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코드로 그리는 예술품, NFT로 가치 인정받다

By 이승희   Posted: 2021-05-11

사회의 보편적인 성공 기준은 돈, 권력, 명예 이렇게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돈을 벌고자 탈중앙화금융(DeFi)으로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얻고자 탈중앙화자율조직(DAO)으로 힘을 모은다.

여기서 대체불가토큰(NFT)은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품위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사회적 품위를 보여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싼 그 무언가를 우아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크립토 커뮤니티에서는 NFT 아트를 이 쓰임새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바로 명예를 쌓는 방법이다.

이번 편에서는 개발자가 기술로 미술시장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다뤄볼 것이다. 예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에 살 것 같은 개발자가 NFT 아트로 컬렉터, 작가, 갤러리의 역할과 모습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알아보자.

개발자, 코드로 예술품을 가공하다

개발자는 컬렉터에게 신세계를 보여줬다. 많은 사람이 아트 컬렉터라고 하면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작품 하나하나가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NFT를 통해 고가 작품의 소유권을 다수가 나눠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 때문에 많은 개미 컬렉터가 등장했다.

현재 NFT마켓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은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여러 개의 복사본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작품 하나의 가격이 1000만원이라면 이 작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00만원짜리 작품의 소유권을 다수로 쪼갠다면 일반인도 쉽게 작품을 살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한 작품의 소유자가 다수의 토큰으로 쪼개어 거래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주식으로 나뉘어 있고 소액 주주와 고객 주주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 NIFTEX에서 이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ETF와 같이 여러 개의 작품을 묶어서 ERC-20 토큰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컬렉터가 큐레이팅한 작품을 ERC-20 토큰화함으로써 컬렉터의 안목을 믿고 투자를 할 수 있다. B20 토큰이 가장 대표적인데, 비플의 20개 작품의 소유권을 1000만개로 분할한 토큰이다.

또한 수집할 때 가장 힘이 드는 것은 장소를 확보하고 작품이 상하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것인데, NFT는 이런 장애물도 없애버렸다. 디지털 작품의 수집이 잘 인정되지 않았던 건 소유권 보장이 힘들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자신의 것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수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컬렉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러운데, 이제는 장소에 사람을 초대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원한다면 다 볼 수 있도록 공개된다.

가공을 넘어 창작까지 넘보는 개발자들

NFT아트에서 개발자는 작가처럼 작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2017년 6월, 실리콘밸리에서 실험 삼아 탄생한 NFT아트프로젝트가 크립토펑크(CryptoPunk)다. 간단한 픽셀아트이며 초상화 형태를 띠고 있다. 해당 작품을 보여주고 친구에게 예상 가격을 물어봤더니 “만원?”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아래의 CryptoPunk #3100은 758만달러(약 85억원)에 거래됐다.

출처=https://www.larvalabs.com/cryptopunks/details/3100

크립토펑크는 1만개 시리즈의 작품이 존재하며, 개발자가 친 코드로 탄생했다.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랜덤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2017년에는 이더리움 지갑만 가지고 있으면 이 작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게임으로 돈을 버는(Play-to-Earn) NFT 게임으로 유명해진 엑시 인피니티도 게임 캐릭터가 고유한 NFT아트다. 아티스트가 만든 요소를 이용해 개발자는 유전자 알고리즘을 짜고, 캐릭터가 교배하면 새로운 NFT아트가 생성된다.

NFT의 가치는 ‘사회적 인정’

그렇다면 이런 NFT들은 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다. 개인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만들 경우 사실 큰 커뮤니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큰 커뮤니티가 존재하면 익명성이 두드러지는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지고 싶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싶을 때 좋은 방법이 된다. 그 가치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위터의 프로필이 758만달러를 호가하는 크립토펑크#3100으로 돼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되거나 트위터 쪽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인간의 개입이 적어짐으로써 투명성이 보장된다. 대부분 시리즈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데, 요소별 희귀성 등을 모두 명시해놓으며 컴퓨터 코드로 검증되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더 신뢰할 수 있다.

개발자는 이제 갤러리의 역할도 바꿔놨다. 기존 갤러리는 오프라인 전시 장소를 제공하고 마케팅을 도왔지만, NFT 시장에서 이제 작가들은 전시를 하지 않아도 작품을 판매할 수 있어 반절이나 되는 수수료를 갤러리에 주지 않아도 된다. 컬렉터들도 이제 오프라인에서 찾아다닐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NFT 기술이 원본의 소유권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복사, 붙여넣기를 누르면 똑같이 생겨나는 디지털 파일의 판매가 애매모호했다. 하지만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판매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NFT 덕분에 작가, 현재 주인, 판매 날짜, 가격까지 투명하게 공유된다. 또한 리얼타임 경매가 가능하다. 스마트컨트랙트로 인해 계약서를 쓰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재밌는 사실은 갤러리의 역할을 하는 디지털 오픈마켓에서도 이미 급이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오픈시(OpenSea)는 누구나 판매가 가능한 시장과 같다. 파운데이션(Foundation)이라는 플랫폼에서는 클럽하우스와 같이 초대를 받을 때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워 브랜드관에 비교할 수 있다. 슈퍼레어(SuperRare)는 큐레이팅이 까다로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명품관과 같다. 현재 슈퍼레어에 진입한 한국 작가는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작품을 고가에 판매할 수 있으며 좋은 작품을 찾는 컬렉터도 많이 모여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고 한국에서도 몇 군데에서 NFT 마켓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전시’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다. 이 전시라는 개념은 더 확대됐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이미 NFT 작가의 개인전과 단체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반 전시와 다르게 링크 클릭 한 번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크립토복셀에서의 가상세계 땅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와 같이 개발자의 관점에서 바뀐 미술시장에 대해 살펴봤다. 다음 화에서는 미술시장의 꽃인 작가의 관점에서 NFT 시장을 바라볼 것이니 많이 기대해주길 바란다.

[이승희 엑시 인피니티 한국 CM]

이승희 CM은 예술과 블록체인이 접목된 NFT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인물이다. 예고 졸업 후 자연스레 미대에 입학했지만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미술시장에 한계를 절감하고 경영대로 전향했다. 이후 2017년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하고 2019년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들었으며 현재는 NFT 게임의 선도 주자로 꼽히는 엑시 인피니티의 한국 커뮤니티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