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P2E 게임 연달아 퇴출에도 새로운 게임 출시 속도가 더 빨라
국내 첫 돈버는 `무돌삼국지` 하루만에 서비스 재개
일관된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해..."범정부 컨트롤타워 설치하자" 규제당국·게임업계 한 목소리
국내 게임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돈 버는 게임(P2E)’과 관련해 게임이 현금과 연결되면 사행성 게임으로 판단한다는 대전제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도 허점을 파고든 사행성 게임도 난무하고 있어 사실상 ‘회색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P2E 합법화룰 두고 규제당국과 게임업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P2E 핵심인 ‘M·B·N(메타버스·블록체인·대체불가토큰)’ 신기술과 관련해 부처별로 혼재된 권한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규제당국과 게임업계 양쪽에서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해외 P2E 게임 ‘세탄 아레나’의 운영사인 울프펀 게임에 등급분류결정 취소 예정임을 통보했다. 베트남 소재 게임사인 울프펀 게임은 국내에서 금지된 P2E 게임을 서비스해왔다. 앞서 게임위 결정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국내 첫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는 법원의 임시효력정지 결정 처분으로 하루 만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해당 게임 개발사인 나트리스는 김앤장을 선임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과 함께 본안 행정소송까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규제당국이 “한번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연일 P2E 게임을 퇴출시키고 있지만 사실상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위는 최근 구글·애플 등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P2E 게임 출시를 더 엄격하게 검열해달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발송했다. 하지만 게임위에 반기를 들고 소송을 진행하는 게임사만 늘어날 기세다. 정부와 게임사 간 소송전이 이어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전가되고 있다.신사업 발표와 규제 소식에 게임사 주가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연일 요동치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메타버스·블록체인·대체불가토큰(M·B·N)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접목한 P2E 해외 출시 등을 신규 먹거리로 한 내년도 사업 구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규제로 묶여있는 국내 시장은 제쳐두고 P2E가 합법인 해외로 우선 나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P2E 게임에 뛰어들지 않은 게임사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P2E와 소셜 카지노를 접목한 사업 모델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게임사들은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이 일단 먼저 서비스를 출시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사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한국에서는 게임 자체가 사행성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게임의 경제나 재화가 게임 밖으로 나오면 사행이라고 규정한다”며 “그런 기준이 게임 플레이에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위메이드의 글로벌 히트작인 미르4의 경우 전 세계 170개국에서 출시됐지만 불법 철퇴를 맞은 사례가 없고, 규제 때문에 출시가 제외된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P2E 게임 흐름은 누구도(정부), 어느 회사도 막을 수 없으며 그 흐름을 어떻게 양질의 성장으로 만드는지가 과제”라며 “사행성 규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위 내부에서도 현행법으로는 P2E 게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선 신기술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설치와 ‘규제 샌드박스’ 적용 등이 해법으로 제안된다. 가상자산 등이 연관돼 있는 P2E와 메타버스·대체불가능토큰(NFT)등 신사업은 특정금융정보법 해석, 민법 개정 등 여러 권한들이 얽혀 있어 특정 상임위의 법안 개정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NFT 과세 여부를 놓고 부처 간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위는 NFT 일부에 대해 현행법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데 반해 기재부는 금융위가 NFT의 가상자산 포함 여부를 법적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관련법과 시행령 등을 상위 부처에서 총괄하고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P2E 게임의 핵심 기술인 NFT의 가상자산 해당 여부를 놓고도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게임위는 P2E 게임에서 사용되는 NFT가 가상자산으로 분류된다면 P2E 게임을 사행성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게임위가 소송을 위해 요청한 사실 조회 답변서에서 NFT별로 개별 판단해야 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NFT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가상자산이 아니지만 투자의 성격을 가진 NFT는 가상자산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메이저 A게임사 관계자는 “M·B·N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서비스로 나오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책 혼란이나 일관성 문제 때문에 각 주무부처가 의견을 내지 않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7월 민간 주도 대통령 산하 정책자문기구인 ‘게임산업전략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B게임사 관계자는 “거대한 기술 흐름이 너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한 규제기관(부처)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게임사들의 판단”이라며 “대선 후에 기술에 대한 정의와 큰 방향의 제도 개선 등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심의를 대포 강화한 규제 샌드박스 등 전향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진영태 기자 / 황순민 기자 / 김대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