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클립 6월 출시…2030세대 디지털 자산 형성 도울 것”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By 김도윤   Posted: 2020-05-08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시작일 뿐입니다.”

한재선 대표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앞으로 자산의 개념은 새롭게 정의될 거라며. 그는 게임 아이템을 비롯해 개인의 프로필 · 콘텐츠 · 활동 데이터까지도 디지털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인이 자기 정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디지털 활동으로 부를 창출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 그는 이런 세상을 ‘넥스트 인터넷’이라고 정의했다.

 

한재선 대표는 넥스트 인터넷 세상이 오면 2030세대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30세대가 디지털 자산 형성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그는 디지털 자산이 세대 간 부의 불균등 문제를 완화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에도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여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남겼다. 그래서일까. 그는 분명 기업가였지만, 사회문제 해결사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재선 대표.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기업 넥스알을 창업해 KT에 매각했다. 이후 퓨처플레이 최고개발책임자(CTO)를 역임하다가 2018년부터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계열사 그라운드X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재선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8년 4월, 아이콘과 애드포스가 주최한 ‘불금의 아이콘’ 데모데이 행사에서다. 그는 블록체인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재선 대표는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프로젝트에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금요일 밤을 반납한 자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며 블록체인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나도 그를 찾아가 인사를 건넸고, 그가 구상하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한재선 대표는 자신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정식 런칭했고, 70여 개의 서비스 파트너를 확보하며 생태계의 기틀을 다졌다. 6월에는 카카오톡에 연동되는 지갑 ‘클립’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가 블록체인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봄기운이 가득했던 어느 날, 삼성동에 찾아가 한재선 대표를 만났다. ‘라전무’ 라이언과 함께였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넥스트 인터넷과 클레이튼 생태계, 그리고 클립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이 오갔다.

 

–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개인 간 공유(P2P)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요. 그때부터 분산 시스템 쪽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투자 업무를 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알게 됐고, 곧 매력에 빠졌습니다. 블록체인이 사람 지향적인 기술이었기 때문이죠. 인공지능(AI) · 빅데이터 · 클라우드 같은 기술은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끕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블록체인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요즘 개인이 자산을 형성하기가 어려운데요. 디지털 자산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게임 쪽은 이미 디지털 자산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요. 리니지를 보면 게이머끼리 아이템을 거래하고 있죠. 본업으로 하는 사람도 많고요. 블록체인으로 이런 부분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특히 2030세대가 수혜를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아저씨 세대보다는 아무래도 젊은 세대가 새로운 서비스에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죠(웃음).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거예요.

 

또 계속 고민하다 보니까,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결국 ‘신뢰’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지금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계약에 대한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죠.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하면 새로운 형태의 신뢰 기반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그 중심에는 신원인증(DID)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 그라운드X는 올해 ‘넥스트 인터넷’이라는 비전을 세웠는데요. 넥스트 인터넷이 뭔가요?

“넥스트 인터넷은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인터넷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대체하는 건 아니고요. 레이어(계층)를 더하는 개념이에요. 인터넷에 신뢰 레이어를 얹어서 익명성 우려를 개선하고, 가치 전송 레이어를 추가해서 디지털 자산 관리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을 만들어보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희가 강조하는 키워드가 있어요. 결합성(composabilty). 신뢰 기반 서비스를 쉽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요즘 디파이(De-Fi) 분야를 보면 메이커다오는 스테이블 코인, 컴파운드는 대출… 이런 식으로 각자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어요. 각 기능은 스마트 컨트랙트 형태로 구현됐는데 소스가 오픈되어 있으니까 기존에 만들었던 것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이런 레이어가 구축되면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굉장히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가져와서 필요에 맞게 결합하면 되니까요. 개발자 몇 명이 붙어서 1~2달 만에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요즘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사용자를 모으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섹터는 사용자를 모으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히기도 하고요.

