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지갑’ 먹통·극렬 시위…혼돈의 엘살바도르

By 매일경제   Posted: 2021-09-09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한 7일(현지시간) 시민 1000여 명이 거리로 나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디지털 지갑에 문제가 생기는 등 첫날부터 큰 혼란이 빚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10% 이상 폭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애플, 화웨이 등의 앱스토어에서 엘살바도르 정부가 개발한 비트코인용 전자지갑 ‘치보’를 내려받을 수 없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치보에 가입하는 국민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제공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치보를 내려받으려고 몰려 일시적으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밝혔다. 당국은 오후부터 서비스를 재가동했다.

이날부터 엘살바도르에서는 법에 따라 기업과 사업장은 기존 공식 화폐 미국달러와 함께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으로 허용해야 한다. 다만 기업이 비트코인을 받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비트코인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민 1000여 명은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반대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대법원 앞에서 타이어를 불태우고 폭죽을 터뜨리며 경찰에 저항했다.

로이터통신은 “가난한 시민들은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위한 기술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엘살바도르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인터넷 접속을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비트코인은 푸푸사(엘살바도르식 팬케이크) 상인, 버스 운전사, 가게 주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화폐”라며 “투기를 원하는 큰 투자자들에게 이상적인 통화”라고 전했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쓰이기 시작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10% 이상 폭락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은 5만2700달러 선까지 올라가며 지난 5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8일 오전 1시(한국시간 8일 오후 2시) 4만6629달러에 거래되며 24시간 전보다 11.5% 하락했다. 대규모로 가상화폐에 투자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도 각각 9%, 4% 하락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호재는 이미 시세에 선반영됐고, 이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자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150개를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가에 매수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가 매수한 비트코인 150개는 700만달러(약 81억원) 상당이다. 법정통화 채택을 앞두고 엘살바도르는 전날까지 비트코인 400개를 사들였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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