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욕망에 투자하다

By 이준행   Posted: 2021-03-05

비트코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기준 시세 830만원에 불과하던 비트코인은 2021년 2월 5100만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블랙록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매스뮤추얼과 같은 보수적인 금융사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1세기 튤립’ 혹은 심하게는 ‘사기’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이 이렇게도 화려하게 귀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적인 분석보다 2020년대를 관통하는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형성된 비트코인의 ‘투자 펀더멘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 블록체인 기술 대장주 + 디지털 금
비트코인의 자산적 특성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의 네이티브 자산(Native currency)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개방형 블록체인을 돌아가게끔 해주는 자산이기에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대장주’로 금융시장에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요소는 금과 유사한 그 특질에 있다. 비트코인은 금보다 희귀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잘 나뉘고(Fungible) 감별이 용이하다. 위와 같은 기능적 특성과 더불어 신용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기에 디지털 시대와 잘 어울리는 금과 같은 상품화폐로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의 대장주’이자 ‘디지털 금’이라는 두 가지 내러티브는 2010년 초부터 변한 바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너무나도 급격하게 전개된 세 가지의 거시적 흐름이 ‘블록체인 기술의 대장주’이자 ‘디지털 시대의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비트코인의 투자 펀더멘털을 만드 것이다.

첫 번째는 미국 국채를 최종 담보로 잡는 달러 중심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된 것이다. 빚으로 부채위기를 덮은 2008년의 후유증에서 온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채무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켰다. 2020년 말 미국 국가부채는 270조 달러이며 GDP 대비 부채비율 또한 136%로 세계2차대전 때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년의 긴급 통화재정정책은 안 그래도 벌어진 실물경제와 금융자산 가격의 간극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금융시장은 더 이상 시장 논리에 의해서 작동한다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부채와 내부 금융시스템의 정합성 상실은 인플레이션(Runaway inflation)을 통한 체제 변화를 수반하였다. 그럴 때마다 금융시장은 금과 같이 디폴트가 불가능한 기존 금융 시스템 밖의 가치 저장수단을 찾아왔다. 특히 코로나19 극복 이후의 보복소비와 연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스탠스를 고려하였을 때,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안적 가치저장 수단, 대안적인 금융시스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작금의 거시경제 환경에서 디지털 금과 블록체인 기술의 대장주를 표방하는 비트코인은 비대칭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필요한 가치저장 수단
두 번째 변화는 경제적 자유의 위축이다. 국가주의와 금융통제가 강화되며 국제화와 자유시장이 쇠퇴하고 있다. 국가별 내부적 불평등의 심화는 무역전쟁으로 대변되는 국가주의를 강화하였고, 마이너스 금리 상황은 금융 통제를 강화했다. 또한 위에도 언급한 금융 시장의 취약성과 심화된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은 국가로 하여금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인간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원한다. 기존의 돈과 금융시스템을 통한 경제활동의 제약이 발생했을 때,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하게끔 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국가권력에 의한 몰수가 불가능하며,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이다. 2020년대 경제적 자유의 쇠퇴기조 속에 비트코인의 효용은 기존 가상자산을 다루던 특정 소수 집단이 아닌 글로벌 시대의 일반 시민들에게도 와 닿는다. 특히 부유세를 피하고 싶은 수많은 나라의 부유층에게 2020년대에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가치는 매우 실질적이다. 누군가의 일이 내 일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연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다. 실물의 가치를 디지털이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현상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그리고 지난 10년간 가장 큰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의 변천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제 우리는 기념일을 맞아 서로에게 꽃다발이 아닌 이모티콘을 선물한다. S&P의 대장주는 석유 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기업이다. SNS,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이데아’가 실재를 포괄하는 더욱 큰 현실로서 사람들의 인식세계를 구성한다는 내용은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밀레니얼 세대에서 Z세대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수천만 원을 들여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젊은 세대에게 21세기의 금은 굳이 물질적 실체가 필요하지 않다. 인감 찍힌 문서를 블록체인이 대신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9년 미국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버크셔헤서웨이 주식보다 비트코인 신탁을 더욱 선호하며 또 실제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결국 기존 금융시스템의 불확실성 증가와, 국가주의와 통제의 강화 그리고 디지털화라는 세 가지 메가트렌드가 블록체인 기술의 대장주이자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의 투자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있다. 즉 2010년대 젊은 세대들을 위주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콜옵션’ 혹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수단’ 등으로 포지셔닝된 비트코인이 보다 보편적인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기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벼락 거지’ 신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 국경 없이 자유로운 대안적 금융시스템, 디지털 세계에 보다 잘 어울리는 편리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욕망과 염원이 비트코인에 투영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투자 펀더멘털은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욕망 그 자체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이준행 대표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 스트리미의 창업자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맥킨지 등에서 근무하다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깨닫고 2015년 스트리미를 창업했다. 역사를 전공한 인문학도답게 암호화폐의 인문학적 의미와 새로운 금융이 초래할 사회의 변화를 담담하게 풀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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