“그렇죠. 아이폰이 나오고 처음 앱 스토어가 생겼을 때는 개인이 앱을 만들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죠. 그런데 지금은 앱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도 사용자를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요. 이걸 콜드 스타트(cold start) 문제라고 하는데요. 블록체인 기반 레이어가 있으면 콜드 스타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블록체인 기반 레이어로 콜드 스타트 문제를 해결한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블록체인 기반 레이어에 저장되도록 하는 거예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 업체가 보관하는 게 아니고요. 데이터 활용 권리는 사용자가 갖습니다. 사용자의 동의만 있으면 신규 서비스 제공자도 개인 정보를 비롯해 사용 패턴 · 재무 · 건강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데이팅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봅시다. 신규 사용자를 끌어와야 하겠죠? 보통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돈을 써서 광고하고, 앱을 설치하게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새로운 앱에 가입하는 건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에요.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개인 정보를 적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하는 사람도 많고요. 만약 신원인증 데이터가 블록체인 기반 레이어에 있으면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쪽에서는 ‘메타마스크’라는 지갑 서비스를 통해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어요. 크롬 브라우저에 메타마스크를 설치하고 로그인해 놓으면, 클릭 한 번만 해도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메타마스크는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도 없고요. 지갑에는 0x로 시작하는 이더리움 주소만 있는데, 사용자가 클릭하면 나머지 절차는 메타마스크가 알아서 처리해 줍니다. 메타 마스크는 사용자가 직접 개인 정보를 보관하는 개념이 아니어서 저희가 추구하는 모델과는 좀 다르긴 합니다만, 가입 측면만 놓고 보면 좋은 예시입니다.”

 

– 페이스북의 ‘소셜 로그인’ 기능과 비슷한 개념이네요.

“맞아요. 소셜 로그인에 DID를 더하면 DID 로그인이 됩니다. 소셜 로그인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 정보를 갖고 있지만, DID 로그인은 사용자가 정보를 갖고 직접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DID 로그인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각종 자격 증명을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데이터로 유저의 성향을 파악해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요. 이때 사용자는 데이터 활용에 동의하는 대신 보상을 받을 수 있죠.”

 

– 넥스트 인터넷 세상이 온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넥스트 인터넷 세상이 오면 머리 아픈 일이 줄어들 거예요(웃음). 계약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많아집니다.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데 전문가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해봅시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사람에게 의뢰하고 싶을 거예요. 이때 회계사 간 경쟁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이 회계사가 맞는지는 알아야 하잖아요? 신뢰 기반 인프라가 있으면 회계사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지 않고도 그 사람이 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공증도 마찬가지예요. 나와 상대방 모두 신원인증 증명서가 있다면 변호사 없이도 서로 사인할 수 있어요. 단지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채널만 있으면 돼요. 그다음에 계약을 체결해서 블록체인으로 묶어버리면 양측 모두 거부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신뢰 기반 인프라가 있으면 이런 일은 아주 쉽게 할 수 있어요.”

 

– 클레이튼 이야기를 해보죠. 클레이튼도 외부에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는데요. 클레이튼과 이더리움의 개발 환경은 비슷해서 이더리움 개발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일반 앱 개발자가 클레이튼 생태계에 합류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블록체인은 기술적 장벽이 높습니다. 저희는 허들을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반 개발자가 편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오픈했고, 지금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개발 툴을 지원할 계획이에요. 오픈 소스로 돼있기 때문에 다른 개발자가 생태계에 참여하는 것도 원활할 겁니다.

 

개발자는 본인이 만들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보안이 중요한 부분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거나 포인트를 토큰 형태로 만들어 보는 식으로요. 블록체인 컨셉을 이해하고 개발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선택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선택지를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일입니다.

 

물론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직접 짤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요즘 C 개발자나 어셈블리 개발자는 별로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C 언어나 어셈블리 언어를 사용할 줄 알면 독보적인 존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클레이튼 생태계의 새로운 파트너 유치 및 기존 파트너의 동기부여를 위해 PoC(Proof of Contribution)와 KIR(Klaytn Improvement Reserve)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지요?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될 예정인가요?

“PoC는 클레이튼 토큰 경제 내 여러 주체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KIR은 플랫폼 · 툴 개발 및 커뮤니티 운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고요. 예를 들어 개발자가 “클레이튼 생태계에 이런 게 빠져 있는데, 우리가 만들겠습니다. 100클레이만 지원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 제안하면 거버넌스에서 결정한 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거죠. 서비스를 열심히 만들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줍니다. 두 프로그램은 클레이튼 생태계 발전을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하지만, 개발자 본인도 재무적 혜택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려고 해요. PoC와 KIR 모두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카카오는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우선 클레이튼 노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 연합인 ‘거버넌스 카운슬’에 여러 카카오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어요. 저희를 비롯해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카카오IX가 노드를 운영하고 있죠. 또 카카오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서 실사용 사례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실사용 사례가 나와야 이를 응용한 다른 사례도 나올 수 있으니까요. 지금 생태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보니, 이 부분에서 많은 역할을 할 거예요.”

