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신청한 프로젝트 1차 검수 후 투표...1위 오르면 빗썸에 상장
빗썸 측 "BXA 토큰과의 연관성 현재로는 전무"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빗썸의 상장 투표 시스템인 픽썸의 전모가 28일 드러났다. 투자자가 상장 코인에 직접 투표한다는 점에서 거래소에 집중된 상장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지만 커뮤니티에 상장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암호화폐 거래소의 책임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성현 픽썸 기획책임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데일리 블록체인 포럼(EBF) 2018에 참석해 픽썸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픽썸은 바이낸스의 상장 투표 시스템인 ‘바이낸스 커뮤니티 코인’과 과거 후오비 하닥스에서 운영했으나 지금은 후오비 글로벌에서 운영 중인 ‘후오비 넥스트’를 참고해 만들어진 모델이다.
김 책임이 공개한 픽썸 시스템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상장을 원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픽썸의 공개신청 과정을 밟아 상장 투표를 신청한다. 빗썸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세탁방지(AML)와 신원 확인(KYC) 등 1차 검수와 평가, 검증을 수행한다. 한차례 걸러진 프로젝트들은 피투표 권한을 획득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에어드롭과 같은 공약을 제시한다. 이후 투표에서 1위에 오른 프로젝트가 빗썸에 최종 상장되는 구조다.
김 책임은 픽썸에 대해 “Pick(뽑다)이라는 단어와 빗썸이 합쳐진 이름”이라며 “투자자들이 상장 코인을 직접 뽑는 상장 투표 커뮤니티”라고 밝혔다. 이어 “유저의 검증을 통한 제대로 된 암호화폐 평가 시스템과 국내외 유망 프로젝트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픽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 투표 시스템은 빗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지만 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9월부터 바이낸스 커뮤니티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이용한 투표 시스템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바이낸스 이용자들은 바이낸스 코인 0.1 BNB을 내고 상장을 원하는 신규 토큰에 투표할 수 있다.
후오비의 상장 투표 시스템인 ‘후오비 넥스트’도 각 암호화폐 프로젝트로부터 상장 신청을 받아 리스트를 완성한 후 이용자에게 투표를 받는 구조다. 여기에 ‘추천 기관’으로 명명된 전문 투자기관들이 일반 이용자와 함께 투표에 참여한다. 이들은 상장 리스트에 오른 각 후보에 고문과 같은 역할로 이용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표 시스템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다수의 프로젝트 관계자가 관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투표에 올라가기 전에 엄밀한 심사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공정하지 못한 프로세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 장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빗썸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부작용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가입단계부터 1인 1계정을 요구하고 모니터링 과정에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개인이 투표를 유도하는 정황이 보이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설명이다. 빗썸 관계자는 “투표를 통해 1등이 된 프로젝트의 투표자 명단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며 “명단 중에 관계자가 다수 포착되면 바로 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정 중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보완책을 중간중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빗썸 토큰으로 불리는 BXA 토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말씀드릴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