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세번째 반감기, 이전과 다른 의미

By 조재우   Posted: 2020-05-19

비트코인의 세 번째 반감기가 지나갔다. 지난 반감기가 2016년 7월 10일이었으니 3년10개월 만이다.

지난 반감기와 새로운 반감기 사이에 비트코인은 많은 일들을 겪었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격변해서 지난 반감기 때 650달러였던 비트코인 시세는 2017년 말 1만9500달러로 올랐고, 다시 3500달러로 내려갔다가 지금은 9000달러까지 상승했다.

시세만큼이나 다른 사건들도 역동적이었다. 2018년 말에는 오랜 갈등 끝에 비트코인캐시가 갈라져 나와 원조 비트코인에 대한 경쟁을 시작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비트코인 SV도 이 싸움에 가세했다. CME나 벡트와 같은 기존 제도권 선물시장으로의 진입도 이뤄졌으며,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마진거래의 비중도 급격히 증가했다. 비트코인이 다단계 사기에 활용돼 범죄수익 현금화로 인해 시세가 하락하기도 하고,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반감기는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한 블록당 받는 보상의 양을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이는 것뿐이다. 이번 반감기에서는 블록당 12.5BTC에서 6.25BTC로 보상이 줄었다. 그러나 반감기가 비트코인 생태계에 갖는 영향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2’에 그치지 않는다.

◆ 채굴자에게 반감기는 ‘재앙’

일반 투자자들에게 반감기는 공급이 반으로 주는 호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채굴자 입장에서 반감기는 재앙과도 같다. 잘 들어오던 수입이 하루아침에 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반감기에 잘 대비한 채굴자는 반감기 이후에도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채굴자들은 반감기 이후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과거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채굴 해시가 5~10%가량 감소한 현상이 있었는데 이는 채굴 생태계에서 반감기에 따른 적자생존 메커니즘이 발생한 방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반감기는 채굴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는 역할도 한다. 줄어드는 보상에 대응하기 위해 채굴자들은 미리 더 높은 효율을 갖는 채굴기를 도입하고, 전기요금을 낮추는 등 채산성을 개선한다.

또한 반감기는 채굴기 제조 업체에는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첫 반감기 이후 USB 형태의 채굴기가 주류를 이뤘다면 2016년 두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비트메인사의 S9이 주류였는데 두 기기의 에너지 효율 차이는 약 30배였다. 그리고 이번 반감기 이후 주류가 될 채굴기는 비트메인의 S19일 것으로 보이는데 S9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는다.

하지만 반감기가 지나가면서 과거의 효율 나쁜 채굴기는 고철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붉은 선은 채굴 해시당 가격, 즉 채굴 효율이며 수평선들은 $0.05/kwh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한 각 채굴기의 채산성 한계다. 2016년 반감기 이전에 채산성은 S3 한계선 위로 올라가지 않았으나 반감기가 강제로 S5 한계선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반감기 이전에는 S9 한계선 위로 올라가지 않다가 반감기 이후에는 S15와 M20S 한계선 아래까지 상승했을 것이다.

출처=필자 트위터 @clayop

▲ 출처=필자 트위터 @clayop

반감기 때문에 채굴자들은 늘 선택해야 한다. 얻은 수익을 다음 단계를 위해 재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고 채굴 생태계에서 퇴장할 것인가 말이다.

◆ “비트코인 희소성 상기시키는 역할”

반감기가 내부적으로 채굴에 영향을 미친다면 외부적으로는 비트코인의 유한성과 희소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양적 완화에서 지금의 현대통화이론(MMT)이 부상하기까지 중앙정부는 점차 화폐를 자의적, 무제한으로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아무리 인기가 많고 그 수요가 높다 하더라도 정해진 대로만 신규 토큰을 발행하고, 정해진 반감기에 따라 신규 공급량은 절반으로 줄인다. 이는 기존의 화폐 시스템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며 이 때문에 반감기를 지날수록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의 차별성을 더하게 된다.

이번 반감기는 한 가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인플레이션율의 역전이다. 과거 30년 동안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 평균은 약 2.5%였다. 2016~2019년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율은 3.8~4.1%였으며 이는 미국의 평균 인플레이션보다 높다. 그러나 이번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율은 1.7~1.8%로 2.5% 미국 평균보다 낮아진다.

이 의미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단위당 가치가 희석되는 속도라고도 할 수 있다. 연간 인플레이션이 5%라면 오늘의 1억원은 1년 뒤에는 올라간 물가 때문에 약 9500만원의 가치가 된다. 만약 한쪽의 인플레이션율이 다른 쪽의 인플레이션율보다 작다면 그 작은 쪽은 큰 쪽 기준으로 봤을 때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비트코인과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를 대입해서 말해보자면 이제부터 비트코인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오르는 셈이 된다. 물론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에 낙관론에 빠지는 오류는 범하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보다 더 희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다.

출처=비트코인블록하프 홈페이지

▲ 출처=비트코인블록하프 홈페이지

◆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

개인적으로 체감되는 지난 반감기와 이번 반감기의 가장 큰 차이는 더 이상 비트코인 얘기를 해도 사기꾼이나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개선됐고 그 중요성을 아는 사람도 늘어난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점차 관련 법과 규정이 만들어지는 등 기존 제도권과의 통합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나 공공기관에 비트코인과 같은 분권화된 화폐, 자산의 존재는 껄끄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블록체인은 중요하지만 가상화폐를 지양하는 정책 기조가 대표적인 예이다. 제도적 미비와 새로운 자산의 존재로 인한 복잡성의 증가, 기존 제도들과의 충돌 등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태도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멈추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광풍 이후 비트코인이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무시하고 비트코인은 이번 반감기까지 다시 왔다. 그리고 앞으로 2024년 반감기에도 그러할 것이다.

사실 이번 반감기의 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노력이 지금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에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 앞으로의 시간 동안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채굴에 대한 산업적 기반 마련부터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 개발산업과 나아가서는 비트코인 코어와 같은 오픈소스 개발자 지원까지 많은 영역에서 정책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 새로운 존재를 적절히 다루고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미래의 비트코인은 우리 편이 될 것이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조재우 교수는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스마트도시계획/환경비즈니스 트랙 조교수로 스팀잇을 움직이는 20명의 증인 중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선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석사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박사는 UC 얼바인(Irvine)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며 유학 도중인 2013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스팀잇에서 증인으로 활동 중이며 카카오벤처스에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칼럼에서는 주로 블록체인 산업 또는 정책 발전방안을 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