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대가 절반으로 ‘뚝’…반감기 맞은 비트코인 교실

By 이기호   Posted: 2020-05-12

블록체인 학교, 선생님 없이 수업하는 방법 ⑦

반감기 앞둔 비트코인 /출처=언스플래시

▲ 반감기 앞둔 비트코인 /출처=언스플래시

요즈음 블록체인 학교의 주된 화제는 반감기(Halving)다. 비트코인 교실이 2009년 1월 3일에 문을 연 이후 사토시가 정해두었던 규칙대로 교실의 정숙과 청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학생에게 사탕을 지급하고 있었다. 반감기가 오면 나누어주던 사탕 개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이 교실에서 계속 봉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벌써 횟수로 세 번째인 이번 반감기가 그 이전보다 더욱 특별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군것질거리에서 투자 수단으로 발전하는 사탕

자그마한 교실에서 하나의 군것질거리로만 의미를 가질 것 같던 사탕은 어느새 블록체인 학교에서 화폐처럼 통용되고 있다. 비트코인 교실이 열리고 아직은 소규모 학생만이 있던 2010년 5월, 한 학생이 그동안 모아두었던 사탕 1만개로 피자 2판을 시켜 먹었다. 비록 사탕이지만 교실을 청결하게 유지한 노동의 대가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음을 증명한 첫 번째 사례였다.

또한 블록체인 학교는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각자 사용하던 화폐도 달랐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각국 화폐를 교환하기 위한 중간 매개로 사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탕의 사용처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블록체인 학교도 여러 방향으로 발전해나갔다.

덩치 좋은 몇몇 학생들은 사탕을 보관하는 사물함을 지켜주고 용돈으로 가져온 현금을 대신 맡아주기로 했다. 그렇게 사탕과 용돈이 한곳에 모이고 나니 이를 빠르고 편리하게 교환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또한 블록체인 학교 입학생이 늘어나면서 사탕과 용돈을 바꾸고자 하는 학생들도 늘어났고, 사탕과 각국 화폐의 교환 비율도 치솟게 되었다.

이렇게 사탕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이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학생들도 전학 오기 시작했다. 투자에 일찍이 눈을 뜬 이 학생들은 용돈으로 실제 사탕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서 사탕과 화폐 간 교환 비율의 변동을 예측하는 선물시장까지 만들었다. 이로써 비트코인 교실의 사탕이 교환되는 시장 크기도 폭발적으로 커지게 되었다.

◆모아둔 사탕으로 성장하는 마이닝풀 그룹

비트코인 교실이 지금껏 정숙과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운 일등 공신은 그룹을 이루어 청소하던 마이닝풀(Mining pool)이다. 이들은 10여 년간 사토시의 규칙에 맞추어 비트코인 교실에 알맞은 청소 도구를 열심히 만들어왔다. 마이닝풀은 학생들이 블록체인 학교에서 여러 학생이 함께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한 첫 번째 그룹 활동이었다.

사탕이 교환되는 시장이 커지면서 마이닝풀 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자신이 모아두었던 사탕으로 또 다른 이익을 추구해볼 여력이 생겼다. 그래서 굳이 청소를 하지 않더라도 분필을 쥐고 사탕을 얻을 수 있도록 규칙을 세워둔 교실로 영역을 넓혀 활동하는 그룹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들은 이미 일정 개수 이상의 사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교실에서 또 다른 사탕을 보상으로 비교적 손쉽게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교실로 이동하는 그룹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노동의 대가가 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 교실이 계속해서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점쳐볼 단서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청소 도구를 만드는 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만들어보고자 부모의 지원을 크게 받는 그룹도 생겨났다. 이들은 이미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비트코인 교실을 관리하지 않고 내버려두진 않을 것 같다. 외려 절반으로 줄어든 보상을 보전하고자 사탕의 교환 비율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려 보겠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이미 지나간 두 번의 반감기에서는 그 방법이 통했기에 과연 이번에도 가능할 것인지 사탕을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학생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은행으로까지 변모하는 비트코인 교실

비트코인 교실의 사탕을 투자 수단으로 주목하는 학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비단 반감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탕 숫자는 총 2100만개로 한정되어 있지만 용돈으로 사용하던 화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자국에서 사용하던 화폐가 자신의 의지·선택과는 상관없이 그 총량이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할 만한 여러 가지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용돈을 사탕으로 교환하는 것이 비율 측면에서 얼마나 이득이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에 용돈을 넣어두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은 외려 사탕의 사용이 더 편리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교실 학생들은 주민등록증이 없더라도 은행처럼 사탕을 보관할 사물함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칠판에 이름만 적는다면 아무리 먼 거리에 있는 친구와도 언제든지 간편하게 사탕을 주고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는 은행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블록체인 학교로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규모 커진 학교만큼이나 반감기 영향에도 ‘이목 집중’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블록체인 학교의 학생들과 그 분위기 때문에 세 번째 반감기가 비트코인 교실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 누구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 교실의 사탕이 학교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에 다른 교실에서도 그 영향을 함께 받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반감기도 블록체인 학교가 또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함께 지켜보자.

[이기호 EOS 얼라이언스 매니저]

이기호 EOS 얼라이언스 매니저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인 EOS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블록체인 전문가다. EOS 얼라이언스에서 한국 담당 매니저를 맡고 있으며 EOS의 출범부터 현재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꿰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거버넌스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학교에 빗대 알기 쉽게 풀어쓰는 기획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