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예술품’ NFT에 대한 오해와 가능성

By 조재우   Posted: 2021-03-30

최근 대체불가토큰(NFT)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뉴스에는 연일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 NFT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아내인 그라임스는 디지털 예술작품 NFT를 65억원에 판매했고,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는 자신의 첫 트윗을 NFT로 판매해 33억원을 벌어들였다.

비단 유명인사들의 NFT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NFT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라는 NFT 기반 디지털아트 거래 사이트에서는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가 작품들이 거래되는 파운데이션이라는 사이트에서는 0.1~5ETH, 한화로 약 20만~1000만원에 판매된 작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출처 : 니프티 게이트웨이 스크린샷

이제 시장의 흐름은 누가 봐도 탈중앙화금융(DeFi)에서 NFT로 바뀐 듯하다. 그러면서 NFT에 대한 장밋빛 해석도 넘쳐나고 있다. NFT는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예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동력이라고도 하고, NFT를 통해 복제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거래하고,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도 한다. NFT를 통해 저작권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러한 해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찬사를 보내는 상황에서 나오는 해석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좋은 쪽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눈에 씌워진 콩깍지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NFT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파운데이션 NFT를 예로 들어보자. 이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작품들의 NFT는 어떻게 생겼을까? 현재 75ETH까지 경매가격이 올라간 작품 하나를 선택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된 토큰 정보를 살펴보았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랍다. 이더리움에 기록된 정보는 단 세 가지이다. 첫째는 파운데이션 NFT 토큰 계약이라는 정보(0x3b3ee1931dc30c1957379fac9aba94d1c48a5405), 둘째는 파운데이션 NFT 토큰의 고유 ID(13623), 셋째는 현재 소유자 정보(0xcda72070e455bb31c7690a170224ce43623d0b6f)다. 디지털 작품 원본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x*y=k (작가: pplpleasr) 스크린샷 /출처:파운데이션
출처: 이더스캔

대신 작품파일은 블록체인이 아닌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라는 분산저장시스템에 보관되어 있다. 위 작품에 대한 IPFS 링크는 여기(https://ipfs.io/ipfs/QmUugLvMYoL3aVikgeUio8AYMLcKhNbSve3EytewikcDqH/nft.mp4)서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열광하고 있는 NFT는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 몇 줄짜리-예시의 경우 정확히 91글자인-문자와 숫자에 불과하다. 토큰만 놓고 본다면 어떠한 예술성도 없는 것이다. NFT에 연결된 디지털 아트가 복제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NFT 사이트에 있는 많은 디지털 아트들은 손쉽게 내려받고, 복사하고, 전송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위 작품의 mp4 파일을 내려받아 컴퓨터에 잘 보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NFT는 허구에 불과한 것일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NFT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한다. NFT는 복제불가능한 파일도 아니고, 원본 디지털 파일과 깰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NFT의 진정한 의미는 상징성이다. 디지털 형식을 갖춘 어떠한 존재(그림이든, 동영상이든, 글이든)를 대표한다고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이 NFT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 위에서 NFT는 희소성을 가질 수 있고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다른 블록체인 코인들을 금이나 은으로 비유한다면 NFT는 수석(독특한 형태나 문양을 지닌 돌)과도 같다. 수석은 물리적, 화학적으로는 큰 가치가 없는 흔한 암석이지만 수집가들이 가치가 있다고 합의하기에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혹은 NFT를 미술품에 비견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평론가와 수집가들의 합의가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얼핏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토큰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NFT가 블록체인 산업에 갖는 순기능도 있다. 블록체인에 ‘사치재’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미술품과 같은 사치재는 주로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NFT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부자가 아니고서야 쉽사리 디지털 파일 쪼가리에 수십억 원을 쓸 수는 없다. 수백만 원 하는 작품들도 웬만큼 돈이 있어야 맘 편히 살 수 있다. 지금 NFT 시장이 뜨거운 이유 중 하나는 가상화폐로 큰 자산을 모은 사람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NFT는 점차 신흥 디지털 자산가들의 수요를 흡수하면서 성장할 것이다.

그러기에 NFT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리미엄 브랜드파워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명품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NFT 플랫폼 운영사와 작가들은 부단히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NFT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경쟁에서 도태된 NFT들은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것이다. NFT는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NFT가 발전하면서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 꽤 흥미로운 시나리오는 분권화 저장소 블록체인과 NFT의 결합이다. 영구불변한 저장소에 있는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과 사용권을 NFT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한 차원 높은 디지털 희소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DeFi와 NFT도 연결될 수 있고, 실제로 몇몇 프로젝트가 이미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NFT가 고위험 자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 조합은 아직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

짧은 글로 NFT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NFT에 대해 조금이나마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기를 소망한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필자의 의견이 금방 구식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블록체인 분야가 더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내일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두근거림과 긴장감을 함께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조재우 교수는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스마트도시계획/환경비즈니스 트랙 조교수로 스팀잇을 움직이는 20명의 증인 중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선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석사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는 UC 얼바인(Irvine)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며 유학 도중인 2013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스팀잇에서 증인으로 활동 중이며 카카오벤처스에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칼럼에서는 주로 블록체인 산업 또는 정책 발전방안을 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