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스터 피어스 “조 바이든 행정부, 암호화폐 정책 원점서 검토할 것”

By 강현정   Posted: 2021-03-18

에리카가 만난 사람들 ①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의원

안녕하세요. 에리카입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2017년부터 활동하고 있고 특히 업계 안팎으로 존경받는 인사를 만나 지식과 견해를 듣는 에리카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탈리크 부테린 이더리움 창업자를 비롯해 디파이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드레 크론제 와이언파이낸스 창업자, 비트코인 대중화의 선두 주자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가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인터뷰는 의미가 아주 큽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인터뷰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헤스터 위원은 보수적인 분위기의 SEC에서 보기 드물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물이어서 ‘크립토 맘’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SEC의 위원인 만큼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크고요. 개인적으로도 국제 정책을 전공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규제기관의 의원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헤스터 의원은 인터뷰 내내 ‘크립토 맘’이라는 별명답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습니다. 비공식 인터뷰라는 제약으로 요즘 가장 관심이 높은 리플과의 소송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ETF 등 다른 사안에는 최선을 다해 답해줬고 이를 통해 SEC의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도 상당히 많이 보여줬습니다. 아래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인터뷰를 진행 중인 헤스터 피어스 의원 / 출처 = 에리카쇼

1.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헤스터 피어스 위원입니다. 위원회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뮤추얼 펀드의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변호사로 근무했고 그 이전에는 미국 상원의 은행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금융규제와 관련한 로펌의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이 같은 이력으로 증권거래위원회의 위원 5명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습니다.

2. 암호화폐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혹시 관심을 끌었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나요?

SEC에 합류한 2018년은 암호화폐에 아주 많은 관심이 쏟아지던 시기였습니다. 과거 근무했던 연구소에서 몇몇 동료들이 비트코인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했고 이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SEC는 사실 혁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암호화폐를 둘러싼 혁신의 물결에 휩싸이게 됐죠. 여기에서 나는 오히려 이런 환경이 SEC가 혁신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어떻게 분류되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특히 분류 기준이 궁금합니다.

SEC가 정의하는 증권의 범위는 꽤 넓습니다. 입법자들은 증권법을 만들 때 이렇게 생각했어요. “대중들은 매우 똑똑하다. 이들은 주식도 아니고 채권도 아니라면 바로 증권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라고요. 즉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주식, 채권에 속하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것들을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입법자들은 ‘투자 계약’이란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이 개념은 당신이 이득을 얻기 위해 그 사람의 노력에 의존하는, 바로 그 사람에게 당신이 돈을 주는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것이 적용되면 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리고 많은 암호화폐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4. 첫 번째 답변에서 증권 관련 규제가 연방 규제와 주 규제가 각각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 규제들은 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이 두 규제가 얼마나 서로 연계돼 있는지, 또는 얼마나 서로 다른지 설명을 부탁합니다.

주 증권법은 제정된 지 매우 오래된 법률이에요.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데서 기인한 ‘푸른 하늘 법’이라는 꽤 멋진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이 ‘푸른 하늘’에는 연방의회에서 “각각 다른 주법 50개가 있어도 괜찮아요”라고 하는 자리가 있고 “SEC가 관장하는 단일한 연방 표준이 필요합니다”라는 자리가 있어요. 즉 연방 규제가 주 규제보다 앞서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반면 주 규제가 먼저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법인 측면에서는 좀 달라요. 주 차원에서 공인되고 주 법에 의해 관리되는 주체입니다. 금융에서도 은행 규정, 송금 규정이 있는데 이 중 대다수도 주 차원의 규제가 적용됩니다. 연방 규제는 여기에 약간 섞여 있는 수준에 불과해요. 하지만 법인은 이 모든 규제를 당연히 준수해야 합니다.

주마다의 다른 상황을 예를 들어 살펴봅시다. 와이오밍주는 주 차원에서 관할하는 규제 영역에서 암호화폐 친화적으로 보이는 많은 조치들을 빠르게 시행했어요. 이들의 빠른 행보 덕에 SEC나 은행 규제당국은 암호화폐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배울 점’들을 얻어냈습니다.

