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도 자산이 된다…NFT의 세계

By 매일경제   Posted: 2021-09-01

요즘 문화계 핫이슈는 재정난을 겪어온 간송미술관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지난 7월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100개 NFT로 만들어 개당 1억원에 판매했는데 80개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을 창제한 목적, 제작 원리를 담은 책이다.

간송미술관의 결정이 화제에 오른 것은 그림, 영상 등에 주로 활용돼왔던 NFT가 문화재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덕분이다. 간송미술관은 차기 프로젝트로 국보 고려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등 소장 문화재를 활용한 NFT 그림 카드까지 만들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NFT 활용 사례가 꽤 많다.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입사지원서가 NFT로 발행돼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런던 기업가 올리 조슈가 지난 7월 마련한 경매에서 1973년 잡스가 손으로 쓴 입사지원서를 디지털화한 NFT가 경매에 부쳐졌다. 당시 NFT는 2만3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630만원에 팔렸다.

이처럼 NFT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NFT만이 가진 매력 덕분이다. ‘대체 불가 토큰’이라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토큰이다. 보통 동영상이나 이미지, 음악 파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고 원본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NFT는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 등의 정보가 모두 디지털 장부인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 덕분에 투자자산, 수집품으로서 가치가 치솟으면서 NFT가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 영상물, 음원 등이 고가에 거래되는 중이다.

NFT 시장분석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2019년 1억4000만달러였던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4000만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1분기 NFT 거래량만 2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다. 8월 6일 하루에만 전 세계 NFT 자산 판매액이 총 815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억원에 달했다.

잇따른 악재로 혼란에 빠진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종목은 NFT 관련 코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엑시인피니티, 세타토큰 등 9종의 NFT 관련 암호화폐를 시가총액 비율로 구성한 ‘NFT 인덱스’는 지난 7월 20일 382.07에서 8월 12일 778.48로 100% 이상 올랐다. NFT 인덱스의 핵심인 엑시인피니티는 ‘엑시’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NFT로 만든 게임이다. 게임할 때 받은 엑시인피티니 코인으로 관련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어 MZ세대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게임하면서 돈 버는 일명 ‘Play to earn’ 개념이다. 덩달아 NFT를 만들 때 플랫폼처럼 쓰이는 이더리움(ETH)도 파생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을 즐기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메타버스 인기와도 맞물려 NFT 시장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는 중이다. NFT 시장이 커지면 이더리움 매력은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FT 활용처가 다양해지자 기업들도 NFT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은 국내 최초 NFT 마켓을 선보였다.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했던 ‘까사노’ 문양의 라이터 굿즈를 100개 한정 수량 NFT로 판매했다. 가격은 개당 30만원 선이다.

IT 기업들도 NFT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카카오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에 ‘클립드롭스’라는 NFT 전용 플랫폼을 개설했다. 이를 통해 NFT 작품 경매에 뛰어들면서 수차례 흥행 사례를 만들어냈다. 네이버 라인도 최근 일본 거래소 ‘비트맥스’에 NFT 플랫폼의 베타 버전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4호 (2021.09.01~2021.09.07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