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부터 암호자산 시장은 큰 조정을 겪고 있다. 80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절반 이하인 3900만원대까지 떨어졌었고 다른 알트코인들은 평균적으로 60% 이상 하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하락을 겪는 가운데 암호자산 커뮤니티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그 전까지 낙관적인 장기 투자자, 소위 호들러들 속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던 트레이더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트레이더도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이 있기에 일반화시키긴 어렵겠지만 호들러와 비교했을 때 이들은 상대적으로 매매 빈도가 높은 단기 투자자다. 트레이더는 시장 방향성을 빠르게 읽어내고 베팅을 한다. 상승과 하락을 가리지 않고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높은 수익을 거둬들이는데, 덕분에 전문적인 트레이더들은 이번 하락을 예측하고 그 속에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들은 현물 매매뿐 아니라 레버리지 매매, 공매도, 재정거래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구사하며 시장의 파도를 자유롭게 타고 다닌다.
반면 호들러는 기본적으로 가치투자자이자 장기 투자자다. 호들러에서 호들(hodl)은 ‘붙들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hold’의 오타로 2014년에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유래되었다. 비슷한 우리 말로는 ‘존버’가 있다. 호들러들은 장기 상승장에서 두각을 보이는데 이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7년 이상 동안 암호자산을 보유하며 그 상승분을 온전히 누린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하며, 개중에는 저평가된 프로젝트을 발견해서 오랜 기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암호자산 시장이 꾸준히 우상향을 하고 있을 때에는 호들러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하락을 계기로 트레이더들은 무조건 장기 보유가 능사는 아니고 적절한 매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두 부류의 투자자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암호자산을 벗어나 일반 투자 세계를 봐도 워런 버핏과 같은 장기 가치투자로 성공한 사람이 있고, 제시 리버모어와 같이 단기 트레이딩으로 승승장구한 사람도 있다.
언뜻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부류의 투자자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한다. 예를 들어 트레이더가 레버리지를 활용할 때 모든 자산을 투입하지 않고 늘 안전장치를 만들어둔다. 확신이 서지 않는 시점에는 매매를 중단하기도 한다. 한편 호들러는 모두가 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항상 일정 비중 이상의 현금을 구비해 예상치 못한 하락에 대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까지 암호자산 시장에서 호들과 존버를 외치던 사람들 상당수는 무늬만 호들러에 가깝다. 비트코인이 1000만원 아래일 때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가격이 5000만원, 6000만원이 넘어가자 관심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바라며 비트코인보다 리스크가 큰 알트코인에 투자하고, 여유분의 현금도 준비해놓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다. 큰 하락이 오자 이들 중 일부가 트레이더로 변신을 시도하려고 한다. 갑자기 손절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레버리지와 숏(공매도)에 관심을 갖고, 차트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진짜 트레이더들은 이미 하락이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으며 하락이 진행되는 동안 목적하던 바를 달성한 상태다.
필자는 투자에 깊은 조예는 없지만 오랫동안 이 시장을 관찰해본 경험에 따르면 이렇게 트레이더로 어설픈 변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다시 큰 상승이 왔을 때 다시 호들러로 변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땐 이미 호들러가 얻을 수 있는 열매는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호들러와 트레이더를 오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영민한 시장은 아주 효과적으로 그들의 자산을 빼앗아가고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호들러든 트레이더든 그에 맞는 건전한 방법을 배우고, 자신이 세운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며, 욕심에 눈이 멀어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처음엔 다소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바른 원칙이 몸에 배어갈수록 좋은 결과를 얻게 되고 보다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조재우 교수는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스마트도시계획/환경비즈니스 트랙 조교수로 스팀잇을 움직이는 20명의 증인 중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선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석사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는 UC 얼바인(Irvine)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며 유학 도중인 2013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스팀잇에서 증인으로 활동 중이며 카카오벤처스에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칼럼에서는 주로 블록체인 산업 또는 정책 발전방안을 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