또 애리조나주는 핀테크를 위한 규제 자율지대를 만들고 있어요. 이 아이디어는 연방 차원으로 격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각 주들이 여러 가지 다른 제도들을 시도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실험실’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5. 블록체인 업계의 혁신을 지지하는 당신이 SEC와 같은 규제기관에서 일하는 경우 어떤 한계나 장벽에 마주치지 않는지요? 특히 개인적인 견해가 SEC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이럴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SEC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위원회라는 것입니다. 통화감독청(OCC) 같은 경우에는 한 명의 담당자가 모든 것을 관장합니다. SEC는 위원회라는 구조를 활용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나도 역시 내 의견을 가감없이 피력할 수 있고 이의 일환으로 투표 이후 내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말하면 안 됩니다.

일반적인 규제 제정의 경우 위원 5명의 의견을 모두 듣습니다. 매우 바람직한 절차죠. 우리는 각자의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라고 미리 피력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4명의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분야를 이해시키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6. SEC가 암호화폐를 위한 규제 자율지대인 ‘세이퍼 하버’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SEC의 신임 회장이 암호화폐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의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또 이전 인터뷰에서는 버전 2.0을 제안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세이프 하버의 진척 상태는 어떤가요? 2021년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잠재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일단 세이프 하버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에 제안했습니다. 이후 많은 의견을 받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버전 2.0을 만들 계획입니다. 신임 회장과 이 제안을 두고 포괄적인 얘기를 나누기를 희망합니다.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네트워크를 가동할 준비가 된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킥, 텔레그램(암호화폐 발행으로 SEC와 소송을 치름 : 편집자 주)과 같은 사례를 보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젝트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자들의 손에서 토큰을 꺼내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프로젝트가 네트워크 위에서 탈중앙화되고 기능할 수 있는 기회를 3년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세이퍼 하버의 핵심 제안입니다.

여기에 증권이 결합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죠. 만약 3년 내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네트워크 구축까지 완료해야 한다면 프로젝트를 선뜻 시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해서 프로젝트에 종사하면서 미국인들이 관여하고 참여하길 희망한다면 증권화가 답일 것입니다.

7. 미국 통화감독청은 미국 은행의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암호화폐 결제 흐름이 과세 용도로 관리되고 제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은행 업계가 사업 용도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함으로써 저변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소 상반되는 두가지 의견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일단 나는 지금 SEC의 공식적인 의견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OCC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지금 말할 의견은 모두 내 개인적인 견해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일단 OCC의 이번 결정은 결제라는 장벽이 분산 원장에서 초래된, 효율성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어 미래에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을 해당 기관이 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런 이유로 스테이블 코인이 현행 결제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OCC의 이번 결정에 응답을 했고 또 스테이블 코인이 때때로 증권법과 연계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여러분들도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몇몇 구조는 증권법과 연계될 수 있습니다.

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취임했습니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이전 행정부와 비교할 때 어떤 점이 다를까요?

많은 것을 말하기에는 아직 좀 이른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행정부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새로 살펴볼 것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죠. 암호화폐는 SEC의 새로운 회장을 포함해 새로운 인사들이 현재 작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바꿔야 할 것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새 의장이 올 때까지 그를 대신할 임시 의장도 있고요. 그리고 새 의장과 얘기하는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 최근 임명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암호화폐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주로 불법 자금을 조달하는 거래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그래서 암호화폐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자금 세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 발언은 암호화폐 업계에 굉장한 충격을 줬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도 그 내용을 확인하고 전체 답변을 읽었습니다. 전체 답변은 좀 더 미묘하더라고요.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정말로 이처럼 새롭게 중책을 맡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실제로 불법 거래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이 현금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암호화폐도 다른 가치 지불 수단처럼 나쁜 일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법 활동을 인식하고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것이죠. 왜냐면 어떤 경우에는 현금보다 비트코인을 더 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설명하고 범죄자를 실제로 어떻게 추적할 수 있었는지 예를 보여주는 것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부에 계속>

[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

에리카 강 (강현정) 대표는 커뮤니티 빌딩 팀 크립토서울을 2018년 초부터 운영하면서 해외 프로젝트들의 커뮤니티 빌딩을 도와주고 있다. 30회가 넘는 다양한 밋업을 서울,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 등에서 주최를 했으며 ‘비들 아시아(BUIDL Asia)’ 컨퍼런스를 매년 주최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에리카쇼(Erica Show)’ 인터뷰를 크립토서울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학부는 이화여대 국제학, 석사는 스탠포드 국제정책학을 전공했으며 금융권, 통신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