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 해시드 대표 “가상세계가 인류의 새로운 성장 동력 될 것”

By 김도윤   Posted: 2019-09-30


“새로운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인류는 신대륙을 찾아 성장을 도모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대륙은 없습니다. 앞으로 인류는 어떤 세계를 향해 가야 할까요?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민을 제안하는데요. 사실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무한한 가능성을 있는 신대륙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바로 가상세계입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사진)는 3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된 디파인 컨퍼런스 키노트 스피치에서 이같이 밝혔다.


‘프로토콜 경제가 만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통합’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김 대표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10년 내로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가상세계에서의 창작 활동이 인류경제의 새로운 생산활동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미 가상세계에서도 경제활동은 이뤄지고 있다. 게임·e스포츠·스트리밍 등의 활동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Z세대에 주목했다. Z세대는 2000년 전후에 출생한 세대로 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신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김 대표는 “Z세대가 부모님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가상세계에서 생산활동을 한다”며 “그 결과로 부모님 세대보다 많은 돈을 버는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상세계에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가상세계 법칙이 자연법칙처럼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만지면 차갑다. 스마트폰은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내일 해가 동쪽에서 뜰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사실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야 가상세계의 경제활동이 현실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특성과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대표는 블록체인이 사회의 합의 방식을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원전 6세기 모든 그리스 시민은 아고라 광장에 모여 직접 의견을 피력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그러다 왕정을 거쳐 18세기에 이르러 민주주의가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국가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간접 민주주의로 대신해야 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다시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한다”며 “새로운 거버넌스를 실험해볼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기존의 정치적 합의 방식도 바꿀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실에서 투표할 때는 ‘O’나 ‘X’ 중에 선택해야 했지만 블록체인 공간에서는 제3의 선택지인 하드포크가 있다”고 말했다. 투표 주기도 더 빠르다. 기존에는 투표를 통해 정치인을 선출하면 그가 4~5년의 임기 동안 잘하기를 기대해야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언제든 투표로 개인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일례로 이오스에서는 블록 프로듀서 선정 투표를 3분마다 시행한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의 대중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라인 링크, 카카오 클레이튼과 같은 메신저 기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현재 어떤 암호화폐도 활성 지갑 수가 100만 개에 미치지 못한다. 복잡한 키 관리를 비롯 사용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아서다. 반면 라인은 1억 8700만 명, 카카오톡은 5000만 명가량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플랫폼에 개개인이 쉽게 사용·관리할 수 있는 지갑이 탑재되면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메신저 플랫폼이 블록체인과 일상생활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가치가 현실 세계에 안착하도록 돕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현실과 가상의 가치가 통합될 때 우리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