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양도소득세 과세가 가장 적절”
복수의 국내 조세 전문가들이 암호화폐 과세에 대해 양도소득세 부과가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 전에 과세 인프라를 구축한 후 과세해야 조세 형평성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또 빗썸에 부과한 803억원의 기타소득 과세 처분에 대해서는 조세원리상 무리라고 평했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31일 법무법인율촌 렉처홀에서 ‘암호화폐 과세의 합리적인 모습은?’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조세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비거주자 소득세 명목으로 803억원을 부과한 사례를 평가하고 합리적인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국세청은 2014년부터 5년간 빗썸에서 국내 비거주 이용자의 원화출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빗썸을 소득세 원천징수 의무자로 해석해 약 83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세법상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 암호화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느냐,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빗썸은 이번 과세가 지나치다고 보고 조세심판원 행정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양도소득세 적절…암호화폐 과세 인프라 구축해야”
김병일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도소득이란 자산의 양도에 따라 실현된 소득으로 토지, 건물, 부동산에 관한 권리, 주식 등과 같은 자산이 대상이다. 자본이득은 소득을 획득할 목적으로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자본적 자산으로 산정된다. 대신 소득세 산정을 위해 과세보다 과세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병일 교수는 기타세, 거래세가 거론되지만 암호화폐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기타소득의 경우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외의 소득으로 일시적,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을 일컫는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대부분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이라고 보기 어렵고 과세구조가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거래세는 암호화폐 거래시마다 간접세로 과세하는 형태로 개인간 거래시 암호화폐 거래포착이 어렵고 거래가격의 변동성이 큰 점, 소액주주의 주권상장법인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등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가 없으며 증권거래세법과 같은 별도의 암호화폐거래세법을 새로이 입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 교수는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는 법으로 주식에 적용하는 비례세율법을 제안했다. 주식 비례세율법은 20%를 기준으로 5~10%를 가감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가 주식과 거래형태가 유사한 점,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주권상장법인 주식 거래에 대한 과세방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토지에 적용하는 초과누진세율보다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최고 45% 7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향후 과세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거주자가 보유중인 암호화폐를 국내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근거를 명확히 하고 거래소에 대한 원천징수의무 부여, 암호화폐 소재지 정립기준 등을 합의해 조세분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과세인프라 구축도 강조했다. 과세 인프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지급조서 제출의무 등을 부여하고, 부과제척기간 장기화 등 관련 세법 규정을 정비함과 동시에 조세회피 방지방안, 암호화폐에 대한 체계적인 회계기준을 마련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김병일 교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에 관한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으로 가상자산 성격만 부여되면 훨씬 과세제도를 만들기 쉽다”면서 “과세 논의보다 특금법 통과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빗썸 과세는 무리한 처사…과세 전 합의가 먼저
빗썸의 기타소득 과세 처분에 대해서는 조세원리상 무리라는 것이 조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학교 재무회계세무학과 교수는 빗썸의 경우를 보면 “과세대상 법적근거와 납세자 법적근거 규정이 모순된다”면서 “빗썸이 원천징수의무자인지도 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교수는 “빗썸은 자본시장법 상의 투자중개업자도 아니고 플랫폼이라 원천징수의무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향후 암호화폐 과세 전에 과세 인프라구축과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민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과세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면서 이후 거래세를 부과하다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양도소득세가 바람직하지만 과세자료가 잘 파악이 안되고 비거주자 과세 문제가 있어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성훈 한림대학교 교수도 “과세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아 지금 과세하면 거래소 이용하는 사람만 세금 무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암호화폐에 과세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교수는 “암호화폐 세법기준을 세수 확보 측면에서 보지 말고 시간을 갖고 보는게 중요하다”면서 “암호화폐 현재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미숙하게 납세하기보다는 국제적인 추세를 보고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