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난 뒤 가장 많은 논란을 발생시키는 것 중 하나는 “그래서 블록체인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입니다. 혹자는 그저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질문과 의심에 필자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메타버스 그리고 NFT를 결합하여 최대한 재밌고 쉽게 ‘왜 지금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은 2018년 개봉했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텐데요. 영화의 핵심은 오아시스라는 게임이자 메타버스의 개발자가 남긴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것입니다. 이 이스터 에그를 찾으면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오아시스라는 게임의 운영권은 물론이고 무려 5000억달러가 넘는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되는데요. 이걸 실제 현실의 문제로 가져오게 된다면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첫 번째 문제는 과연 이스터 에그가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가짜 이스터 에그를 만들어낸 다음 이것이 이스터 에그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조나 복제를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이스터 에그의 진위에 대해 모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해킹이 불가능해야 합니다. 실제 영화에서는 이러한 이스터 에그를 노리고 IOI라는 거대 기업이 플레이어들을 대거 육성하는데요. 만약 누군가가 이걸 굳이 게임 내 플레이(정상적인 접근)가 아니라 해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스터 에그를 심은 의미가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2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고, 이걸 바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NFT입니다. NFT는 논 펀저블 토큰(Non 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A가 오롯이 A라는 것을 입증하며 그 자체로 유일하다는 가치를 제시해내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 4일 미국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뱅크시의 작품 ‘멍청이(Morons)’를 불태우고 그 작품을 NFT로 만들어서 228.69ETH(약 4억3000만원)에 판매했습니다. 이들은 실제 작품과 디지털 아트가 함께 존재한다면 실제 작품의 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물을 불태워 버렸다고 밝혔는데요. 이처럼 NFT는 어떠한 존재에 대한 독창성(originality)을 입증하는 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즉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세상 속에 구현되는 자산들의 가치나 유일성을 입증하는 도구로서 NFT가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해 보자면 A라는 게임 속 세상에서 유저들이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돈을 벌어서 엄청난 가치의 아이템을 샀습니다. 그런데 해킹 또는 버그로 인해 그 아이템이 갑자기 수십, 수백 개가 복사된다면 그 아이템의 가치는 폭락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슈를 방지해주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템의 독창성을 인정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NFT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게임 속에서 한정된 재화나 아이템들에 대해 사람들은 그 희소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실제 현실의 돈이나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사고파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을 깨뜨리는 첫 단추로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현실의 돈을 써서라도 게임 속에서 보다 강한 플레이어가 되고자 노력하고, 그렇게 얻은 아이템을 바탕으로 더 좋은 혹은 희소한 아이템을 얻어서 그걸로 현실의 생계를 유지하곤 합니다. 이러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은 앞서 말한 독창성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게임 내 경제 체계에 대한 신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바로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부터 줄곧 주장해왔던 탈중앙화와 투명한 공개에 기반합니다. 이를테면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던 게임 속에서 사람들이 더 좋은 아이템을 사기 위해 몹을 잡고 금화라는 것을 모으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1금화를 모으기 위해 일반적인 유저들은 1시간이 필요했고 A라는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는 10금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게임사에서 몹을 잡을 때 얻을 수 있는 금화의 양을 10배로 늘렸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이제 유저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얻는 금화가 10배로 늘어서 좋았겠지만, 금방 모두가 그렇게 쉽게 금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A라는 아이템을 파는 사람들이 가격을 10배로 늘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심각한 것은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화의 양이나 확률 등을 게임사가 유저들 몰래 조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며 게임사를 제외한 수많은 유저들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경제 전반의 붕괴로 다가올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금화 10개의 가치를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결국 메타버스는 무너져 버리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세계에 몰입할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게임사가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는 가짜에 불과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사가 임의로 그 가치를 조종할 수 없으며 동시에 재화의 수량이나 그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각 재화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 속 XX라는 지역의 성은 주변에 사냥터가 많으니 앞으로 가치가 더 오를 거야!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이처럼 우리가 그저 상상으로만 여겨오던 메타버스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블록체인은 더 이상 그저 디지털 쪼가리가 아니라 현실과 메타버스를 보다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하나의 고리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메타버스 속 다양한 재화가 현실에서도 그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다가오는 메타버스의 세상을 바라보며 메타버스는 물론이고 블록체인 기술에도 주목해야 하는 것입니다.
[박정현 토스페이먼츠 사업개발실장]

박정현 토스페이먼츠 사업개발실장은 LG유플러스서 결제 사업을 담당하다가 핀테크 회사인 토스로 옮겨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이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과 결제, 그리 다양한 신사업에 연관지어 암호화폐가 우리의 실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