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디지털자산 수탁(커스터디)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시중은행 5곳(KB,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중 4곳이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은행들의 잇따른 진출에는 오는 9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5곳이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자산 수탁사업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진출 계획 없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해치랩스,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하고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지난 1월 두 번째로 진출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블록체인 기술 기업 블로코, 디지털자산 리서치기업 페어스퀘어랩 등이 합작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진출을 이어갔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회사인 ‘디커스터디’를 합작했다. 코인플러그가 대주주로, 우리은행이 2대 주주로 참여하는 형태다. NH농협은행은 업무협약 형태로 진출했다. 지난 8일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 헥슬란트 등과 ‘디지털자산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커스터디 연구 및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B국민과 신한이 앞서 진출한 데 이어 우리와 농협도 뛰어든 배경에는 VASP 신고 수리 마감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해 수리 절차를 밟아야 영업이 가능하다. 가상자산 수탁업자도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VASP로 분류된 만큼 ISMS 인증 등 요건을 구비해 신고 수리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한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최근 우리와 농협의 수탁사업 진출은 VASP 신고 수리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최근 CBDC와 커스터디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모든 은행사가 관심 두고 지켜보던 가운데 구체적인 사업화가 여기서 더 지체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사 모두 금융위가 출발 총성을 울렸을 때 바로 뛰어나갈 수 있는 준비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에서 커스터디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더라도 외부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사업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잇달아 진출을 선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사 간 기술력 차이는 크게 없을 거란 의견이다. 시중은행 한 곳의 디지털기술팀 소속인 B씨는 “각 행의 커스터디 기술력 차이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현재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은 기술의 고도화보다도 정부 기조에 달려있다. 이 생태계가 커지려면 미국처럼 정부 기조가 긍정적으로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먼저 진출한 퍼스트 무버와 나중에 진출한 패스트 팔로워로 나뉘겠지만 기술력은 6개월 내로 금세 비슷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VASP 신고 수리와 관련해선 관련 법인들 모두 문제없이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KODA 관계자는 “수탁 사업은 실명계좌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고 법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해 허가받기가 유리하다”며 “KODA도 VASP 신고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