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결제사업에 미치는 영향 ③

암호화폐가 결제 사업에 미치는 영향 시리즈의 마지막은 이전에 소개했던 것처럼 실제 사용자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암호화폐에 대한 사용자 관점을 하나의 칼럼으로 이야기하기엔 다루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한 가지 전제를 짚고 넘어가겠다. 우선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암호화폐 결제는 암호화폐를 직접 활용한 결제로 정의한다. 일전의 칼럼에서 소개했던 ‘차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는 제외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형태의 간편결제 시스템은 뒷단에서만 암호화폐가 활용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암호화폐로 결제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결제, 통과해야 할 과정 아직 많다
이제 ‘암호화폐 결제는 실제로 사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눠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편의성이다. 특히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이러한 편의성 측면이 더욱 중요한데, 왜냐하면 세계 그 어느 곳보다 결제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구축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나라이자 자타공인 세계 경제대국인 일본만 해도 현금이 압도적 결제 수단 1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미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QR 결제, 각종 간편결제 등이 성행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해 QR코드만 보여주면 결제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편리하다고 극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앱 구동도 없이 드래그와 지문인식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삼성페이·LG페이 수준은 돼야 편리하다고 말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암호화폐 결제는 냉정하게 평가할 때 경쟁력이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암호화폐로 결제하려면 가장 먼저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암호화폐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국내 암호화폐 결제 사업 분야에서 서비스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페이코인을 예로 설명해 보겠다. 가맹점에서 페이코인으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페이코인 월렛이 필요하다. 이것까지는 일반적인 간편결제 앱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페이코, 스마일페이, 아니면 각종 카드사 간편결제 앱들도 결제를 위해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여타의 결제 앱들보다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페이코인을 구매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게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번거로운 지점이다.

페이코인을 포함해 대다수 암호화폐들은 해당 암호화폐를 구매하기 위해 암호화폐가 상장된 거래소에 찾아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원화를 입금한 후 해당 화폐를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매한 암호화폐를 다시 나의 월렛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흔히들 회원 가입이나 상품 구매에서 1단계가 늘어날 때마다 구매전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함을 생각하면 이처럼 번거로운 과정은 실사용자들의 유입을 가로막는 큰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페이코인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달코인이라는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다. 페이코인 월렛 내에서 달코인을 원화로 충전한 이후 해당 달코인을 바로 페이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전히 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고려한 나름의 고육지책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필자가 해당 과정을 직접 수행해보니 불편함은 여전했다. 물론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한 이후 송금하는 과정에 비하면 상당히 간편하지만 다시 한 번 회원 가입을 하고 이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귀찮음을 유발했다. 결론적으로 국내 사용자가 마주하는 대다수 결제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아직도 편의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평할 수 있겠다.

◆초소액 결제에서 가능성 찾아야
하지만 암호화폐 결제가 기존 결제 수단들에 비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마이크로 페이먼츠’다. 마이크로 페이먼츠란 기존 결제 수단들로는 실제로 결제할 수 없는 수준의 소액을 의미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게 적은 금액을 결제할 일이 뭐가 있지?”라고 생각할 텐데 대표적인 사용처 중 하나가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은 콘텐츠 분야다.
네이버의 경우는 웹툰 미리보기를 위해 편당 2쿠키가 필요한데 1쿠키는 100원으로 최소 100원을 충전해야 한다. 즉 최소 단위가 100원인 셈이다. 더불어 때때로 프로모션을 통해 보너스 쿠키를 주면서까지 쿠키를 대량으로 충전하기를 유도한다. 다음의 경우는 편당 200원인 것은 동일하지만 최소 캐시 충전 단위가 1000원이다.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나 조아라의 경우도 최소 충전 단위가 1000원이다. 네이버 파이낸셜을 통해 직접 결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를 제외하면 다수 업체들이 최소 충전 금액으로 1000원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곧 1000원 이하의 결제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이러한 소액 결제가 가능하다. 기존 결제 프로세스와 달리 블록체인을 활용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결제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액 결제 시장에서는 암호화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즉 암호화폐는 온라인 콘텐츠 시장과 같은 소액 결제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에서라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국내 사용자들이 아닌 외국, 그중에서도 개발도상국들에는 암호화폐가 보다 편리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케냐의 ‘엠페사’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엠페사는 현지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다. 2018년 기준으로 이미 케냐 간편결제 및 송금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렇게 엠페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설적으로 열악한 금융 인프라 때문이다. 케냐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못했고 동시에 은행 지점 또한 드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쓰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쓰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은행과 같은 기존 금융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서비스가 성장하게 된 것이다. 암호화폐 역시 케냐의 엠페사처럼 금융 인프라는 열악하지만 모바일이 충분히 보급된 나라에서라면 충분히 결제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실제 사용자들 입장에서 암호화폐는 기존 결제 수단을 대체하는 수단이기보다 기존 결제 수단들이 진입하기 힘든 시장에 대한 보완재로서 기능하리라 생각한다. 마이크로 페이먼츠가 필요한 온라인상의 소액 결제 시장들과 금융 인프라가 매우 열악한 개발도상국들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편의성, 그리고 마이크로 페이먼츠라는 화두를 통해 암호화폐 결제가 실제 사용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다뤄봤다. 다음번 칼럼에서는 리워드와 안정성이라는 화두를 놓고 암호화폐 결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그 한계를 진단하고자 한다.
[박정현 LG유플러스 VAN사업담당 매니저]
박정현 LG유플러스 매니저는 통신사에서 결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이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과 결제를 연관지어 암호화폐가 우리의 실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소개할 예정이다.