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찻잔 속의 태풍인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가? (2)

By 박정현   Posted: 2020-08-31
출처=픽사베이

▲ 출처=픽사베이

오늘은 지난번 칼럼에 이어 최근 훈훈한 코인 시장의 훈풍을 타고 더 핫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디파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이제 막 뜨겁게 달아오르는 디파이에 갑자기 웬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파이가 이야기하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중앙기관의 통제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운영되며, 투명하게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탈중앙화 금융’은 그저 한순간의 지향점이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하나의 전환점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디파이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즉, 디파이가 찻잔 속 태풍을 넘어 세상을 바꿀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코인공개(ICO) 열풍처럼 한때의 광풍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서 기능해야 한다.

◆디파이, 새로운 메타의 등장?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디파이에 대해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바라보는 디파이는 과연 어떠한 모습인가? 정말로 기존 금융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새로운 메타에 불과한가.

여기서 메타란 용어를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메타는 최근 트렌드가 되는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코인판에는 여러 메타가 존재했다. ICO 메타, 동전주 메타, 거래소 코인 메타 등등…. 그때그때 하나의 유행이자 전략으로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단기적으로 온갖 찬양을 받다가 어느 순간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은 디파이 역시 상당수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메타로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디파이의 가치란 무엇인지, 각각의 디파이 프로젝트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디파이라는 워딩 하나만 보고 묻지 마 투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디파이 투자자들은 ‘이자 농사’라는 장밋빛 전망을 바라보며 매우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여실하게 드러났던 것이 바로 프로젝트 얌(YAM) 사태다.

출시 하루 만에 4억6000만달러의 예치금을 모았던 프로젝트 얌은 출시 하루 만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고, 이후 얌의 공동 창업자인 브록 엘모어가 실패를 선언하며 무려 159달러까지 올랐던 얌은 0달러 선까지 폭락하게 됐다. 고작 일주일도 지속하지 못한 프로젝트에 무려 4억6000만달러의 돈이 모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실상 사고 혹은 사기에 가까운 치명적 실패를 보였던 얌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얌2.0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추후 얌2.0이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와 별개로 기존의 실패에 대한 어떠한 책임이나 반성 없이 바로 2.0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필자는 과거 코인판을 달궜던 비트 시리즈 메타가 떠올랐다. 비트코인 캐시 대박 이후 줄줄이 이어졌던 비트 형제들의 끝이 어떠했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다들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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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는 정말로 ‘탈중앙화’돼 있는가?

최근에 벌어졌던 또 하나의 디파이 사고인 아스카 토큰 사태를 보면 디파이가 정말로 소위 업계의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 말처럼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줄 혁신적인 탈중앙화된 금융서비스가 맞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이전 칼럼에서도 소개했지만 디파이는 기본적으로 탈중앙화 금융을 의미한다. 즉, 어떤 하나의 기관이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런데 아스카 토큰 사태에서는 어떠했는가? 아스카 토큰의 메커니즘이나 토큰 자체는 탈중앙화됐을지라도 결국 그 프로젝트는 사실상 핵심 개발자에게 종속돼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핵심 개발자가 커뮤니티를 탈퇴하고, 프런트 페이지를 닫자 1600달러 선까지 치솟던 토큰 가격이 14달러 선까지 내려갔다는 것은 디파이가 실제로는 탈중앙화돼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몇몇 소수에게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너무도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는 마치 과거에 탈중앙화의 가치를 내세웠던 수많은 코인들이 거래소라는 중앙화된 기관에 좌지우지되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아니 오히려 거래소도 아닌 개인에게 종속된다는 측면에서는 더 심각한 중앙화라고 볼 수 있다.

