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컨퍼런스] KB국민은행, 디파이 연계한 ‘암호화폐 은행’ 청사진 제시

By 김세진   Posted: 2020-11-27

KB국민은행, 해치랩스·해시드와 디지털자산 합작법인 설립
“디파이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변곡점”


“신뢰가 부족한 디파이 서비스를 제도권에 있는 기존 전통 금융권이 뒤에서 커버한다면 디파이의 리스크를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암호화폐 커스터디(수탁) 시장 진출을 선언한 KB국민은행이 향후 자사 사업에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이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7일 디스트리트와 블록크래프터스가 공동주최한 ‘더컨퍼런스 2020(THE CONFERENCE 2020)’에서 조진석 KB국민은행 아이티(IT)기술혁신센터 센터장은 ‘금융권이 바라보는 디지털자산과 디파이’ 세션 발표에서 위와 같이 발언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디지털자산 종합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커스터디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KODA는 ‘암호화폐 시장의 은행’을 표방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해 디지털자산 취급을 희망하는 기관과 법인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커스터디,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 장외거래(OTC)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 사업을 영위할 계획을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자사 원화계좌를 통해 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등과 함께 수탁을 맡는다. 

“디파이는 누구나 자산유동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툴”

조진석 센터장은 이날 행사에서 전통 금융권의 암호화폐 금융 사업과 디파이와의 연계 가능성을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이 주목한 디파이의 장점은 자산유동화와 결합성이다. 현재 부동산, 채권, 달러화(USD) 등 디파이는 자산유동화 움직임이 활발하며 일종의 ‘머니 레고’ 시스템처럼 관련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조립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결합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디파이로 인해 기존 암호화폐 송금, 결제, 트레이딩 위주였던 암호화폐 시장이 투자상품,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파생상품 투자 영역으로 확장했다고 평가받는다. 


조 센터장은 2030년 초연결 시대에 디파이의 탈중앙화 요소를 접목하면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 탄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초연결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개인간(P2P)로 결제해 결제 뒷단의 수수료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중앙금융과 탈중앙금융이 합쳐져 신뢰 기반의 새로운 금융의 개념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센터장은 향후 전통은행 상품과 암호화폐, 디파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하나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사용자가 비트코인(BTC)을 담보로 제공하면 은행은 사용자에게 원화를 대출해주는 한편 사용자들의 담보자산을 디파이 플랫폼에 운용해 리스크헷징을 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와 가격정보와 담보청산을 교환하는 모델이다. 조 센터장은 “은행과 디파이의 결합을 상상했을 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게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면서 “담보비율만 조정하면 변동성은 어려움이 없다. 제도화가 되면 가능한 아주 간단한 연계서비스”라고 말했다. 


△ KB국민은행이 구상한 미래 암호화폐 금융 모델 [출처: KB국민은행]


실제 국민은행이 진행하는 KODA 사업에 향후 해시드가 연결고리가 돼 디파이 서비스가 연계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KB국민은행과 KODA를 설립한 암호화폐 투자사 해시드는 최근 디파이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신세틱스, 인젝티브프로토콜 리니어파이낸스 등 최근 전통자산을 토큰해 유동성을 높이고 있는 디파이 프로젝트에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조 센터장은 “디지털자산 시장은 커스터디와 투자플랫폼을 넘어 프라임브로커로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이 결합된 파생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금세탁방지·기관 유입”

하지만 은행이 디파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연계해 금융 혁신을 이루려면 넘어야할 산도 많다. 그는 암호화폐 사업에서 자금세탁방지 관련 주요 리스크로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여부, 해킹, 사업자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꼽았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국제규범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중심으로 제도화되고 있는 단계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트래블룰 준수를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나 시스템이 미비한 점을 들어 시행이 1년 유예됐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송수신시 양측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VASP에게 부과한 규제항이다. 그는 “규제를 준수해 거래소라면 은행이 부담이 없을 것 같다”면서 “감독당국에게 규제준수 의지를 보이는 거래소가 많아진다면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세탁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기관 투자자의 유입에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강조했다. 전통 금융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하려면 자금세탁방지 대책 마련과 기관 유입을 선결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가 수탁받은 자산은 제3자에 위탁 의무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신규 암호화폐 거래지원 혹은 중단시 제3자의 검증절차와 구체적 기준 마련 △암호화폐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원화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외거래(OTC) 시장 마련을 제시했다. 사용자 보호조치와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6월 암호화폐 커스터디 솔루션을 보유한 아톰릭스랩과 협약을 맺는 것을 시작으로 커스터디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월 암호화폐 투자 관련 KB디지털자산커스터디(KBDAC) 상표를 특허 출원했고 지난 8월에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해시드, 컴벌랜드코리아와 디지털자산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앞서 10월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는 디파이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금융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탈중앙화된 새로운 금융 혁신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며 “디파이 서비스 및 시장 확대에 대비해 금융회사도 관련 신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변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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