. 최근 코메이크는 라인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 플랫폼 ‘링크사인’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조현민 코메이크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전자서명을 장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스가 총리 부임 이후 탈도장 정책을 핵심 추진 과제로 밀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탈도장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진출 환경이 좋다고 해서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탈도장화 기조를 활용하기에는 한국 기업보다 일본 현지 기업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현민 대표는 라인 블록체인의 디앱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에게 친근한 브랜드 라인과 함께 함으로써 일본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메신저 · 페이 · KYC 패스포트 등 라인의 여러 서비스와 링크사인을 연결하면 링크사인의 사용성을 높이는데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계약 플랫폼 링크사인

링크사인은 인공지능(AI) 및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 플랫폼이다. 계약서 작성, 내용 검토, 서명, 계약 체결 등 계약 전반의 과정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지원한다. 조현민 대표는 “대부분의 전자계약 서비스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관리하는 수준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링크사인은 계약서 작성부터 체결 이후 관리까지 계약 전반의 과정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민 대표는 경쟁업체와의 차별점으로 계약서 자동 완성 기능과 계약서 리뷰 기능을 꼽았다. 계약서 자동 완성 기능은 계약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기입하면 계약서를 완성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날짜, 당사자, 핵심 계약 내용, 비밀정보 범위 등의 계약 조건을 채워 넣기만 된다. 이후에는 AI가 법률용어 등의 문구를 자동으로 채워주고 나머지 내용도 완성해주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계약서 리뷰 기능은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계약서를 원활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AI가 표준 문구와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 해당 문구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미리 작성해둔 권고사항을 알려주는 식이다. 여러 계약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내용은 AI로 빠르게 검토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리스크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다. 계약서 리뷰 서비스는 현재 법무법인 디라이트에서 전담하고 있다.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에 블록체인 활용

코메이크는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이다. 조현민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계약의 위·변조를 막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라인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해 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이행까지도 한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블록체인을 도입한 배경을 밝혔다.

링크사인에서 체결되는 각각의 계약에는 NFT가 발행된다. NFT는 모두 고유한 값을 갖기 때문에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에 용이하다. 조현민 대표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NFT가 생성되고 작성자가 서명을 요청하는 시점에 서명 참여자 수만큼 NFT가 복제되는 구조”라며 “서명이 체결되는 순간 복제된 NFT가 각 계약자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NFT에는 계약서 제목, 계약 내용, 계약 참여자, 서명, 체결일, 수정 이력 등 계약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과 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암호화된 문자열로 바꾼 해시값이 함께 기록된다. 해시값은 계약서의 내용이 원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각 계약서마다 고유한 해시값을 갖기 때문이다. 누군가 계약서의 내용을 한 글자라도 바꾼다면 해시값도 함께 바뀌게 된다. 그렇기에 사용자는 계약서 내용이 변경된 이력이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현민 대표는 “법적 분쟁이 생겨 계약서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계약 당사자는 NFT를 통해 원본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NFT 기반 계약서는 라인 블록체인에 영구히 기록돼 조작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기존 전자계약 플랫폼보다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에 용이하고 계약 내용 위·변조도 사전에 예방 가능하다는 것이 코메이크 측 설명이다. 조현민 대표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 계약자나 계약 내용 같은 민감 정보는 암호화해서 저장하고 계약 ID와 토큰 ID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 ID와 토큰 ID는 ‘라인 블록체인 익스플로러’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라인 블록체인 익스플로러]

코메이크는 향후 링크사인에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예치해둔 계약금이 당사자에게 바로 입금되도록 함으로써 계약 이행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변호사의 법률 검토 서비스에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민 대표는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서비스를 수행하면 의뢰인이 예치해둔 암호화폐를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도록 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일본 시장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현금결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술의 발달로 신용카드 비대면 결제, 스마트폰 QR결제와 같이 다양한 결제수단이 생겨났지만 일본은 현재까지도 현금결제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코메이크도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자계약과 블록체인 두 신기술을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에 조현민 대표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끄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사람 사이에서 계약 행위가 보편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코메이크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코메이크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자계약 서비스를 올해 중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대중이 전자서명에 친숙한 느낌을 갖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조현민 대표는 “커플끼리 서로의 약속을 계약서에 적는 식으로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전자서명이 일상생활에 스며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현민 대표는 “비즈니스 영역은 링크사인, 라이프 카테고리는 신규 서비스로 이원화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며 “전자계약이나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