 

–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빨리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 주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웃음).

“카카오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하지만 대기업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메인으로 가져가기에는 부담이 있어요. 스타트업은 될지 안 될지 몰라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작할 수 있는데, 대기업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해요. 확신이 서야 할 수 있죠. 전 세계적으로 그런 확신을 갖고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카카오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규모의 회사가 됐고요.

 

그래도 카카오는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콘, 카카오 사원증, 카카오페이 인증 등 적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례로 도입해 나가고 있어요. 이렇게 쌓이다 보면 알게 모르게 블록체인을 쓰는 사례가 많아질 거예요. 카카오는 점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곧 카카오톡에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이 탑재될 거예요. 카카오톡 사용자가 클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거고요. 클립에는 파트너사의 서비스도 들어가기 때문에 여기에서 좋은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 클립이 카카오톡과 연계된다면 사용자 유입에는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버튼 하나 더 클릭하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도전으로 간주되곤 하는데요.

“물론입니다. 클립이 카카오 서비스 안에 들어가지만 사용자를 끌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카카오톡 안에 여러 서비스가 있지만, 그 서비스를 사용자가 다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희는 사용자가 디지털 자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암호화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단 클립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보통의 지갑과 다르게 프라이빗 키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관리할 필요도 없죠. 친구 번호만 입력해도 디지털 자산을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도 쉽게 쓸 수 있고요.”

 

– 많은 사용자가 클립을 사용하게 하려면 사용자의 인식 변화도 수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를 모르는 사람도 클립을 이용하도록 만들 전략이 있나요?

“일반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를 인식시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클립 안에 암호화폐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우선 사용자가 디지털 자산이라는 개념을 인식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여기서 디지털 자산은 보통의 암호화폐보다 포괄적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활용하는데요. 게임 아이템일 수도 있고, 응모권일 수도 있고, 맛집 할인 쿠폰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무언가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서가 될 수도 있겠죠. 저희는 파트너사가 이런 디지털 자산을 카드 형태로 쉽게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해요.

 

그렇다 해도 일반 사용자에게 클립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암호화폐 투자자는 지갑을 쓰는 이유가 명확해요. 자산 관리죠. 하지만 새로운 사용자도 클립을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건 다른 문제예요.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클레이튼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플랫폼 역할이어서… 파트너들이 생태계에서 성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가 성공하도록 돕는 거죠.

 

어찌 되었건 일단은 클레이튼 기반 킬러 디앱이 나와야 합니다. 사용자는 블록체인을 몰라도 돼요. 하지만 블록체인을 썼기 때문에 킬러가 될 수 있는 그런 앱이어야 합니다. 블록체인을 안 써도 되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을 쓰지 않고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서비스가 1개 이상 나와서 성공해야 해요. 그래야 다른 프로젝트도 성공한 모델을 보고 따라 하면서 블록체인 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재선 대표는 ‘카카오 게임하기’ 사례를 예로 들었다.

 

“카카오 게임하기 초기에는 ‘애니팡’이라는 킬러 앱이 있었어요. 애니팡은 카카오톡에 저장된 친구와 하트를 주고받고, 친구끼리 순위를 공유하는 식으로 카카오톡의 소셜 그래프(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크게 흥행했죠. 이후에 나온 드래곤 플라이트, 윈드러너도 소셜 그래프를 기반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요. 그렇게 소셜 게임 섹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블록체인 시장도 카카오 게임하기 모델과 유사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보는 영역이 있나요?

“스테이블 코인이나 디파이 영역은 미국에서 볼륨이 꽤 커지고 있어요. 저희도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라운드X는 플랫폼 사업을 하기 때문에 직접 한다기보다는 파트너사가 클레이튼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DID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현재 가장 잠재력이 큰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렵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DID가 구축되고 잘 작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저희도 DID 사업을 하고 있는데 너무 방대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달려들기보다는 관련 기술을 쌓고 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 대표님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블록체인 기술은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확신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왕 할 거라면 임팩트를 강하게 주고 싶고요. 그래서 카카오와 함께 하게 됐죠. 블록체인 업계는 지금 굉장히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지만, 잘 극복하면 현재 아마존처럼 인터넷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낼 거예요.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인터넷 쇼핑이 지금은 일상이 된 것처럼요. 앞으로 클레이튼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블록체인이 됐으면 해요. 저는 이런 초석을 다진 사람 정도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