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건물주 된 업비트 “산업은행 방 빼세요”

By 매일경제   Posted: 2021-10-28

“계약 만료일 전에 사무실 비워주세요.” KDB산업은행 강남지점은 최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서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 산은은 당황스러웠다. 산은과 아무 관계없는 두나무가 뜬금없이 퇴실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두나무는 지난달 서울 삼성역 주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는데, 해당 건물에 산은 강남지점이 임차해 있었다. 두나무는 이 건물을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리모델링(새 단장) 공사를 하기로 했고, 산은 측에 계약 재연장은 불가하며 만료일보다 더 일찍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한 것이다. 산은은 고민에 빠졌다. 강남지점은 삼성역 주변 대로변이라는 좋은 위치에 있었고, 프라이빗뱅킹(PB) 업무와 대여금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산은의 강남 대표 지점으로 영업을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내년 중순에 현재 자리를 떠나 이사하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권은 ‘격세지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은은 국책은행 맏형 혹은 금융계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금융권에서 높은 위상을 자랑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금융사가 자기 건물에 임차해 있는 산은에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퇴실을 요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면서 “빅테크와 가상화폐 등 새로운 금융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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