아스카와 같은 ‘먹튀’ 사례는 아니지만, 탈중앙화 스왑 플랫폼인 커브파이낸스(Curve Finance) 역시 탈중앙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된 사례 중 하나다. 8월 26일 기준으로 커브파이낸스는 설립자인 마이클 예고로프가 거버넌스 의결권의 71%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중앙화된 프로젝트가 됐다. 거기에 덧붙여 사실상 보통의 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운 수준으로 내부 알고리즘 복잡도를 높여가고 있는 여러 디파이 프로젝트들 또한 탈중앙화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실제 그 알고리즘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해당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에 결국 최초 설계자 및 개발자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흐름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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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는 현재 상품인가? 서비스인가? 아니면 그저 테마인가?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마 한번쯤 테마주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본래 의미로는 어떤 하나의 주제를 가진 사건에 따라 동일한 방향을 갖고 움직이는 종목군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소위 핫한 테마에 들어가서 해당 주식의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등락을 보이는 주식들을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는 현재 디파이가 상품이나 서비스로서 우리에게 어떤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핫한 테마로 작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실 디파이라고 주장하는 프로젝트 대부분은 단순히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예금과 대출을 수행해주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면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금을 하는 사람은 암호화폐를 예치한 이후 이자수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디파이를 통해 대출을 받는 사람은 이자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디파이 프로젝트마다 그리고 동일한 프로젝트라도 그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다수 디파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예·적금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이율을 제공하고 있다. 그 얘기는 디파이를 통해 암호화폐를 빌리는 사람들은 시중 금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이자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즉,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이미 한도치까지 대출을 받지 않은 이상 굳이 디파이를 통해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다. 혹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지만, 당장 자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디파이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구조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보다 많은 예치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높은 이자수익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출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이자비용을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대출자들이 이렇게 높은 수준의 이자비용을 감수하려면 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길이 막힌 사람이거나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을 매우 강하게 확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거꾸로 암호화폐에 대한 확신이 사라져서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사라지거나 혹은 담보로 맡긴 암호화폐 가치가 갑자기 폭락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올해 3월 12~13일에 메이커다오에서 발생했던 이슈가 지침이 될 수 있다. 당시 메이커다오가 담보로 받는 이더 가격이 폭락하면서 메이커다오의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계약건들이 자동 청산됐고, 이러한 청산 과정에서 나온 이더를 0달러에 구입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메이커다오 생태계에 어마어마한 적자를 발생시켰다.

다른 한편으로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상품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현실에는 일반적인 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사람도 있고 암호화폐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기에 디파이라는 상품 자체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금융권을 대체할 혁신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어려운 수준의 영향력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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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광풍의 주역, 이자농사. 지속가능? 혹은 폭탄 돌리기?

디파이가 지금처럼 각광받게 된 것은 콤파운드의 거버넌스 토큰인 COMP의 놀라운 가격 상승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콤파운드의 성장은 곧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에 영향을 끼쳤고, 동시에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인하게 됐다. 거버넌스 토큰 COMP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COMP는 콤파운드 서비스, 즉 예금이나 대출을 실행하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사용자에게 배분되는 토큰이며, 본래 설계된 목적은 콤파운드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투표권이다. 즉 거버넌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가치가 없다. 그런데 이 COMP가 상장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예금이나 대출을 하는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는 COMP를 받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예금과 대출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소위 말해 코인판의 고인물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를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바로 한때 코인판을 강타했던 거래소 코인과 비슷한 패턴이다. 거래소를 많이 이용하는 VIP들을 위해 보상으로 제공한다던 거래소 코인들이 어느 순간부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거래소를 쓰다가 보너스로 거래소 코인을 얻는 게 아니라 거래소 코인을 얻기 위해 무의미한 매수·매도를 반복했다.

그 끝은 어떠했는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거래소 코인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기고 끝났다. 소위 말하는 폭탄 돌리기 혹은 다단계와 비슷하다. 초기에 들어간 사람들은 벌고 나오지만 뒤늦게 들어간 사람들은 거품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즉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디파이 거버넌스 토큰의 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 수십, 수백 개 토큰들의 가격은 추락할 것이고 대다수 투자자는 피해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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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 구축부터

그래서 첫 문단에서부터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파이가 정말로 기존 금융을 벗어나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려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내야 한다. 지금처럼 거버넌스 토큰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투기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다단계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넘어서 기존 금융 상품 및 서비스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나 이러한 방향 전환이 시급한 이유는 디파이가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이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파이는 결국 은행이나 정부와 같이 우리가 신뢰하는 기관의 감독 없이 사용자들 간 상호 합의하에 자유롭게 운영되는 구조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감독이 없다는 게 자유로 느껴지겠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대부분 리스크로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예측한 것처럼 결국 디파이를 기반으로 한 폭탄 돌리기의 결과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된다면, 그만큼 디파이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은 험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하루빨리 단기적인 토큰 가격 급등에 매달리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본래 디파이가 추구했던 기존 금융으로부터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대안이자 기회를 선사해야 한다.

[박정현 LG유플러스 VAN사업담당 매니저]

박정현 LG유플러스 매니저는 통신사에서 결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이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과 결제를 연관지어 암호화폐가 우리의 실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