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까지 갔다…김범수 의장 ‘제2의 카카오’로 낙점한 사업이…

By 매일경제   Posted: 2021-08-16

향후10년 성장동력으로 낙점...싱가포르에 자회사 설립하고 송지호·강준열 등 측근 배치
"글로벌 서비스 발굴" 특명...3억달러 펀드로 벤처 투자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이 새 성장동력으로 ‘블록체인’을 낙점했다. 최근 싱가포르에 새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Krust)’를 출범하고, 비영리 법인 ‘클레이튼 재단’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외로 확장한다. 

카카오는 최근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 크러스트와 비영리 법인 클레이튼 재단을 설립했다고 16일 밝혔다.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해외 블록체인 사업 전진기지로,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활용한 서비스를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를 육성하려는 목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클레이튼 생태계의 세계적인 확장을 위해 3억달러 규모 ‘클레이튼 성장 펀드(KGF)’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대표는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이 맡는다.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와 신정환 전 카카오 총괄부사장도 합류했다. 

강 전 CSO는 카카오 창업 멤버로 퇴사 뒤 벤처투자에 전념해왔다. 신 전 총괄부사장은 최근 6년간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왔다.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튼과 카카오 가상화폐 클레이 생태계, 거버넌스 정책을 총괄한다. 그동안 카카오 최초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맡아온 역할이다. 클레이튼은 기술·사업 등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협의체인 ‘거버넌스 카운슬’을 구성해 운영되며 현재 기업 32곳이 참여하고 있다.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지갑, 대체불가능토큰(NFT),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등 플랫폼과 서비스 사업을 담당한다. 현재까지 담당해온 클레이튼 도구 개발과 운영도 지속할 예정이다.

한재선 대표가 이끄는 그라운드X는 2019년 클레이튼 플랫폼을 정식 출시한 뒤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톡과 연결해 가상화폐 같은 가상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 ‘클립’을 출시했다. 또 기업이나 개발자가 클레이튼상에서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클라우드 기반 BaaS ‘카스(KAS)’를 선보였다. 지난달 NFT 플랫폼 ‘클립 드롭스’ 시범 버전을 출시하고,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자에도 선정됐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블록체인을 통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해온 그라운드X에 그치지 않고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아 블록체인으로 세계적인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크러스트 대표를 맡은 송 센터장뿐 아니라 강 전 CSO, 신 전 총괄부사장 모두 김 의장 측근으로 꼽힌다. 송 센터장은 2015년 카카오가 인수한 인도네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패스 사업을 맡아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카카오는 최근 신 전 총괄부사장에 대해 “해외 신사업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카카오가 블록체인 사업에 집중하는 데는 김 의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미 2017년 말 카카오의 새 사업 화두로 블록체인을 제시하고, 이어 2018년 3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는 등 꾸준히 관련 사업을 확장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블록체인 사업의 중요도를 높여 핵심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는 전언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 10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앞으로 10년의 새로운 먹거리, 모바일을 뛰어넘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고심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플랫폼과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블록체인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강조한 것은 2017년 말이지만, 최근 들어 미래 먹거리 가운데 1순위로 꼽을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 신규 자회사에 최측근을 다수 배치한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자회사와 재단 설립은 싱가포르를 핵심 거점으로 블록체인 사업의 세계적인 확장을 가속화하겠다는 공식적인 행보”라고 설명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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