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심벌 ‘D’는 돈의 약자인가?

By 조재우   Posted: 2020-08-21
블록체인의 심벌 `D`는 돈의 약자인가?

블록체인 세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D’는 특별한 문자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상징하는 글자로서 D는 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DID(탈중앙화 신원인증), DeFi(탈중앙화 금융) 등 다양한 유행어에 적용돼 쓰여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D’라는 글자는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고 우리들도 ‘D’를 블록체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쓰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 ‘D’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화폐이자 자산으로서 현존하는 경제구조에 점차 큰 도전을 가하고 있으며, DApp들은 스마트컨트랙트를 내세워 각종 산업의 프로세스를 재편하고 있다. DeFi는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촉진하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권력을 잠식하려 들고 있다. 이 ‘D’는 마법과 같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써오던 서비스에 D가 붙으면 사람들이 열광하고 기대하는 것으로 바뀌곤 한다.

◆D의 껍데기만을 취하는 현실

그러나 블록체인 시장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살펴보면 이 ‘D’가 과연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의미하는지 종종 의구심이 든다. 분명 탈중앙화를 통해 새로운 구조와 이상을 추구하는 멋진 프로젝트도 많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프로젝트들이 D의 겉모습만 취하고 속껍질은 기존 중앙화된 서비스의 모습을 그대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어떤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익스플로러(블록체인의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없는 동안 토큰을 임의로 추가 발행해 시장에 매도했다고 한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그 운영자들이 진정한 ‘D’를 표방했다면 이런 일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임의로 발행되는 토큰은 기존의 중앙화된 영역에서만 허용될 뿐, ‘D’의 세계에서 토큰은 코드에서 정해진 규칙에만 의해 발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를 겪었다. 블록체인 기반 지식 서비스가 있어서 호기심에 블록체인 전문가로 등록을 시도했다. 그런데 인증 과정에서 명함 이미지를 제공하라고 한다. 영 내키지 않음에도 호기심이 발동해서 명함을 제출했더니 필자의 업무 분야가 블록체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블록체인 전문가 등록이 거절되었다. 이때 거절의 주체는 분권화된 블록체인이 아니라 그 서비스의 운영진, 즉 중앙화된 주체였다. 블록체인에 기반하는 서비스라고 하면서 그 출입구를 중앙에서 관리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최근 유행인 DeFi 중 많은 프로젝트도 이러한 우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소위 ‘이자 농사’라고 하는 행위를 위해 돈을 투자하고, 블록체인에서 발행되는 이자를 챙기기만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의미 있는 가치 창출도 없는 것을 보며 그 방점이 탈중앙화가 아니라 단순한 지대 추구에 있다고 느껴진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적극적인 이자 농사 모델을 토대로 투자금을 모으고, 시세가 올라간 뒤 사이트를 폐쇄하며 문제가 된 사건도 발생했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가 아닌 돈(Dollar)?

일련의 사건들과 언급하지 못한 더 많은 사건들을 통해 필자가 내린 짧은 결론은 이것이다. 이들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D’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돈(Dollar)을 의미하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기치보다 돈이라는 존재를 두면 이들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들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물론 이는 많은 분들이 이미 깨닫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분권화일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아니 어쩌면 알게 모르게 금전적 이익을 의미하는 D에 취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짜 D를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했을 수 있다.

돈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성공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는 거액의 투자금이 따랐고 이러한 진짜배기 ‘D’ 프로젝트들을 미리 알아본 사람들에게는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서 가짜 D가 진짜 D를 대체하게 되는 순간 블록체인은 본질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하게 된다.

◆돈 아닌 다른 ‘D’ 추구해야

다가오는 상승장에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D’를 위시하며 새롭게 생겨날 것이고, 여러 좋은 말로 우리를 설득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들이 진짜로 어떤 ‘D’를 추구하고 있는지, 그 ‘D’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하는지 말이다.

진짜 ‘D’는 참여자들에게 보다 큰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고, 세상을 좀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고, 공동체에 활기와 재미를 준다. 이것들은 탈중앙화라는 본질을 추구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며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돈은 탈중앙화라는 본질의 그림자일 뿐이다. 우리가 그림자를 움켜쥘 수 없듯이 본질 대신 그림자만을 좇는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D’를 따르기를 선택할 것인가?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조재우 교수는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스마트도시계획/환경비즈니스 트랙 조교수로 스팀잇을 움직이는 20명의 증인 중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선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석사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는 UC 얼바인(Irvine)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며 유학 도중인 2013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스팀잇에서 증인으로 활동 중이며 카카오벤처스에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칼럼에서는 주로 블록체인 산업 또는 정책 발전방안을 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