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보통신 인프라로 발전시켜야 잠재력 발휘할 것

By 조재우   Posted: 2020-07-24
블록체인, 정보통신 인프라로 발전시켜야 잠재력 발휘할 것

기반시설(Infrastructure)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 수도, 가스시설은 우리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제공한다. 또한 학교, 공원, 소방서 등과 같은 기반시설을 통해 우리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경제에서도 기반시설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도로나 철도와 같은 교통망을 통해 물류가 이동하고, 전력망을 통해 생산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공급되며, 통신망을 통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으며 거래가 성사되는 등 다양한 기반시설이 경제활동 구석구석에서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없거나 마비된다면 현재의 경제체계는 유지될 수 없을뿐더러 우리 일상도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한편 새로운 기반시설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 삶은 새로운 지평을 맞이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근래에는 주로 정보통신 인프라에 집중돼 일어났는데 1990년대에 등장한 인터넷과 무선전화, 2000년대에 등장한 WiFi와 3G와 같은 무선통신 등이 있다. 덕분에 지금 우리는 50년 전 사람들이 상상으로만 했던 일들, 예를 들자면 우주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걸어 다니면서 쇼핑을 하고, 집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는 일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반시설은 공공재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중시하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소규모로 공급될 때보다 대규모로 공급될 때 더 큰 효과를 내는, 소위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인터넷망을 하나의 시에 설치하는 것과 전국을 대상으로 설치할 때 끼치는 영향이 다른 것과 같다. 따라서 기반시설 공급은 대부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며, 공공의 이익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정보통신 인프라에 가깝다. 인터넷 회선이라는 물리적인 기반시설은 아니지만 블록체인은 소프트웨어적 기반시설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TCP/IP라는 기초기술을 토대로 인터넷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듯 미래에는 블록체인을 통해 서로 정보뿐 아니라 가치까지 함께 주고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가치를 주고받을지, 어떤 정보가 오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확답을 할 수 없다.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인터넷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20년 전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기반시설로서의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현재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은 하나의 솔루션처럼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발표한 블록체인 확산 전략을 보면 DID, 온라인 투표, 기부, 사회복지급여 수급, 신재생에너지 거래, 지역화폐, 부동산 거래, 고객관리체계 등 개별 사안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 확산에 집중할 것이라 한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블록체인 산업계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으로 블록체인을 하나의 인프라로 보지 않고 솔루션으로만 본다면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솔루션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스템과 정보통신 네트워크 전반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조화롭게 적용하기 위해 숙의를 거치고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담고 있는 탈중앙화와 투명성, 신뢰가 필요 없는 시스템이라는 장점을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에 녹여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 투명성과 신뢰를 위해 들이고 있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이를 보다 생산적인 영역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구나 쉽게 블록체인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 블록체인을 개발해 제공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하향식(Top-down)으로 제공되는 블록체인 솔루션보다는 상향식(Bottom-up) 개발을 장려하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개발해야 하는 비용의 문제 때문에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숨은 보석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쉽게 발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시민에 의해 발전한 인터넷의 전철 밟아야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을 가진 기술이다. 그리고 필자는 블록체인이 시민들에게 주어졌을 때 그 잠재력이 가장 크게 발휘될 것이라 믿는다. 기술 자체의 발전은 자본과 전문가의 노력으로 되지만 기술을 통해 사회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시민들에 의해 이뤄진다. 과거 인터넷이 시민들과 함께 발전했듯이 이제 블록체인도 시민을 위한 기술로서 작동하고 발전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 작은 것일지라도 정부와 기업과 시민이 함께하는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조재우 교수는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스마트도시계획/환경비즈니스 트랙 조교수로 스팀잇을 움직이는 20명의 증인 중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선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석사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는 UC 얼바인(Irvine)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며 유학 도중인 2013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스팀잇에서 증인으로 활동 중이며 카카오벤처스에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칼럼에서는 주로 블록체인 산업 또는 정책 발전방안을 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