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의료데이터 거래…세상에 없는 시장 연다

By 신찬옥 기자   Posted: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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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관리하게 될 겁니다. 지금처럼 병원을 찾아가서 서류로 발급받고 CD로 받는 시대는 곧 끝나요. 블록체인은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관리공단, 심사평가원에 잠자고 있는 데이터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가장 좋은 도구가 될 겁니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개인이 `의료 데이터 비즈니스`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스템에 비유해 설명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찍고 포토샵 등 원하는 방식으로 꾸민 뒤 자발적으로 서버에 업로드하는 것처럼 의료 데이터 중 일부를 선택해 제약사, 보험사, 기업들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원본 증명과 보안이 생명이다. 데이터를 사고파는 시장에서 통용될 가치 수단과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제공해야 할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2년 전 공중보건의로 일하던 시절 남들보다 일찍 블록체인 기술을 접했는데 처음에는 저도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우리 의료 시스템이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메디블록을 창업했고, 가상화폐 공개(ICO)부터 플랫폼 개발까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년 4월 창업한 메디블록은 독특한 사업모델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번거롭게 발급해야 했던 개인의무기록(Personal Health Record·PHR) 플랫폼을 만들어 세상에 없던 시장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과 의료계 양측이 윈윈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저희 몫”이라며 “데이터를 팔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모두가 만족하는 인센티브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메디블록의 핵심 키워드는 `탈중앙화`와 `무결성`이다. 탈중앙화란 환자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기 때문에 동의 없이 의료 정보를 마음대로 열어보거나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무결성이란 장부를 공동 소유하기 때문에 임의로 기록을 고칠 수 없고 원본임을 증명하는 것이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개인이 건강기록을 보관해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통용될 가상화폐도 이미 발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메디블록은 작년 11월 `메디토큰(MED)`을 발행해 70개국 6500여 명에게서 약 200억원을 유치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달에는 자체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 투자자에게 새로 발행할 ERC20(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 토큰 `메디엑스(MEDX)`를 1대1로 지급하며 관심을 모았다. 메디엑스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인 DEx.top과 Kryptono에 상장했으며, 지난 10일에는 글로벌 보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PolicyPal Network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가 의사 출신이어서 의료계와 소통하는 데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한 것도 장점이다. 메디블록은 이미 여러 국내 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양대 의료원, 경희대 치과병원을 비롯해 글로벌 화상 전문센터인 베스티안재단과 의료정보시스템을 제공하는 디자인 컨설팅 그룹 파인 인사이트 등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파트너사와 제휴도 협의 중이다.


메디블록은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 0.1버전을 이미 공개했다. SDK는 개발자가 메디블록 플랫폼 안에서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라이브러리 개발 문서 코드 샘플 가이드 등을 말한다. 이 대표는 “연내 구축될 예정인 메디블록 자체 플랫폼 안에는 의료인 인증, 데이터 공유, 데이터 백업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며 “우리 사명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데이터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수익모델은 플랫폼이 완성되면 얼마든지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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