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위안화의 국제화 도구’ 중국 CBDC가 직면한 과제 3가지

By 김세진   Posted: 2020-05-14

효용성, 국제 정세 기반한 과제와 가능성 분석

중국판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출시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는 중국이 발행하기로 한 ‘위안화 기반 디지털화폐(DCEP)’를 두고 최초의 소매용 디지털 법정화폐 사례, 위안화(RMB)의 국제화 수단 등으로 앞다퉈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DCEP는 정말 순조롭게 디지털화와 국제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DCEP의 효용성 분석과 국제 정세를 통해 DCEP가 처한 과제와 가능성을 짚어봤다. 

1. DCEP, 모든 현금·간편결제 대체할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DCEP는 본원통화(M0)로 기능한다. 본원통화는 중앙은행 화폐발행액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합한 금액을 말하며 은행예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신용창조를 통해 파생한 통화는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을 디지털화한 DCEP를 통해 통화공급 및 관리 효율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같은 DCEP는 총 통화가 아니라 유통 중인 현금의 일부만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져 발행 직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왕용리 전 중국은행 부총재 발언에 따르면 DCEP는 출시한다 해도 기존 모든 현금을 DCEP로 신속하게 교체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현금 자체도 중국 내 총 통화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4%로 비중이 낮은 점이다. 즉 DCEP는 중국 유통화폐 중 현금이 차지하는 4%보다 낮은 비율의 현금만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리리훼이 중국인터넷금융협회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전 중국은행 총재는 “법정 디지털통화는 3~10년 기간안에는 모든 지폐를 대체하기 어렵다.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용리 전 부총재도 지난 4월 “DCEP가 너무 과장됐다”면서 “DCEP는 모든 RMB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현금 RMB의 디지털화일 뿐이며 단기적으로 봤을 때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재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DCEP가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수단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주장도 즉각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DCEP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위안화인 DCEP를 운영기관에 발행하면, 운영기관이 금융기관에 유통하는 2계층 구조다. 중앙은행은 기본적인 지급 기능만 수행하고 UX를 비롯한 유통은 운영기관에 위임된 상태로, 여전히 일종의 결제수단에 불과해 기존 핀테크 기업과 사용자경험(UX)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다. 

향후 DCEP는 캐시백, 할부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경쟁해 소비자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양샤오천 중국과기대학 세계금융연구센터 연구원과 장밍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5월 공동작성한 소논문을 통해 “DCEP는 법적 의무, 개인정보보호, 오프라인 결제 부문에서 우수하지만 사용자경험은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면서 “DCEP는 기존 알리페이 등과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 선택적 익명성, 초국경 설계에 발행·운영 비용은↑

현금의 일부만 대체한다는 DCEP의 발행 및 운영비는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에 비해 저렴할까. DCEP는 위안화 송수신자에 대해 선택적 익명성을 가지면서 국경을 초월한 지급결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통화관리와 초국경 결제 부문에서 이점을 누리려면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만큼 시스템 설계 및 구축 비용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통화연구소 관계자 발언과 자료를 종합하면 DCEP는 고액 거래의 경우 범죄예방을 위해 중앙은행 및 운영기관에 각각 필요한 정보를 전송하는 제한된 익명성 성격을 띈다. 이와 함께 국경을 넘어서도 결제를 지원해 위안화의 국제화에 기여해야 한다. 이 같이 복잡한 설계 구조로 인해 DCEP는 기존 은행망 혹은 지급기관의 모바일 결제시스템보다 운영 비용이 높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DCEP가 위안화의 국제화 수단이 되려면 현금 대체비율은 낮은데 비해 높은 설계비용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 전 부총재는 “DCEP는 비트코인처럼 접근 허가가 필요 없고 국경이 없는 블록체인 운영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출시 즉시 국제 결제 시스템이 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면서 “글로벌 통화로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중국 CBDC에 적용된 기술솔루션과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달려있다. DCEP가 정말 비교우위가 있는지, 사용자들이 수용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3. 코로나로 빛난 미국 달러…DCEP, 정치적 요인도 개재

DCEP가 투입비용은 높은데 현금 대체비율은 낮다는 점이 지적되자 DCEP가 위안 국제화의 도구라는 명제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달러가 건재함이 확인되자 DCEP는 국제화 수단보다는 현금 위안의 유통형태 변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이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를 흔들려면 현금의 디지털화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RMB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우선이라는 전언이다.

양샤오천 연구원과 장밍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해 미국경제는 올해 큰 변동을 겪었지만 달러가 국제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통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중국 입장에서)달러 헤게모니가 약화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위안화의 실제 가치를 높이는 것도 필수 요건이다. DCEP는 RMB의 결제 편의성을 향상할 수 있지만 편의는 통화를 사용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 통화 가치의 안정성이나 인식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CEP가 위안화의 국제화보다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만 국한되는, 지역화 도구에 그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CBDC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도모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CBDC도 지역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부총장은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 집중됐던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생산라인이 철수하고 세계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세계 경제의 지역화 움직임은 경제의 종속변수인 화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종 코로나19 여파로 달러화의 입지가 견고함이 확인되면서 중국의 디지털화폐 행보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 완화를 목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 중앙은행과 한시적 통화스와프(Swap)를 맺으면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입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권구훈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종대부자로서 Fed의 조치들은 달러 자금시장의 안정적인 작동을 담보함과 동시에 달러 스와프 라인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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